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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한미중 급박한 외교전…中 “종전선언 지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전선언을 둘러싼 한국, 미국, 중국의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지만 아직은 안갯속을 걷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종전선언 참여를 유인한 데 이어 중국의 지지를 끌어냈지만, 북한의 입장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말과 12월 초를 관통하는 한 주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의 방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 실장의 방중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의 회담이 이뤄졌다. 2022년을 한 달,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5개월여를 앞두고 벌어진 치열한 외교전이었다.

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국이 희망해온 종전선언을 무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외교라인을 통한 종전선언 협의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오스틴 장관이 방한했다. 오스틴 장관의 방한은 외교적으로 종전선언을 추진하면서도 한미 동맹과 대북 억지력을 유지해야 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 위한 일환으로도 읽힌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53차 연례 한미 안보협의회(SCM)는 종전선언과 무관하지 않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연합방위 태세를 향상하고 모든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새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SPG는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첫 단계다.

이는 북한의 남침을 가정한 '작계 5027’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의 참수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작전계획 5015’를 최신 상황에 맞춰 수정한다는 뜻이다. 한미가 참수 계획을 수정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 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응이 반영될 것은 확실하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의 방한에 동행한 고위 관료는 북한의 진전된 핵, 미사일 역량을 염두에 둔 새로운 작전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작계를 구성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향후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면서 일정 부분 미국의 양보가 이뤄질 것을 고려한 내용도 담긴다는 가정도 가능해 보인다.

전작권 전환 추진도 새로운 작계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번 SCM에서 한미는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우리 군의 군사적 역량에 대한 검증 절차인 미래연합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내년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FOC가 미뤄지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불가능해 졌지만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둔 셈이다. 전시 작전권이 미군이 아닌 한국군으로 넘어온다는 것은 남북 관계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이다.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이 미국의 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새 작계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넘어 북한 정권의 본질과 목표, 전략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작성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작계가 북한과의 공전을 염두에 두고 수정될 상황을 경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내 강경파의 비판을 의식한 듯 서 장관도 “종전선언은 정치적·선언적 의미이며 작전계획을 위한 SPG와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 역시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이며 북한과의 외교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신중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계속 택하겠지만 강한 억제력과 준비 태세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한미간에 종전선언, 작전계획 변경,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줄지어 맞물리며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침 중국이 종전선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인 것도 향후 상황 전개가 급박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양 정치국원은 중국 톈진에서 서 실장과 회담하며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하며,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한미 양측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고 그 이전이라도 정상 간 필요한 소통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종전선언이 급물살을 타면 한중 정상이 통화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지지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이 종전선언에 찬성하면 북한도 중국의 의사를 쉽게 무시하기 어렵다.

이제 남은 것은 김 위원장의 반응이다. 12월 중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중 간의 결론이 나오면 이에 대해 내년 1월1일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화답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신년사를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20년 신년사는 2019년 연말 당 전원회의 연설로, 올해는 신년사는 8차 당대회 연설과 연하장으로 대신했다.

북한은 이미 종전선언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 철회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한미가 북한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내놓지 않으면 북한이 기존 태도를 바꾸어 종전선언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물론 김 위원장도 돌파구가 필요하다. 오는 12월 30일은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 지도자에 오른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해다. 김 위원장도 이때를 맞아 경색된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돌파할 계기를 찾으려 할 수 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탔던 시발점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 김 위원장이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정치, 경제, 문화, 국방부문 등 국가사업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긍정적 변화들이 일어났다고 평가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집중적으로 추진해온 경제 개발이 성과가 있었다고 한 만큼 북미 간 대화가 시작돼도 약자의 처지가 아니라 당당하게 나설 수 있다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힘의 우위에서 협상한다는 미국에 입장에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북의 자신감이야말로 북미 대화 재개의 첫 단추가 되기 때문이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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