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 대딸방 이어 '관음방'등장30분 3만원 비용 지불 매직미러 너머 여성 훔쳐봐 알몸 노출 서비스도성매매·유사성행위 없지만 퇴폐변질·확산 우려 커

최근 충격적인 제보가 날아들었다. 키스방, 대딸방에 이어 새로운 '방'이 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관음플레이방(관음방)'이 바로 그것.

이곳에선 유리 너머로 여성을 훔쳐보는 게 전부다. 직접적인 성관계는 물론 유사성행위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선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12일 오후 8시 관음방을 찾았다. 문제의 업소는 통행이 없는 후미진 골목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간판도 없이 영업을 벌이고 있어 업소를 찾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은 광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입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 일부는 온라인 카페 등에서 얻은 정보로 이곳을 찾기도 한다.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자 철문이 나왔다. 문고리를 잡고 당겨봤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찰나, 문 너머에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육성이 들려왔다. 손님들이 서로에게 노출되는 걸 꺼려 손님들의 동선이 중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후문이다.

2, 3분 정도를 기다리자 '철컹'하고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곳 종업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인사를 건넸다. 어두운 조명이 낮게 깔린 복도 양쪽에는 작은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종업원에 따르면 비용은 30분에 3만원, 1시간에는 5만원이다. 기존의 키스방이나 대딸방 등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었다.

30분 비용을 지불하자 이곳 종업원은 숫자가 적힌 열쇠를 건네줬다. 기자에게 배정된 방 번호다. 종업원에 따르면 이곳에선 여성을 지명할 수 없다. 주어진 번호에 따라 여성이 결정되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복불복인 셈이었다.

해당 번호가 적힌 방을 찾아가려고 하자 직원이 길을 막아 섰다. 핸드폰과 가방 등 소지품을 맡기라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촬영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최근 촬영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종업원이 절대 촬영을 말아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가방과 핸드폰을 카운터에 넘겨주고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지정된 방 앞에 이르렀다. 방문을 여니 3평 남짓한 공간이 나왔다. 내부엔 소파와 식탁, 세면대와 변기가 전부였다.

식탁 위에는 간단한 음료와 티슈, 러브젤이 준비돼 있었다. 방의 전면은 유리로 돼 있었다. 손님방에서만 건너 방을 볼 수 있는 이른바 '매직미러'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매직미러 너머 방에 불이 꺼져 있어 확인이 불가능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중 불이 들어왔다. 건너편에는 20대 초ㆍ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침대에 엎드려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얇은 민소매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 아래로 몸매가 훤하게 드러나 있었다. 여성의 주의를 끌기 위해 '노력'을 해봤지만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진짜 이쪽이 보이지 않는 눈치였다.

관음방의 콘셉트는 여성의 일상을 훔쳐보는 것처럼 보였다. 이 여성은 수시로 포즈를 바꾸며 조금씩 신체를 노출해갔다. 10분여가 지나자 이 여성은 민소매 티셔츠를 펄럭이며 덥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그녀는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5분 간격으로 민소매 티셔츠, 하의, 속옷 등을 차례로 벗었다. 25분이 된 시점에서 이 여성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됐다. 업체 측의 서비스는 여기까지였다. '나머지'는 손님의 몫인 셈이다.

30분이 되자 똑똑 방문을 두드렸다. 시간이 다 됐다는 것이었다. 문을 여는 것과 거의 동시에 건너편 방의 불이 꺼졌다. 방을 나서 카운터에 이르니 종업원이 맡겨놓았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겨줬다. 문득 이곳에선 과연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질문에 종업원은 성매매나 유사성행위 등은 절대로 금하고 있다고 펄쩍 뛰었다. 타인의 나체나 성관계를 엿보는 데서 성적 만족을 느끼는 '관음증'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어서다.

따라서 이곳은 손님과 여성이 실제로 마주칠 수 없게 해놨다. 여성용 대기실과 입구 등이 손님들의 것과 별도로 마련된 것도 이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경험해본 관음방은 사회의 미풍양속에 반하는 변태업소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성매매나 유사성행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땅히 처벌할 기준이 없는 셈이다. 당연히 단속할 근거도 없다.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경찰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영업 중인 관음방은 2, 3개가 고작이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가격이 다른 퇴폐업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과 법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서 관음방이 삽시간에 번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키스방이 그랬고 대딸방이 그랬다. 좋은 '서식 환경'을 바탕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급기야 학교 인근이나 주택가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뒤늦게 정부가 유사성행위에 대한 처벌기준을 만들면서 제동을 걸긴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현재 서울에서만 수백 개에 이르는 은밀한 방들이 성업 중이다. 법망을 피해가는 변태ㆍ퇴폐업소는 지금 이 시간에도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송호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