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도로 드는 길' 역사와 동행하다

[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강화도용흥궁서 연미정까지 걸으며 느끼는 고려·조선·근현대사의 자취

2009-09-22     주간한국
종착지 연미정
한때 우리나라의 수도였던 강화도는 심도(沁島)라 불리기도 했다.

화남 고재형 선생이 1906년 강화의 각 마을 명소를 직접 방문하면서 269수의 한시를 짓고 그 마을의 풍랑, 인물, 생활상을 설명한 산문을 곁들인 기행문집<심도기행>이 있는데 강화 걷기여행의 첫 코스를 <심도로 드는 길>로 이름 붙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재 강화에는 걷기 여행 코스를 강화도 시민연대 강화군 관광개발 사업소 주도로 개발 중인데 우선 4개의 59Km 스가 마련되어 있다.

그 첫째는 <심도로 드는 길>그 둘째는 <바닷가 돛대길>, 셋째는 <고려 왕릉 길>,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노을 길>이다. 그 중 천 을 넘나드는 시간여행 길인 <심도로 드는 길>은 고려 때 잠깐 동안이었지만 수도였던 강화 섬의 중심을 걸으며 역사의 흐름을 풍경과 유적에서 느껴보는 코스이다.

고려와 조선,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많은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고 확인하며 걷는 길이 <심도로 드는 길>이다. 고려 왕자들이 마셨다는 왕자정(王子井)과 고려 궁터에서 고려의 항몽 역사를 만나고, 용흥궁에서 강화도령 원범이의 아름다운 사랑과 철종의 소설 같은 역사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또 칠백 년이 넘도록 한자리를 지켜 온 은행나무 아래서 억울하게 숨진 노비의 한탄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심도로 드는 길>은 용흥궁(유형문화재 20호)에서 시작된다. 조선의 25대 임금이었던 철종이 왕이 되기 전 살던 초가집이다. 철종이 등극하기 몇 달 전부터 밤마다 신비한 빛이 비쳐서 이 곳 마을 사람들의 사이에는 '용(龍)이 일어날 것(興)'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 이야기에서 용흥궁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원래 초가였던 것을 철종이 등극한 지 4년 때 되는 해에 강화유수 정기세가 소박한 사대부의 반가(班家)로 고쳐 지었다.

용흥궁의 뒷문으로 올라오면 성공회(사적424호)성당을 만난다. 전통적인 한옥의 외형에 바실리카 양식의 예배공간으로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 특이한 교회다. 성당 앞의 태극문양이 들어간 삼문이나 성당 뒤편의 전통 양반집 모양의 사제관, 팔작지붕의 장방형 건물인 본당은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하다.

강화를 오가는 길에 진짜 한우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김포 다하누촌'(031-984-1170)에 한번 들러보자. 강화대교 초입인 김포 월곶면 군하리에 조성된 한우고기마을은 김포시와 영월 다하누촌이 제휴해 만든 곳으로 영월 다하누촌과 마찬가지로 다하누촌이 직영하는 한우 정육점과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한우고기 타운을 이룬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다하누 정육점에서 등심, 안심, 채끝, 육회, 모둠, 업진살 등 한우의 맛있는 부위를 취향대로 구입해 주변 식당에서 부담 없는 비용으로 구워 먹으면 된다.



글, 사진 정보상 (여행작가, 와우트래블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