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핵잠 기술 이전키로 한 美, 한국 등 타동맹국 확대엔 선긋기

장보고-Ⅲ급인 신채호함. (사진=해군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동북아지역에 핵추진 잠수함 도입 열기가 불고 있다. 북한이 핵잠수함 개발을 공언한 데 이어 미국이 이례적으로 호주에 핵잠수함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미국·영국·호주의 핵잠동맹인 ‘오커스’(AUKUS)가 창설됐다. 중국에 대한 3국의 새로운 안보협력체인 오커스가 등장하면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도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오커스 창설로 뒤통수를 맞은 프랑스가 홧김(?)에 한국에 핵잠수함 관련 기술 이전을 협의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도 차기 총리를 노린 후보 중 2명이 핵잠수함 보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TV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은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특히 ‘북한이 실제로 핵잠수함을 배치할 것에 대비해 그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을까’, 아니면 ‘미국 지원이나 양해가 없이 우리 기술력만으로 핵잠수함 확보가 가능할까’ 등의 다양한 의문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력연구원 한국형 SMR 기술 활용 가능

국방부는 지난해 8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장보고-Ⅲ잠수함’ 건조계획을 밝혔다. 공식적으로 핵추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4000톤 급에 달하는 장보고-Ⅲ가 사실상 핵잠수함을 의미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설계 및 건조 능력에 대한 믿음, 즉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핵추진을 위한 소형 원자로 기술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상용화 과정을 거치면 수년 내에 시운전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많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 기술의 핵심이 바로 소형모듈원자로(SMR)다.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핵잠수함 건조에 나선다면 원자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해온 한국형 SMR인 ‘스마트’(SMART)를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원자력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이는 옛 소련이 붕괴된 1990년 대 초에 러시아로부터 잠수함 원자로 설계도를 구입한 것이 원천기술이다. 러시아 핵잠수함 원자로 제조회사 OKBM으로부터 받아 해수담수화용 원전으로 추진됐던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해수담수화용 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 원자로’(열출력 330㎿)와 이를 5분의 1 규모로 축소한 실증로인 ‘스마트-P’(열출력 65㎿)를 개발한 전례가 있다.

스마트 원자로는 분산전원과 해수담수를 이용한 것으로 핵잠수함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잠수함에서 가동하는 기술과 모든 것을 일체형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설계 기반이 뒤따라야 한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면 기술적으로 잠수함의 원자로 장착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부분 원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미원자력핵협정’과 ‘핵공급국그룹’ 규제 피해야 핵연료 확보

한국의 핵잠수함 현실화 문제는 기술력은 가능할지 몰라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핵잠수함 도입은 미국 동의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핵잠수함용을 가동하기 위한 핵연료 조달 문제가 핵심 관건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핵물질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는 한미원자력핵협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독자적인 핵잠수함 건조 가능성을 미국에 타진했지만 미국은 아직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김현종 당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원자력협정과 핵추진잠수함은 완전히 별개로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산 우라늄을 20%까지만 농축할 수 있고, 이를 무기로 전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농축우라늄을 무기로 전용하는 것이 아니라 잠수함 추진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별개라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김 제2차장은 이어 지난해 10월 비공개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핵잠수함용 핵연료 제공 여부를 요청했지만 미국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 핵공급국그룹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등도 발전소용이 아닌 잠수함용 우라늄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국내법으로 개별 기업의 군사목적 핵물질 수출을 원천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오커스 발족과 관련해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게 핵잠수함 관련 기술을 지원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확실하게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전 정부와 달리 핵 비확산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비확산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은 변하지 않았다”며 호주에 대한 지원은 “선례가 되는 것이 아닌, 예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등에 대해서는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셈이다.

프랑스가 기술 이전 의향 내비쳤지만 미국 동의 필요

호주가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반(反)중국 전선에 선봉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을 빗대면서, 미중 패권경쟁 구도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태도가 지적되기도 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수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정책분석관은 지난달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서 “현재 한미 동맹은 견고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핵잠수함 기술과 같은 더 많은 자원을 공유하려면 한국이 한미동맹에 대한 더 큰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하루 전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미국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핵잠수함을 개발해왔는데 이 기술이 적국으로 흘러 들어가면 미국 핵잠수함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며 “미국은 기밀정보 보안 문화가 철저히 잘 갖춰진 정말 가까운 동맹국에만 잠수함 기술과 기밀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국은 중국에 대한 두려움과 북한의 공격 방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안보 상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도·태평양 방어에 중점을 둔 3국 동맹 작전에 참여하거나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한국이 핵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이 한반도에서 전략적인 의미나 작전적인 의미가 없기 때문에 미국은 관련 기술을 한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커스에 불만을 품은 프랑스가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를 통해 핵잠수함을 포함해 한국과 국방 협력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핵공급국그룹인 프랑스가 미국 승인 없이 한국에 핵연료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다만 오커스 발족으로 호주와 계약한 77조 원에 달하는 잠수함 수출 사업을 날려 버린 프랑스의 반발을 미국이 달래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 미국, 프랑스 3국이 연계된 해법 중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에 프랑스가 기여하는 방안이 거론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