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원전 동맹’ 구축…SMR 분야서도 협력 가능성 제기

2025년 경주에 구축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연구소 조감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해외 신규 원전수주를 싹쓸이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원전 동맹’을 구축하면서 국내 원전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에서 원전 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시장에서의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 내부적으로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원전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원전 기술을 수출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어 이번 한미 원전 동맹 구축이 갖는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양국 협력을 계기로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SMR 개발에 대한 여야 공감대 형성?

현재 세계 각국이 SMR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 SMR 분야는 기존 정부의 탈원전 기조 하의 원전 기술 개발과 수출 병행이라는 투트랙 전략에도 명분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한 바 있고 지난달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해 예비타당성사업 대상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2회 혁신형 SMR 국회포럼’에 참석해 “정부가 지난 2일 사업 타당성 확보와 재원 마련을 위해 5800억 원 규모 혁신 SMR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며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 절차가 진행 중으로 관계부처 및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국회포럼 공동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함께 지속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현재 심사 중인 예비타당성조사가 꼭 통과돼 적기에 혁신형 SMR이 개발될 수 있도록 공동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동위원장들을 포함해 이 자리에 참석한 국회 여야 의원들은 늦어도 올해 안에 혁신형 SMR 개발의 첫삽을 떠야 한다는 의견에 서서히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정쟁의 대상이 아닌 혁신과학 분야의 예산과 제도적 지원에 여야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스마트’ 원자로를 개량해 경제성, 안전성 및 혁신성이 대폭 향상된 혁신형 SMR을 개발 중이다. 두 기관은 2028년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후 본격적으로 원전 수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SMR은 대형 원전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지만 사고 시 방출되는 유해물질의 양이 적어 비교적 안전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SMR의 이러한 특징이 미국은 물론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던 한국 정부가 SMR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두산중공업 등 국내 원전 기업 부활 기대

일찌감치 다목적 소형 원전인 스마트 원자로를 개발해 2012년 표준설계인증을 획득한 이후 상용화에 다소 주춤했던 한국은 170㎿ 급 한국형 혁신 SMR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시킬 계획이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형 SMR에 적합한 인허가 체계를 완비하고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위기를 겪고 있던 국내 원전 기업들도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시제품 개발에 나선 SMR이 한미 협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SMR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7월 미국 뉴스케일에 약 5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고 이번 한미 협력으로 핵심 기자재인 주기기 공급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SMR 관련 첫 수주는 발전사 UAMPS가 미국 아이다호주에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해 10월 14억 달러 규모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UAMPS는 2023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 SMR 건설·운영 허가를 신청해 2025년까지 허가를 취득하고 2029년 상업 운전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제2 연구원격인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도 지난 7월 21일 착공했다.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부지에 들어서는 이 연구소는 정부와 경상북도, 경주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미래 원자력 기술 연구와 실증, 산업화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게 목표다. 특히 2025년까지 총 사업비 65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연구소는 우주와 해양, 극지 등 국가 전략 분야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SMR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원자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정부 기관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SMR 시장은 먼저 개발에 성공하는 국가가 유리한 전형적인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과 함께 규제 기준 정립이 투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SMR도 원전이기 때문에 건설 부지 선정이 상당히 예민한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부지 선정을 위한 위원회 등을 즉시 설립해 정부 스스로 SMR 시장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