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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물꼬 튼 남북 대화…식량·백신으로 숙제 풀까

‘정전협정 68주년’ 남북 군 통신선 복원
  •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끊겼던 남북 통신선 연결이 남북은 물론 북미 간의 대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이란의 핵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북한에 대해 통큰 양보를 통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섣부른 ‘희망 고문’을 삼가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막혔던 벽의 벽돌 하나를 이제 치운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또다시 북미 대화를 유도해 낼지 주목된다.

지한파 인사로 통하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함께 최근 외교전문 매체 ‘포린 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북한과의 큰 거래에 나서야 한다고 미국 정부에 조언했다.

두 사람의 기고는 남북 통신선 연결 발표 후 나왔다. 두 사람은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과 무력도발을 자제하는 데 주목하면서 경제안보가 북한 지도부의 최우선 순위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소리방송(VOA)은 두 사람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래 경제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비핵화 진전을 위해 경제안보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특히 제재를 앞세운 그동안의 접근이 설득력 있는 대안을 북한에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대북 관여와 관련한 4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두 사람이 제시한 해법은 1단계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한 새로운 관계에 대한 신호 보내기와 북한과 함께 전쟁 상태의 종식 선언을 통해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단계로 10년 무이자 대출의 북한 기반시설 개발기금, 남북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단계는 평화협정 체결이다. 핵무기 파괴가 검증되고 남북한 군대가 현실적으로 서로를 침공할 수 없을 때 정전협정을 항구적으로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주도해 북한을 완전히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은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주요 교역대상이 되고 미국은 제2의 교역국이자 국제 자금 조달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구상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서는 상황을 대북 정책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북중 관계가 견고해서는 북미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리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정전기념일에 남북 통신선 복구가 이뤄졌지만 김 위원장은 북한의 정전기념일인 ‘전승절’을 맞아 북중 우의탑에 헌화하고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우의탑을 직접 참배하고 헌화한 것은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당시와 지난해 10월 중국 인민지원군 참전 70주년에 이어 세 번째다. 참배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 후 시작됐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임이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은 남북 통신선 연결 외에 중국과의 소통도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북중 화물열차를 포함한 양국간 무역이 이르면 8월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런 정황은 북한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파장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의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당국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 농무부는 북한 주민 63%가 식량 부족 상태라고 평가했다. 1600만의 북한인이 식량이 없어 고난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은 지난해에는 북한 주민 59.8%가 식량 부족상태라고 판단했었다.

국제적인 이상기후와 수요 확대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은 북한도 예외일 수 없다. 한반도를 덮친 열돔 현상은 지난해 코로나19와 홍수 태풍 피해에 이어 북한 내부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

북한 내부의 불만 확대는 김 위원장이 가장 경계하는 요소다. 김 원장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4월에 “더 간고(艱苦·가난하고 고생스러운)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즉각 30년 전 300만 명이 굶어 죽었던 아픈 과거가 되살아 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혔다. 이런 저간의 사정은 북한이 봉쇄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에서는 통신선 복원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미 국무부는 통신선 복원을 환영하면서 “긍정적인 조치다. 외교와 대화는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마련하는 데 본질적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통신선 복원 발표 후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도 북한의 대화 복귀를 연이어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경계심을 보인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남북한이 동시에 통신연락선 복원을 발표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는 통신선 복원은 시작일 뿐, 보다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돼야 할 필요성을 키운다. 마침 노교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창의적인 노력’이라는 표현은 낯설지 않다. 남북 통신선 복구를 계기로 북미 대화를 재개를 위한 마중물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 본부장은 한미가 인도적 지원에 대해 이미 협력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한미간에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식량 외에 북한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코로나19 백신 제공도 가능한 아이디어다. 우리 정부는 앞서 신종플루 치료제를 북한에 제공하려다 운반용 트럭이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로 포기한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을 유지한다면 미국도 북미 관계 개선 계기 마련이 쉽지 않다. 미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북한 주민의 삶을 어렵게 하는 필요 이상의 대북 제재를 일부 양보하는 통큰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당근’을 희망할 때가 대화의 적기다.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더 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이 이란 핵협상에서 사용하는 협상 전략을 북한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 중국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물론 반대급부는 확실히 해야 한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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