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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한미 종전선언 합의해도 北 수용 여부 관건

  •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전쟁 종전 선언에 대한 한미간의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유도 노력에 미국도 응하면서 사실상 문안 정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북한이 응할지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전문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한국과 미국의 종전선언 논의가 문안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종전선언 논의가 잘 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달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순서와 시기, 혹은 조건 등에서 다소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양국간 갈등 가능성이 제기됐던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됐음을 보여주는 예다.

폴리티코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관계 개선을 목표로 첫 단계로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과의 대화를 앞두고 동맹국과 조율 노력 일환으로 문안 논의를 하고 있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문구를 어떻게 포함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교착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폴리코가 인용한 소식통은 종전선언의 형식과 내용은 대부분 확정됐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비핵화 문구 합의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난제는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에 응하게 하거나 최소한 묵살하지 않도록 어떻게 문구화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을 포함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을 종전선언에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핵심 사안임을 지적한 셈이다. 한미 간에 종전 선언 합의가 이뤄져도 북한과 중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소식통의 언급대로라면 미측이 종전선언과 관련해 우려해온 유엔(UN)사령부 지위 문제와 주한미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현 정전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한미가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종전선언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정대로 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의미를 더 부여했을 수 있다.

사실 한미 간에 종전선언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핵심은 비핵화를 어떻게 언급하고 정의할지이다. 미국은 비핵화 언급이 없는 종전 선언에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한미가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준의 내용을 담아서는 북한을 끌어들일 수 없다. 정교한 외교적 수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보도에 대해 미 국무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무부 당국자는 폴리티코 보도에 대한 진위 여부를 묻는 질의에 개별 외교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 병력의 안위를 증진시키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잘 계산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으로 북한과의 교류를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가 없으며,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언을 거듭했다. 이는 종전선언에 대해 한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조건을 준비하고 있지만 제재 완화와 같은 당근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국자는 또 “북한이 우리의 접근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면서 “북한을 가장 잘 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부분은 한국은 물론 일본도 종전선언 협의에 포함돼 있음을 보여준다.

폴리티코가 접촉한 당국자는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에 앞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등 ‘적대정책 철회’ 등을 요구했지만 “대화의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은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전선언에 많은 조건이 있기 보다 종전선언을 통해 많은 조건을 해결한다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을 하루라도 빨리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종전선언에 대해 한미간 조율이 어느 정도 마무리 과정에 들어갔다”면서 “종전선언을 한다면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전에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시사했고 북한 선수단의 참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미간 합의가 이뤄지면 베이징 올림픽을 기다리기보다는 북한과 중국을 접촉해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일 수 있다.

앞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다시 추진할 의사를 보이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흥미롭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하면서 “(남쪽이)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상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후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특별한 추가 언급이 없다.

폴리티코도 현재까지 북한이 종전선언에 응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성사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제기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내년 5월에 끝나기 때문에 지금 종전선언에 합의할 경우 차기 정부에서 종전선언을 지속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어찌 보면 미국도 북한이 종전선언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을 수 있다. 종전선언 협의를 위해 북한이 대화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성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1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도 차리지 못했다.

한 당국자는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북한과 외교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유”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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