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맞았지만 미·중 갈등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신장 지역 인권 유린과 홍콩 민주주의 압박 대응에 나서면서 미·중 관계 갈등 해소를 위한 탈출구도 멀어지고 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 무산은 현 미·중 관계의 경색이 풀릴 기색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 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이 18일부터 25일까지 일본, 한국, 몽골을 차례로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계획은 중국을 포함해 4개국 방문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셔먼 부장관이 중국 톈진을 방문해 중국 측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 회담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론은 셔먼 부장관은 2번째 아시아 방문 계획에서도 중국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을 위해 중국 측과 협의를 추진해 왔고 마지막 일정으로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막판 계획을 틀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셔먼 부장관이 ‘카운터파트’인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중국은 러위청 부부장보다 급이 낮은 외교부 서열 5위인 셰펑 미주·정책 담당 부부장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협의에 진척이 없자 미국은 결국 회담 계획을 포기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앵커리지에서 열렸던 고위급 회담이 극한의 갈등으로 종료된 상황에서 양국 관계 개선은 또다시 멀어진 상황이다.

미국은 앞서도 로이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중국 군부 최고 실세인 쉬치량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회담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중국은 쉬치량보다 격이 떨어지는 국방부 부장과의 회담을 고집해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연이어 회담을 요구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 측의 의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읽히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정상회담은 오는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상회의는 부장관, 장관들의 만남과 각종 실무 협의를 통해 사전에 회담 내용이 논의된 후에야 가능한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

중국도 미국과의 협상을 모색할 수 있다는 근거도 있다. 중국은 최근 8년여 만에 추이톈카이 주미 대사를 교체했다. 후임으로는 시 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친강 외교부 부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주미 대사를 교체한다는 것은 새로운 외교적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과 연계된다.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더욱 키우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은 협상 이전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소수민족 탄압과 관련해 미국 기업들이 해당 지역 관련 거래에 주의할 것을 당부한 데 이어 홍콩에 대해서도 미국 기업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홍콩 문제에 관한 질문에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는 동남아 국가 정상들과 첫 대면 자리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중 연대를 모색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는 해당 지역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의회도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인다. 상원은 중국 신장 지구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시행된다. 워싱턴 정가의 한 소식통은 “미 의원들은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는 일치단결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입법 가능성을 크게 봤다.

중국도 미국의 압박에 마냥 당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시 주석은 공산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외부세력이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 공개 경고를 날렸다, 중국 전부는 미 증시에 상장한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에 대한 압박을 통해 자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도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미·중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 측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의 반중 연대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이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외교 차관협의회를 열고 한국에서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제9차 한미외교 차관 전략대화’를 한다고 발표했다.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대화를 앞두고 국무부는 “이번 순방을 통해 셔먼 부장관은 인도·태평양에서 평화와 안보, 번영 증진을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하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데 순방의 목적이 있음을 못 박은 셈이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6개월간 신기술의 다양한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기술 동맹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려 노력했다”며 유럽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사례를 소개했다. 기술동맹 파트너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다.

반도체 강국 한국은 미국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술 동맹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언급했는 데 이 역시 사실상의 반중 연대로 꼽힌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미·중 관계 갈등 지속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캠벨 조정관의 측근이자 NSC 중국 담당 선임 국장 도시 러시는 최근 발간한 저서 ‘기나긴 게임: 미국 질서를 대체하려는 중국의 거대한 전략’에서 중국의 힘과 질서를 무디게 하고 미국의 힘과 질서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 전략에서 한국을 배제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