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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쿠바 목조르기'에 힘뺀다

미국은 대 쿠바 고립정책을 포기하는가. 쿠바도 드디어 국제사회에 복귀하게 되는가.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의 동향이 유로화 출범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새해 관심의 촛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5일 미 민간인의 쿠바 송금확대및 우편서비스 개설 등을 핵심으로 한 포괄적 쿠바제재 완화정책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미행정부는 이에따라 쿠바인에 대해 송금할 수 있는 미국인의 자격규제를 철폐하고 양국 민간인의 접촉을 확대하는 한편 양국 직통의 우편서비스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쿠바 비정부 단체들에 대한 식량판매도 확대할 예정이다.

◆야구경기 승인 등 쿠바 향한 ‘유화손짓’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양국간 야구경기 교류도 함께 승인했다. 미국은 71년 중국과의 관계개선 전초전으로 ‘핑퐁 외교’ 를 구사한 적이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야구 외교’ 는 쿠바 국가대표팀과의 시범경기를 허용해 달라는 미 프로야구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제안을 수용한 것.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쿠바 국가대표팀과의 친선경기 계획은 지난해 3월부터 커트 슈모크 볼티모어 시장이 추진했다. 경기 수익금은 쿠바에서 일하는 자선단체들에 대한 지원기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미국은 또한 전세기 직항 운항을 늘리는 한편 쿠바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국이 운영하는 플로리다주 소재 ‘마티’(Marti) 라디오의 출력을 확대하는 것도 이번 발표 내용에 포함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무부 관리들은 이번 조치는 쿠바에 대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37년 전에 취해진 대 쿠바 금수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쿠바 정부가 미국의 이번 조치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 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쿠바를 향한 미국의 ‘유화 손짓’ 은 이번이 사실상 두번째. 지난해 3월 발표한 쿠바행 식량·의약품 공급 항공기의 직접 운항허용, 쿠바계 미국인및 미국거주 쿠바인들의 송금허용, 의약품 판매 허가절차 간소화 조치 등에 뒤이은 보완책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경제적 효과와 쿠바국민들이 받게 될 수혜 측면에서 이번 조치의 파장이 훨씬 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미국의 전향적 조치가 그간 앙숙처럼 대립해온 양국 관계 증진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 국무부는 일단 이번 조치가 양국정부의 관계 발전을 위한 사전포석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정부를 ‘독재정권’ 으로 규정해온 미행정부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쿠바의 ‘고립탈출외교노력’ 결실

그러나 속내는 간단치 않다. 강경 입장 표명에도 불구, 미국이 예전처럼 쿠바고립 정책을 견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이 쳐놓은 고립의 그물망에서 탈출하려는 쿠바의 외교 노력이 결실을 맺고있다.

쿠바는 지난해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을 허용한데 이어 장 크레티엥 캐나다 총리를 초청, 적극적 외교 이니셔티브를 행사했다. 이후 카스트로는 세계무역기구 초청으로 스위스를 방문하는 한편 카브리해 연안 주변국가를 순방, 외교관계를 재정립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말 유엔에서 추진했던 쿠바민주화 결의안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스페인 등 보다 많은 국가들이 쿠바의 입장을 두둔하고 쿠바와의 경제관계를 강화하자 미국무부 내에서는 쿠바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의 역(逆)고립’ 논란까지 일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쿠바와의 관계 복원을 꾀한다해도 속도는 극히 제한될 전망.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을 필두로한 의회 보수파와 플로리다주의 쿠바계 주민들의 거센 저항이 ‘브레이크’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쿠바와의 상거래를 규제하는 ‘헬름스_버튼’ 법안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에서 양국의 민간 경제협력도 현재로선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이 일련의 경제완화책을 통해 쿠바 고립노선에서 진로를 수정한 이상 쿠바에 대한 유화 제스처는 한동안 지속될 게 분명하다.

◆카스트로 프랑스서 피소 ‘호사라마’

이러한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쿠바제재가 풀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카리브해에 평화정착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이를 주도해온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속은 편치 않다. 프랑스에서 형사고발당했기 때문이다. 반미투쟁으로 일관해온 연로한 피델 카스트로 의장의 후계자에 대한 하마평도 무성해지고 있다.

이 카스트로가 미국에서가 아닌 프랑스에서 마약밀매와 반인륜범죄 등 혐의로 지난6일 형사 고발당했다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밝힘으로써 칠레의 피노체트에 이어 중남미 지도자에 대한 유럽측의 개입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사법당국에 따르면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 쿠바 망명자의 변호사인 세르제 레위시가 카스트로를 국제 마약밀매와 반인륜범죄 등 혐의로 파리 법원에 고발했으며 이 사건 비중으로 볼 때 이 사건 수사를 즉각 개시할 판사가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트로를 마약밀매 혐의로 고발한 망명자는 89년 쿠바에서 마약을 미국에 밀매한 혐의로 처형당한 안토니오 드 라과르디아 대령의 딸인 일레아나 드 라과르디아라고 사법부 관계자가 밝혔다.

라과르디아 대령은 당시 아르날도 오차와 소장, 호르헤 마르티네스 대위 등과 함께 처형당했는데, 레위시 변호사는 이 장교들은 카스트로에게 마약밀매 혐의가 씌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처형당한 희생양들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법부 관계자들은 카스트로가 아직 국가원수로서 면책특권을 누리고 있어 반인륜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그러나 특정국 주권과 관계있을 때에만 국가원수의 면책특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마약밀매 혐의의 체포영장은 발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완화돼 국가적으로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지만 카스트로에 대한 서방의 ‘독재자’ 낙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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