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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탄소세·탄소국경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충남 논산에 위치한 국방대학교에서 ‘2050 탄소중립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4일 유럽연합(EU)은 2030년 유럽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초안도 공개했다.

탄소국경제도는 일명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것으로 EU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 제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다.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수입 통관 시 공인된 인증기관에서 구매한 ‘탄소국경조정 인증서’를 제시해야 한다. 2023년부터 철강·시멘트·비료·전력·알루미늄 등 5대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하고 2026년 본격 시행하면서 품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에 따르면 이 제도 도입에 따라 한국은 연간 10억6100만 달러(약 1조2200억 원)의 탄소국경세를 낼 전망이다. 이는 약 1.9%의 관세를 추가로 무는 것과 같다. 제조업과 수출에 특화된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소식이 또 하나 들려온 것이다.

EU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역내 기업이 탄소규제를 피해 중국·러시아·터키 등 탄소규제가 약한 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해 비용부담을 높이게 되면 그러한 유인이 약화될 것이며 EU가 탄소관련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저항이 적어진다. 아울러 낮은 탄소배출 부담으로 얻은 가격경쟁력으로 EU에 수출하는 외국기업들을 견제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제도는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모두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데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다. 우선 수입품에 포함된 탄소 양을 측정하고 그것에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격으로 말하자면 탄소배출권 가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나라마다 수준이 다르고 탄소배출권 시장이 도입되지 않는 나라도 다수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탄소배출권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제도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내국민 대우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장애다. 내국민 대우 원칙은 자국 제품과 외국 제품을 차등하지 않고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문제를 다루려면 WTO의 분쟁조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WTO는 유명무실화돼 있어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EU가 일방적으로 자기 안을 밀어붙이면 피해를 입게 되는 중국·러시아·터키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과 함께 보복조치가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탄소제로의 흐름을 주도함으로써 탄소감축산업, 신재생에너지, 수소·전기차 등 관련 산업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EU는 이미 EU혁신펀드를 설립, 역내 기업의 탄소감축 기술 사업화·상용화에 2030년까지 100억 유로를 지원키로 했다.

탄소제로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EU는 이미 오래 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대내와 대외를 포괄하는 탄소 관련 정책 3종 세트를 완성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중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는 각 기업에게 탄소배출 허용량을 부과하고 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할 경우 남은 분량을 시장에서 팔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어쩔 수 없이 허용량을 초과해 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기업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게 된다.

정부는 점차 허용량을 줄임으로써 장기적으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달 18일 종가 기준으로 톤당 1만1950원인데, 이는 같은 날 EU 톤당 51.9유로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일부러 느슨하게 할당량을 정한 결과라고 보이는데 EU 압박을 고려하면 과연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는 하다.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언론에서 가끔 언급되는 것이 탄소세다. 이는 화석연료에 포함돼 있는 탄소 함유량에 비례해 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탄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사용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제도다.

국회에서 최근 탄소세법이 논의되기도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개정해 화석연료에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세법’을 발의했는데, 이에 따르면 내년 톤당 50달러에서 시작해 2030년 최대 100달러까지 단계적으로 부과된다고 한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세수로 ‘정의로운 전환기금’을 설치해 피해계층을 보호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와는 맥락이 다르지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탄소세 법안을 발의했는데 여기서는 탄소세로 마련된 세수를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법안까지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 공약인 기본소득안에도 장기적으로 재원을 탄소세로부터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는 25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이 가장 강력해 이산화탄소 발생 톤당 127달러를 부과하며 스위스 96달러, 영국 24달러, 프랑스 24달러로 뒤를 따르고 있다.

탄소세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거두는 제도가 존재한다. 수송 에너지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그것이다. 대부분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에 부과된다. 하지만 이는 오래 전에 마련된 세제로 현재 탄소제로의 정책과 잘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또 수소·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아예 탄소세 전면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탄소세의 도입은 난방비와 자동차 연료비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는 저소득계층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생활필수품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이 세금은 역진적인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탄소세를 통해 얻은 수입으로 기금을 만들어 피해계층을 지원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탄소세는 도입 자체도 저항에 봉착할 수 있지만 그로부터 걷은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놓고 또 다른 분규를 불러올 수 있다. 탄소저감기술 개발에 쓸 것인가, 피해계층 지원을 위해 쓸 것인가, 아니면 일부 정치권 주장대로 기본소득 재원으로 쓸 것인가 등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탄소세를 올리는 대신 기업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답시고 법인세를 깎았다가 노란조끼 시위사태를 맞기도 했다.

EU의 탄소국경세 추진은 이처럼 잠재해 있는 탄소 관련 이슈에 대해 다시 한 번 자각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된다. 아직 멀리 있다고 생각되던 이 주제가 사실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던 것이며 우리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나라 안팎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살펴봐야 할 때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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