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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제 태풍에 '철밥그릇'이 흔들린다

연봉제 태풍이 불고 있다. 올해부터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대거 연봉제를 도입했거나 그럴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부터 시작된 공무원 연봉제는 태풍으로 핵으로 꼽히고 있다. 공무원 연봉제는 정부투자기관은 물론 민간에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봉제는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일정한 근속기간에 따라 호봉이 자동적으로 상승하는 호봉제와 달리 능력과 평가에 따라 월급봉투의 두께가 달라진다. 매년 연봉을 책정하는 만큼 대부분 피고용자 입장에선 대단히 피곤하고 신경쓰이는 제도다. 게다가 연공서열이 생활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후배’보다 연봉이 적을 경우 회사나 가정 등 사내외에서 ‘체면’이 심각하게 손상을 당할 수 있다. 또 회사측의 ‘퇴출압력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노동계가 사용자와 노동자가 1대1로 임금계약을 맺는 연봉제가 확산될 경우 노조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급여체계뿐만 아니라 직장문화와 노사관계, 더 나아가 신분안정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공직사회는 벌써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처럼 술렁이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은 민간쪽보다는 변화의 강도가 약한 편이지만 그동안 공직사회는 신분안정의 보증수표로 통할 정도로 안정된 직장이었기에 이들이 체감하고 있는 쇼크는 엄청나다.

결국 공무원들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극복하는데 공직사회가 적극 앞장서야 하고, 정부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아무래도 뒷통수를 맞은 기분을 떨칠 수 없다며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감원·감봉을 당하고도 ‘개혁의 걸림돌’‘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일년내내 받았고, 이같은 비난에도 제대로 항변조차 못했기에 더욱 그렇다.

건설교통부의 한 간부는 “요즘처럼 직업에 회의를 느껴본 적이 없다. 공무원이 무슨 동네북인가. 공무원은 나름대로 사명감과 자존심이 있다. 국민들은 공무원들을 손가락질하고, 새 정부는 공직자를 마치 ‘공적’처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고위 공무원는 연봉·계약제로, 중하위직은 성과급제로 업무보다는 자신의 진로 문제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가 심하다. 3급 국장급이상 고위 공무원 1,800명을 대상으로 연봉제가 도입된데다 보건복지부가 국립의료원장을 공모해 임명하기로 하는 등 고위직을 최대 30%까지 계약직 형태로 민간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한 상태여서 더욱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현재 1급으로 한정돼 있는 신분보장 예외 범위를 2급까지 확대적용하기 위해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지난해 적극 검토하다 중단한 것도 이같은 공직사회의 동요를 우려해서다.

경제부처의 경우 국가와 경제를 망친 원흉, 환란의 주범이란 ‘욕’을 먹고 있는 탓에 동요가 더욱 심한 상태다. ‘그래, 할테면 해봐라’는 식의 냉소주의가 펴져 ‘복지부동’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 간부는 “좋은 시절 다갔다. 차라리 나가고 싶지만 예전처럼 마땅한 자리도 없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난리’를 치지만 지나면 별일 없었다. ‘소나기’는 우선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연봉제와 계약제에 대한 공무원의 대체적인 시각은 우려와 냉소, 그리고 기대로 집약된다. 우선 연봉이 과연 합리적이고 설득력있게 책정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짙다.

정부는 현재 목표관리제란 제도를 통해 연봉을 산정할 계획이다. 목표관리제는 일정한 몇가지 목표를 설정, 연말에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는 평정하는 방식인데 지난해부터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기상청 등 4개 중앙행정기관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S, A, B, C 등 4개 등급으로 구별하여 S등급자(대상인원의 10%)에게는 성과기준액의 10%(1급의 경우 약 150만원. 2급은 약 140만원, 3급은 약 130만원)를, A등급자(인원의 20%)에게는 7%, B등급자(인원의 40%)에게는 3%를 지급하게 된다. 반면 성적이 가장 나쁜 C등급자(인원의 30%)에게는 지급하지 않고 연봉을 동결하게 된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다양한 직무를 획일적으로 평가하기 힘들어 각 기관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목표관리제의 목표를 설정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기획관리실 행정관리국 등 지원부서는 업무 특성상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직책별 목표를 3급이상 5개, 4급 3개, 5급 1개로 일률적으로 정했다가 이 경우 새시책에만 열중하고 나머지 업무에는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목표수도 늘리기로 했다.

특히 지연과 학연 위주로 흐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경부 간부는

“강도의 차이만 있을뿐 어느 부처, 어느 조직할 것 없이 학연과 지연이 작용하고 있어 객관적인 인사고과에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연봉제와 계약제는 자칫 동향출신 동문을 ‘합법적’으로 우대하고 거대한 인맥을 만드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연봉제로 전환을 했지만 지난해 호봉을 그대로 인정한 형태여서 올해는 형식만 연봉제다. 또 목표관리제를 통해 올해 업무를 평정해 2000년부터 연봉을 성과급제로 지급하게되는데 성과급 차이가 최대 150만원에 머물기 때문이다.

연봉은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을 합산(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연가보상비 직급보조비 정액급식비 은 연봉과 별도로 지급됨)해 기본연봉한계액 범위내에서 결정되는데 기본연봉은 기존의 봉급 기말수당 정근수당 관리업무수당 명절휴가비 교통보조비 등 이른바 ‘비속인적’ 항목을 그대로 인정한 일종의 ‘상수’이기 때문이다. ‘변수’는 성과연봉이지만 가장 잘한 공무원과 가장 못한 공무원의 차이가 연간 150만원(1급)이다. 결국 기본연봉은 이론적으로는 1급의 경우 최고 4,401만원에서 최저 2,735만원으로 1,665만원이나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실제 연봉차이는 이보다 휠씬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한해만 보면 150만원이하수준이지만 성과연봉이 다음에도 계속 누적되는만큼 갈수록 해가 갈수록 연봉의 차이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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