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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새로운 힘 '유로'

◆미국, 기대 우려 뒤섞인 반응

유로화의 출범을 지켜 본 미국의 반응은 엇갈린다. 유로 출범에 따른 미국의 득실은 다분히 이율배반적이다. 전통적 우방인 유럽의 번영을 일궈 상호 호혜의 건전한 경쟁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달러 독점체제로 누려온 혜택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가 뒤섞여 있다.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하지만 기업 이윤 확대 등으로 이를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독일 마르크화 등 11개국의 통화가 유로로 통합됨으로써 환율변동 비용을 줄이고 시장통합에 따른 규제완화로 기업활동이 더 용이해지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

또 유로출범으로 민간투자가 증가해 유럽의 성장과 고용을 촉진하게 되면 유럽시장이 확대돼 더 큰 경제적 이득을 챙길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또 유로의 초강세는 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유로가 성공하면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유지되며 미국이 누려왔던 혜택이 잠식될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이 갖고있는 외환보유고 중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달하는데 이를 유로가 얼마나 잠식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일부에서는 달러에 집중된 각종 자금이 유로로 옮겨갈 규모가 최대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또 유동적인 유럽 금융시장의 발달은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된 11조달러(97년 기준)의 자금중 일부를 유출시킬 것이 분명하다.

유로가 비틀거려도 미국에게는 불이익이다. 미국과 함께 ‘서구 자본주의의 버팀목’ 역을 분담해 온 유럽이 쓰러지면 미국이 그 몫을 껴안게 될 우려가 큰 때문이다.

당장 발등의 불인 세계금융위기의 확대나 유가의 급작스런 상승 등 경제적 충격이 ‘유로랜드’ 를 덮쳐 유럽이 폐쇄를 택할 경우 미국은 신흥시장권의 수출을 흡수해야 하는 부담까지 맡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일본 달러수요 줄고 엔화강세

새해들어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선 엔화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럽연합(EU) 단일통화 유로가 기대를 모으면서 달러화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문제라던 110엔대가 붕괴되기도 했다. 일단 달러당 110엔선이 무너지면 엔고가 더욱 가속화해 달러당 100엔대로 다가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엔화 급등의 주요인은 장기적으로 국제자금이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옮겨 달러화가 공급 과잉에 이르리라는 전망때문이다.

일본 국내 요인들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말 시작된 채권 가격하락으로 장기금리가 연 2%대로 올라 엔저의 주요인이었던 미일 양국간 금리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이다.

닛폰코교(日本興業)은행이 최근 장기 우대금리를 연 0.7%포인트 높인 연2.9%로 올리는 등 장기금리 상승 흐름은 분명해지고 있다. 또 3월말 결산을 앞둔 수출기업이 ‘달러 팔자’ 를 계약하는 선물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도쿄시장의 달러 선물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쿠바 반미 구세주 “유로 만세”

미국의 금수정책에 한이 맺혀있는 쿠바 카스트로 정부는 유로를 반미의 구세주처럼 환영, 당장 오는 7월부터 유럽연합(EU)국가들과 교역 금융 등 일체의 거래에 오직 유로만 사용키로 했다. 2000년 1월부터는 이를 확대, 북한 중국 베트남 등과의 거래도 전액 유로로 전환할 방침. 쿠바 중앙은행 총재 프란시스코 소베론은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유로의 출현은 유일한 강국(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현실에서 실로 바람직스럽다” 고 강조해 유로의 외교적 활용가치를 시사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제재조치로 인해 국제시장에서 달러의 직접 거래를 제한받아 애를 먹고 있다.

◆아프리카 사실상 유로통화권

유로의 등장으로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일대에 사실상 유로 통화권이 들어섰다. 아프리카에서는 콩고 차드 등 과거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프랑스어 사용권 15개 국가가 대상국. 이들 국가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아프리카 프랑화(FCFA)의 환율이 앞으로 유로화와 연동해 자동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아프리카 프랑화의 기준 통화인 프랑스 프랑화(FFr)가 유로환율로 고정됨에 따라 불가피해진 것이다. 유로와 같은 배를 타게 된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를 계기로 유로동맹과의 밀착방안을 적극 모색하고있다.

◆영국 불씨 되살아난 찬반씨름

영국에서는 유로 출범과 함께 유로가입에 대한 찬반씨름의 불씨가 되살아나 격돌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산업연맹’ 등 업계 대부분은 정부에 대해 조속한 가입 압력을 넣고 있는 반면 ‘민주화운동’ 과 같은 민간단체들은 “파운드화를 죽여서는 안된다” 며 가입반대 캠페인을 재개했다.

◆이스라엘 유태인 다운 ‘실리추구’

이스라엘은 유로권과 정서적 이질감이 있음에도 새해들어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들도 유로표시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들이 독일 등으로부터 받는 2차대전 홀로코스트 배상금을 유로로 바꿔 예치토록 하기위한 유태인다운 실리적 고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폴리네시아 유로의 해양전진기지들

폴리네시아 등 남태평양 군도들과 대서양 인도양 일부에도 유로권이 형성됐다. 프랑스의 해외 자치령들이 쓰는 태평양프랑화(FCFP) 역시 유로화와 환율이 고정됐다. 특히 구아달루프 등 직할속령들은 본토와 똑같은 지위를 누리는 유로동맹의 일원이어서 유로의 해양 전진기지들이 곳곳에 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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