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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文 대통령,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갈까?

  • 도쿄올림픽에서는 무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참석을 두고 미·중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을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이 1년의 연기 끝에 23일 개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화되지 않으며 도쿄 올림픽 외교 경쟁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내년 초 열릴 2022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더 큰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여사를 이번 도쿄 올림픽 대표단장으로 파견했다. 백악관은 올림픽 개막 직전에서야 영부인의 파견을 확정했지만, 대표단의 규모와 형식은 여느 대회에 미치지 못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대표단 명단에는 영부인과 주일 미 대사 대리 단 두 명뿐이었다.

미국은 정상적으로 열렸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파견했고 폐막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가 참석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펜스 부통령은 개회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귀빈석에 동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 연이어 열리는 올림픽은 동북아 외교 전쟁의 꽃으로 불리기에 충분했지만,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은 이런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우리 정부가 기대했던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의 기회는 도쿄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일 정상이 도쿄에서 회동하는 상황을 최선으로 여기고 이를 추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교가 소식통에 따르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미간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심술로 불발됐지만,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 만남에 이어 도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시도였다. 일본 정부도 김 위원장을 올림픽에 초대하려 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정설이다.

올림픽 외교가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당장 6개월여 뒤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중국에서 열린다.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확대일로인 미·중 갈등 상황에서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정상적인 외교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요구도 있지만 선수들의 경쟁을 존중하는 미국의 최근 정서를 고려하면 완전한 보이콧 대신 외교단 보이콧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외교 보이콧을 하지 않더라도 대표단의 격은 대폭 하락이 불가피하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회식의 상황과 대비하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상황은 극적으로 대비된다. 2008년 하계 올림픽 당시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미국 대통령이 타국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건 베이징이 처음이었다. 중국도 부시 대통령의 참석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부시 대통령 외에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모여든 정상들의 수는 100여 명으로 국제 외교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다. 개막식에만도 70여 명의 정상이 참석했을 정도였다. 이들 정상은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연회장으로 공동 입장하는 이색적인 모습도 연출했다.

후진타오 주석과 악수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도 30분 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국제 정세에서 급격히 부상하던 중국에 대한 줄서기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 국가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던 상황이었지만 미국이 독재자로 규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앞세워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와 맞섰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후기 취임 초기 베이징 방문을 통해 시 주석과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상황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갈등으로 확실한 방향을 잡고 있다.

미국은 올해 말로 예상되는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중 연대를 확대하고 이를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 보이콧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중국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반미 연대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두 진영으로 쪼개질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올림픽을 둘러싼 갈등 상황이 끊이지 않다 보니 올림픽 제도를 아예 수정해야 한다는 제언까지 나왔을 정도다. 미 외교협회(CFR)는 역대 올림픽 중 베를린(1936년), 런던(1948년), 멕시코시티(1968년), 뮌헨(1972년), 모스크바(1980년), 로스앤젤레스(1984년), 서울(1988년), 애틀랜타(1996년), 베이징(2008년), 소치(2014년) 올림픽을 보이콧, 체제 선전, 테러 등으로 인해 얼룩졌던 올림픽으로 규정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미·중 갈등이 중심이 된 신냉전 체제에서 열리는 만큼 향후 주요2개국(G2) 갈등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CFR은 정치적 갈등이 반복되는 올림픽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림픽 개최지를 하계, 동계 각각 한곳씩으로 영구화하자고 제언했을 정도다.

올림픽을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무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참석을 두고 미·중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나 다른 북한 고위 인사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하기 위한 마지막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정황들을 살펴보면 도쿄 올림픽의 정상외교 불발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불참 결정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남은 셈이다. 베이징 올림픽 외교 경쟁에서 우리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정교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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