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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미국의 핵 전략 수정과 종전선언…한국의 선택은?

  • 미국은 지금껏 전략적 모호함이라는 정책으로 핵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적성국에 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정책을 수정해 더욱 명확한 핵 사용 조건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의 핵전략 수정이 임박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 핵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문제인 만큼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종전선언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경우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미국의 핵 정책 변화에 대대 한국은 북한 비핵화에만 집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미국은 정권이 교체되면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한다. 통상 정권 교체 1년 후에 발표되는 것을 고려하면 2022년 1~2월 사이에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

이번 핵 태세 검토보고서는 메가톤급 위력을 지녔다는 게 한미 정계와 외교가의 평가다. 미국이 기존 핵전략을 송두리째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껏 전략적 모호함이라는 정책으로 핵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적성국에 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정책을 수정해 더욱 명확한 핵 사용 조건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선제적 핵사용 금지정책이다. 선제적 핵사용은 상대국의 핵 발사 조짐만 있으면 선제적으로 공격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이 선제 타격을 통해 상대국의 핵을 무력화한다는 전략이지만 호전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의회 진보 진영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비판해온 전략이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한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지지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과 지난해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단일 목적’ 핵전략을 지지했다. 단일 목적 핵전략은 미국이 본토에 대한 핵 공격 이외에는 핵으로 응수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핵 공격을 받아야만 핵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전제가 중국과 러시아의 오판을 불러와 핵 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 근거한다. 지난 4월 미 상원에서는 핵 선제 사용 금지 법안도 발의됐다.

러시아, 중국의 핵 위협을 받은 미국 동맹국들의 입장은 미국과 다르다. 미국이 핵전략을 수정하면 미국의 핵에 의존하고 있는 동맹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핵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이 같은 핵전략이 공식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되자 동맹들이 반발한 이유다. 특히 유럽, 일본 등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고노 다로 전 일본 외무상은 헤리티지 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패티 제인 겔러 해리티지 재단 원자력 전문가는 “중국이 핵무기를 그렇게 많이 추가하고 있는데 왜 지금 억제력을 약화하는 행위에 나서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도 동맹의 불만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이 NPR에 선제적 핵사용 금지 전략을 채택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미국이 대신 단일 목적 전략은 보고서에 담을 것으로 정했다고 했다. 동맹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여전히 미국의 핵우산이 상당 부분 사라지는 효과를 맞이할 상황이다.

미국 정치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의회 보좌진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압박을 위해 병력을 증원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핵전략을 수정하면 동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핵전략 변경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도 떼어 볼 수 없다. 북한은 이미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롭다고 반응하면서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를 종전선언 전제조건으로 제기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정책 변화를 적대시 정책의 변화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운영위에서 “종전선언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미국의 핵태세 검토보고서”라고 지적하고 정부에 대응을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시 태 의원은 서훈 국가안보실장에 크리튼 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하면 단일목적 전략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서 실장은 “핵심은 핵 확장 억제에 대한 확고한 보장과 이행”이라면서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부담스럽다고 평가한 바 있다. 태 의원과 서 실장의 발언을 풀어보면 미국의 NPR 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분명히 느껴진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단일 목적만 NPR에 포함해도 미국의 핵 공격 위협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희망하는 종전선언 논의 참여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북한이 종전선언은 물론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오거나 아예 거부할 경우다. 미국의 핵우산이 사실상 훼손된 상황에서 북이 적극적으로 비핵화에 나설 필요성이 낮아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 개발에 나서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는 한 핵과 미사일을 축소 정책을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상징성이 큰 종전선언에 비하면 바이든 정부의 NPR은 대한민국 안보에 실질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사안이다. 중국, 러시아의 미사일이 한국을 향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모든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통한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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