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앞으로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면 통화 당국과 금융 시장은 이전과 달리 반응할 수 있다고 JP모건이 전망했다. 지나치게 떨어진 채권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서고, 중앙은행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위험이 올라갈 것으로 관측한 것이다.

19일(현지 시각) JP모건은 미국·영국의 6월 물가 지표는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의 지속성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5.4% 상승하며, 예상치 5.0%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92년 이후 최고치인 4.5%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는 시장 예상치를 웃돈 물가 지표를 의미한다. 영국의 인플레이션·노동시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지표들이 쏟아졌다. 영국의 대표 물가지수(CPIH)는 6월에 전년 대비 2.5% 상승해 5월 상승률 2.1%보다 높았다. 영국 물가지수(CPIH)는 일반적인 소비자물가에 소유거주자의 주거비까지 포함한다.

특히, 지난 1년간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를 압박했던 ‘오락·개인 서비스’ 부문 물가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점이 향후 인플레이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오락·개인 서비스’는 전체 물가 지수에서 6분의1 비중을 차지하고, 서비스 항목 중 25%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비록 기저 효과와 저임금 일자리의 불균형적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일부 과대 평가된 측면은 있으나, 임금도 들썩거렸다. 지난 3~5월 중 영국의 실질 임금은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또한, 영국의 6월 신규 고용은 35만5000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누계로 78만5000명이 고용됐다. 이는 지난해 3월~11월 기간 중 발생했던 일자리 손실의 80%를 회복한 것이다. 게다가, 영국 통계청 기준으로 충원해야 하는 빈 일자리는 96만2000명으로 추정됐다.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긍정적 지표들이 발표될 수 있다.

JP모건은 이어“미국의 임대료 등 보다 지속적인 물가 구성 요소의 확장은 글로벌 수준의 근원 물가에 대한 압력 구축과 일치한다”라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는 시간이 흐르면서 ‘일시적’ 주장론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중앙은행의 조기 테이퍼링 위험도 높일 수 있다.

이미 다른 국가들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월 캐나다 중앙은행은 테이퍼링에 착수했다. 뉴질랜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거했다. 또한, 지난주 뉴질랜드는 선진국 중 최초로 양적완화를 종료했다. 더 나아가 금리 인상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영국에서는 그동안 비둘기파(완화론자)였던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들도 긴축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최근 데이브 램스덴과 마이클 선더스 통화정책위원은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따라서, 오는 8월 영국의 통화정책 회의는 남아 있는 자산매입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국채 시장에 이런 조기 테이퍼링 위험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JP모건은 평가했다. 최근 미국의 10년물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 (-)1% 미만으로 떨어졌다. 강력한 상승장(가격 기준)을 펼치며, 올해의 실질 수익률 상승 폭을 거의 반납했다. 실질 수익률은 명목 채권수익률에서 물가 상승률을 빼서 산출한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은 미국 장기채 금리의 하락 배경 중 하나로 연기금의 매수를 지목했다. JP에 따르면, 자산·부채 여건이 개선된 미국 연기금의 위험 제거용 채권 매수가 10년물 국채 랠리에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연기금 자금 상태를 나타내는 ‘밀리만 지수 100’ 에 따르면, 연기금의 100개 주력 확정 급여 연금펀드는 할인율 하락(금리 하락)으로 미래의 연금 부채 감소 효과를 누렸다. 다만, 부채 감소 효과는 펀드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자금 사정이 나은 펀드는 줄어든 부채로 인한 여유 자금을 미국 10년물 국채 매수에 할당할 수 있었다.

JP모건은 7월 초 이후 나타난 채권수익률 곡선의 평탄화 중 25%는 연기금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기금의 경우 장기 금리를 미래 연금부채의 할인율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할인율인 블룸버그 AA+ 기준 미국의 장기 회사채 금리는 두 달간 약 40bp(1bp=0.01%P) 하락했다. 따라서, 국채를 포함해 장기 금리가 많이 떨어져 펀드 재조정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연기금 펀드의 수는 줄어들 수 있다는 게 JP모건의 추정이다. 즉, 자산·부채 격차 조정에 따른 자금 개선을 바탕으로 지난 두 달간 벌어진 연기금發 미국 10년물 국채 매수세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한편, 하반기에는 통화 당국과 금융시장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에 대해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JP모건은 판단했다. 예상보다 길게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면, 일시적 물가 상승론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테이퍼링 출발 시점을 앞당길 것이다. JP는 “그런 상황이 오면 마이너스(-) 1% 아래까지 내려간 미국의 10년물 실질 수익률의 잘못된 가격은 수정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질 수익률의 상승을 예상한 것이다.

한편, 헤지펀드 등 고객 대상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중 93%는 채권 랠리(수익률 하락)를 기술적 요인 탓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는 대답(50%)과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43%)이 엇갈렸다. 또한, 기관투자가 중 75%는 증시에서 후퇴하고 있는 재개방 관련주의 재개 시점을 몇 주내에서 몇 달까지 예상했다.

하반기 주도주와 관련, 가치주(41%)에 이어 우량주(29%)와 성장주(24%) 순으로 집계됐다. JP모건은 이어 “델타 변이에 의한 재봉쇄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추세 이상의 성장률과 강력한 소비 기반 등이 주목받으면 경기 순환주·재개방 관련주가 다시 앞장설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국채시장은 경제 성장이 다시 하강할 수 있는 불안감에 너무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나치게 낮은 실질 수익률·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점차 조기 테이퍼링 우려감을 반영, 가격 조정(수익률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 출처=JP모건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