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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주한 미국 대사의 부재…위기일까, 기회일까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한 미국 대사의 공백은 정말 한미 관계에 위기일까. 어찌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사였던 해리 해리스 전 대사의 예를 보면 그가 한미 동맹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큰 의문이 든다는 평이 많다.

해리스 전 대사는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 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카드’였지만 양국 외교 관계를 봤을 때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의 재임 기간 벌어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대표적인 예다. 그가 주재국에 대한 무례한 행보를 했다는 비판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주한 미 대사의 부임 시기보다는 대사의 위상이 더 중요하다. 주미 한국대사의 위상은 장관급이다. 미국은 국무부 부차관보급이 부임해 왔다. 미국이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주요7개국(G7)급으로 격상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수준의 주미대사를 임명해서는 한미 관계의 격상을 상징하기 힘들다.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지만 그를 중량급 인사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한미 관계의 위상은 오바마 정부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격상됐다. 정치 관계가 아니라 한국의 경제적 위상 확대가 한미 관계의 변화를 주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후 미국에 대규모 경제 투자를 한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위기에 빠져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미국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초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발표했고 미국 정부도 이를 크게 반겼다.

과거 미국이 포기했던 반도체 제조는 물론 미국이 중국과의 전기 자동차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배터리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 정가에 익숙한 한 인사는 최근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만 내세워도 미국에 큰소리를 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그토록 필요로 했던 투자를 한 국가에 걸맞은 인사를 대사로 보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히는 평가다.

주한 미국 대사 임명이 지연되는 사태에 한국도 책임이 있다는 진단도 있다. 외교가에 정통한 한 거물급 의회 인사는 한국이 대사를 빨리 보내 달라는 요청보다는 종전 선언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미측에 빠른 대사 부임을 요청했다는 우리 외교부의 해명과는 온도 차가 느껴 진다.

주한 미국 대사는 이제 국무부 출신 전문 외교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오는 자리로 변화했다. 이미 리퍼트 전 대사와 해리스 전 대사는 특임 공관장이었다. 특임 공관장이다 보니 정권 교체 후 물러나는 게 당연했다. 덕분에 주한 미국 대사 자리는 지금껏 주인을 찾지 못한 채다. 대신 거물급 인사가 올 수 있는 기반도 된다.

한국계 인사나 지한파 인사가 온다고 반길 이유도 없다. 오히려 대사의 ‘체급’이 더 중요하다. ‘헤비급’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라이트급’은 안 된다. 명망 있는 인사를 배치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게 중요하다.

북미 관계를 고려하면 전문 외교관 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나 전문외교관이 아닌 인사가 주미 대사를 역임했다. 한국계이자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한 성김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있는 상황도 이런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주중 대사에 전문 외교 관료 출신인 니콜러스 번즈 전 국무부 차관이 부임한 것도 변수다. 미국은 최근 중국에 특임 대사를 배치했지만 이번에는 전문외교관을 배치해 양국 외교 방향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렇다고 아무 인사나 받을 수는 없다. 트럼프 전 정부 시절 주 캐나다 대사와 유엔대표부 대사를 지낸 켈리 크래프트 전 대사의 경우 자격 미달이었다는 평가가 팽배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대가로 핵심 우방인 캐나다 대사에 임명된 크래프트 전 대사는 부임지인 캐나다를 비우고 수시로 미국을 오갔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이후 미국에서도 장관급인 유엔주재 대사로 영전해 활동할 당시에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한국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주한 미국 대사가 필요하다. 해리스 전 대사가 한국에서 겉돈 것도 한국인의 정서를 파악하지 못한 임명권자의 실수다. 군인 출신으로 권위적이었던 데다 일본계라는 사실은 한국인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필자도 행사장에서 만난 해리스 전 대사에게 인사하자 질문은 받지 않는다며 단호히 외면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한 외교가 인사는 관료나 참모 스타일보다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대사가 더 현대 외교에 어울린다고 했다. 업무 역량보다는 주재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대사가 어떻게 처신하는지에 따라 양국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대사의 행동과 말 한마디에 양국 관계가 흔들릴 수도 있고 끈끈한 정을 나눌 수도 있다. 총독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받은 해리스 전 대사가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은 이유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다음 주미 한국 대사에 대해서도 깊은 고려를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주미대사인 조윤제 전 대사는 경제학자 출신이었다. 이수혁 현 대사는 전문 외교관 출신이지만 미국보다는 유럽 전문가였다.

이 대사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이례적으로 국무부의 반박 논평까지 나오게 한 바 있다.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한인 총격 사망 사고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 동포들의 인심을 잃기도 했다.

미국에 요구하기에 앞서 우리도 미국은 물론 교민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인사를 발굴해야 할 숙제가 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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