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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외교 전문가 명성에 금이 간 美 바이든 대통령

2년차도 장담 못해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12월 30일 델라웨어주 월밍턴에 있는 사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새해를 불과 이틀 앞둔 상황에서 백악관을 떠나 연말을 즐기던 중 예정에 없던 정상 외교에 나선 것은 분명 이례적인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의 취임 첫 해 외교 분야 혼란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다는 의미이다.

2022년을 이틀 앞두고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상호 견제와 기싸움으로 끝났다. 갈등에 대한 아무런 해법 없이 해를 넘기게 됐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이 돌아왔다며 동맹외교를 강화했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는 등 오히려 상황이 악화한 경우도 많았다.

프랑스와의 갈등,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대표적 예다. 이란의 핵합의 복귀 협상도 혼선을 겪은데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며 외교 전문가라던 바이든 대통령의 명성에는 금이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과의 대화도 1년간 한 치의 진전도 없었던 만큼 2년차에도 겹겹이 쌓인 외교 난제들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CNN방송도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내년에도 안정권에 접어들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미국의 최신 전투기인 F-35 구매에 나선 아랍에미레이트(UAE)가 입장을 바꾼 것은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통제 역량의 한계를 여지 없이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도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외교적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하자 강경모드로 돌아섰다. 이란은 최근 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이번 발사는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이 난항 중인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이란의 대미 압박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러시아와의 갈등은 유럽을 에너지 위기로 몰아 넣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천연가스를 앞세워 바이든 대통령을 연일 압박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경제 제재를 앞세워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였다. 미국이 스스로 군사 행동에 제약을 걸면서 오히려 푸틴 대통령의 기만 살려준 셈이 됐다.

유럽이 사용할 천연가스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푸틴은 너무나 당당히 미국에 맞서는 중이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추가 제재에 대한 내성을 가진 데다 오히려 유럽행 가스관을 잠그겠다고 압박에 나서며 미국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4강 중 3개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간의 갈등은 북·미와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미간에 종전선언 문안에 대한 사실상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언급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대북 대화에 주력한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미국의 희망과 달리 북한은 미국을 외면했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에는 장벽이 높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주고 받은 친서에서 “적대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미국에 맞서 힘을 합한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는 미·중 관계 갈등이 북·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향후 상황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수잔 손턴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미국의소리방송(VOA)과의 회견에서 “2021년에는 북한과 대화 노력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에 미·중 긴장이 북한 문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손턴 전 차관보 대행은 향후 상황이 더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중 긴장 상태가 계속되거나 악화한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노력이 있어도 진전을 이루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관점과 관계는 미국,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리라 가정하는 것은 실수라고 경계했다.

마침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하는 모습은 북·미관계에 더욱 부정적이다.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은 내년 3월 패럴림픽까지 이어진다. 최소 3월까지는 북·미 관계가 해소될 여지가 없다는 의미이다.

바이든 정부 첫해 침묵하던 김 위원장이 행동에 나설 경우 북·미 관계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처럼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변곡점이 3월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정치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내년 3월 한국 대선을 앞두고 중대 도발이나 매력공세, 또는 이 둘의 조합을 통해 내년 바이든 대통령의 어젠다에 끼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도발을 선택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유화적으로 나선다 해도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과 갈등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의 향배도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 의회가 중국, 북한에 유화적이지 않은 것도 변수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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