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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거세지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 규제, 우리는?

  •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IT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현재 빅테크 기업과 정부의 전쟁이 한창이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미국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이들 빅테크 기업에 대해 미국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그만큼 이들의 힘이 크고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기원한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의 인수합병 전략을 종합적이고 비판적으로 다룬 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구글은 온라인 검색 및 검색 광고를, 아마존은 온라인 소매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를 독점하고 있고 애플은 아이폰에서 iOS만을 허용하고 있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들은 주요 유통 경로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해 게이트키퍼 노릇을 하고 있고 중요한 특허나 기술을 가진 신생 기업을 빠르게 인수하는 방식(킬러 인수)으로 경쟁을 사전에 차단한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구조적 분할과 사업 부문 제한을 제시했다. 구조적 분리는 이해가 상충되는 사업조직을 분할함으로써 플랫폼에 의존하는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사업 부문 제한은 지배적 기업이 특정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한다.

이 보고서가 출간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페이스북에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소기업이던 왓츠앱(2014년)과 인스타그램(2012년)을 인수한 페이스북 행위가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이었고 이들 인수기업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인수합병 신청 당시 FTC의 판단을 뒤집는 것이다. 당시 FTC는 이들 기업의 규모가 너무 작아 페이스북이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얻어지는 데이터가 페이스북의 소셜네트워크 산업 내 독점적 위치를 강화하는데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미국 하원에서도 이들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맞장구를 쳤다. 모두 5개 법안인데 이 중 ‘플랫폼의 경쟁 및 기회에 관한 법률’은 빅테크의 킬러 인수를 제한하는 법령이다. 이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이 인수합병에 나설 때는 그로 인해 시장의 경쟁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또 데이터 취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수도 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들과 경쟁하면서 이해충돌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법령이다. 이 법에 따르면 이들은 오로지 플랫폼을 운용할 뿐 여기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아마존의 경우에는 자사 플랫폼에서 아마존 베이직스라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백악관에서도 이와 상응하는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독점 규제당국 요직에 빅테크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기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 경쟁정책 담당 보좌관에 팀 우 컬럼비아 법대 교수를 임명했다.

그는 빅테크 기업에 엄청난 부와 사적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비판하는 ‘거대함의 저주’라는 책을 낸 바 있고 ‘망 중립성’ 개념의 창안자로도 유명하다.

지난 6월에는 ‘아마존 저격수’라고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를 FT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녀는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에서 아마존을 19세기 말의 독점 철도사업자에 비유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아마존이 깔아놓은 철도망을 따라가야 함으로써 최대 경쟁자에게 종속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법무부 반독점국장에 ‘구글 저격수’로 유명한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지명했다. 세간에서는 이 세 사람을 빅테크 폭격을 위한 삼각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신 브랜다이스 학파’라고 분류된다. 브랜다이스는 반독점규제로 유명한 대법관으로서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 기업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분할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실제로 그의 입장에 따라 연방대법원은 1911년 당시 최대 석유독점사업자인 스탠다드 오일을 34개 회사로 분할하는 판결을 내렸고 1990년대까지 45개 사건에서 분할을 명령했다. 이러한 입장을 구조주의라고도 부른다.

구조주의의 복귀는 미국 반독점규제에 있어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은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가급적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반독점규제 판정에 있어 비록 시장구조가 독점적일지라도 기업 행위가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리고 소비자 후생 기준을 가격에 맞춰왔다.

리나 칸은 아마존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아마존에 의한 독점이 강화되면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사라진다고 보았다. 또 아마존이 운용하는 플랫폼은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를 상대하는 양면시장이라는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플랫폼은 이용자에게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해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수익은 광고를 통해서 거둔다. 이처럼 플랫폼의 시장지배력과 독점적 지위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가격 상승 여부를 가지고 사회적 후생의 증감 여부를 판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빅테크의 성장은 수많은 경쟁자를 파산시키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데 이러한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전상법 개정안)과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전자는 플랫폼과 소비자 간 불공정행위를 막는 것에, 후자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부당거래를 막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전상법 개정안은 변화된 시장에 맞춰 새로운 용어 등을 반영하고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안에 국한돼 있어 근본적인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온플법은 대형 플랫폼의 계약서 교부 의무와 계약서에 포함돼야 하는 사항을 규정했지만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법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모양새다.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빅테크라고 불리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은 인정하더라도 적지 않은 독과점의 폐해를 끼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에서 논의되고 추진되는 규제 내용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 빅테크 규제는 너무 소극적이고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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