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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김여정과 왕이의 한미연합훈련 반대 공조 의미

북한에 이어 중국까지 반발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미 군사훈련 재개가 남북, 북미를 넘어 미중 관계까지 흔들고 있다. 남북 군사 통신선 개통이라는 호재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된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재개에 대해 북한에 이어 중국까지 반발하는 모습은 동북아의 안보환경의 축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의 긴밀한 대응도 시급하다.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경고할 때까지만 해도 일상적인 수사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나서 한미 연합훈련 중지를 요구하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하는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6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현 상황에서 건설적이지 않다”며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면 긴장으로 이어질 어떠한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은 점을 상기하면서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쌍중단’ 입장의 되풀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도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미국을 견제했다. 김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주한미군 철군을 주장한 것은 중요한 변곡점이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2018년 이후 지도부 차원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공개 거론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북한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한미 연합훈련을 이해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최근 미국이 중국 인권 문제와 대만을 내세워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북중이 연합해 미국에 대한 연합 전선을 형성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중국 압박을 위해 동맹 연합을 추구하는 만큼 북한과 중국도 공동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미국 국무부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가 엄청난 안보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에 대해서는 “방어 성격의 훈련”이라고 대응하며 확전을 자제했다. 하지만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형식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불만을 표하며 한미 동맹에 대한 이간질에 나선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이 사전에 교감을 두고 행해진 것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재개하는 것을 계기로 삼아 노골적으로 연대를 강화하며 갈등 구도를 확산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장기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미국의 불만은 최근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한미 동맹이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예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향해 대화에 나서라고 독려하는 대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미국으로서는 허를 찔린 형국이다.

미국의소리 방송(VOA)에서 워싱턴 싱크탱크인 독일마샬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이 한미 관계를 악화시켜 양국 동맹관계를 약화시키고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며 도발적 행동을 저지를 때 언급을 자제한다”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가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이 2차 북미 정상 회담 이후 37번이나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유엔(UN) 결의를 위반할 때도 북한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상기했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 인사들의 한반도 관련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미국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를 지지하며 외교와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과의 이간질에 나선 사례는 또 있다. 중국은 최근 중국 대표 정보통신 업체 화웨이의 부회장 멍완저우를 체포해 구금 중인 캐나다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간첩 혐의로 체포한 캐나다 출신 대북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에게 11년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아예 중국을 통한 압박을 배제하고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시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북미 대화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조건부 양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VOA에 “중국을 통한 제재 압박을 줄이고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중국이 밀착하는 상황은 북미 대화를 견인해 비핵화 협상을 성사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더욱 곤란하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가운데 남북 군사 통신선 개통이 대미 공세 강화에 나서려는 북한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는 비판을 뒤집어쓸 상황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한국 정부의 배신’이라고 언급하며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할 절대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부분에 주목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 평화 기금 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절대 억제 능력이라는 표현은 핵무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비핀 나랑 교수도 “더 넓은 맥락에서 이를 전반적인 핵 억제력과 태세라고 해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후 도발 대신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이런 상황이 한미 연합훈련 재개로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이다. 이 상황을 우리 정부가 관리 못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다시 버락 오바마 전 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설 수 있다.

미국이 대중 압박을 위한 동맹 연대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북중 연대를 돌파하기 위한 더 높은 차원의 창의적 발상을 하지 못한다면 한중 관계 또한 장담할 수 없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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