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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발톱 드러낸 美 연준…마침내 시작된 금리 인상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마침내 숨겨왔던 매의 발톱을 제대로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는 내년 상반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수십 년간 볼 수 없었던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이 전환을 예고하자 영국도 곧바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소용돌이가 몰아치며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지속되며 인플레이션 수준을 높이고 있다”면서 내년 1월부터 현재 매달 150억달러인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규모를 300억달러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내년 3월 테이퍼링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연준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 지원을 위해 금리 인하와 함께 내놓은 시장 유동성 공급 대책이 마침내 종료되는 셈이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경제 지원을 위해 매월 1200억달러의 채권을 매수해왔다. 이번 계획에 따라 연준은 내년 3월 이후 더 이상 채권을 사들이지 않게 된다.

연준은 지난 11월 테이퍼링을 결정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급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 급등이 원인이다. 연준이 더 이상 인내를 가지고 완전고용 목표 달성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중앙은행의 임무에 고용이 주목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핵심 임무는 인플레이션 차단이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 범위를 넘어 무섭게 치솟으면서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들고 있는 무기는 금리 인상이다. 테이퍼링 조기 종료는 신속한 금리 인상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연준은 과거에도 테이퍼링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이 별도로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18명의 위원들은 모두 내년 금리 인상에 점을 찍었다. 이는 앞서 9월 점도표가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대 50으로 제시했던 것과 비교된다. 시장은 상반기 내 금리 인상을 확실시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3월 금리 인상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다.

내년 금리 인상에 반신반의하던 연준이 달라진 것은 3개월 사이 급격하게 치솟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연준의 급선회(pivot)가 필요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8%, 도매물가지수(PPI)는 9.6%나 치솟았다. 도매물가가 소매물가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도 크다.

연준은 줄곧 유지해온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이제 인내심을 유지할 상황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별도 회견에서 “경제는 빠르게 완전 고용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경제에 대한 지원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도 상당 기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에 대해 월가는 이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연준의 선언이 있던 날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는 테이퍼링이 끝나는 내년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45.5%까지 높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20%였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예측은 6월에 이어 5월을 거쳐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증권도 첫 금리 인상이 3월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을 변경했다.

미국이 ‘비둘기’에서 ‘매’로 변신을 준비 중이라면 이미 매가 날개를 펼쳤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연준의 발표 다음 날인 지난16일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0.15%포인트 인상했다.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중 첫 금리 인상이다.

모든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채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같은 날 “내년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고했다. 일본 중앙은행 역시 금리 인상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연준이 매파로 변했지만, 여전히 비둘기의 탈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의 금리 상단은 0.9%에 그친다. 2023년에도 3차례의 인상을 해도 금리는 1.6%에 불과하다. 2024년에도 2.1%의 금리가 예상된다.

마이크 로젠거트 이트레이드파이낸셜 투자전략 이사는 “내년 세 차례의 금리 인상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 영역에 머물게 된다”고 예상했다.

크리쉬나 구하 에버스코어 ISI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이번 성명이 매파적이기도 하지만 극단적이지 않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비둘기적인 성격도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무조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준의 발표 다음 날 1.42%로 내려왔다. 내년 금리 인상이 예고됐음에도 시장 금리는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발표 당일 급등했던 2년물 국채금리도 하락했다. 장기 금리 하락은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이다. 미국 경제 성장 전망도 결국에는 2%대로 다시 내려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파월 의장은 고용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그는 실업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경제활동 참여율은 여전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상황과 대량 퇴직(great resignation) 물결이 연준의 목표인 최대 고용을 향한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파악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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