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프로젝트’(The Human Genome Project)가 90년 시작됐을때 호들갑스러운 사람들은 이를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는 임무와 버금 갈 정도의 대단히 의미있는 사업으로 비교했었다.

막대한 인원과 재정 지원을 쏟아 부어야 하며, 그 연구가 실로 광범위하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이는 타당한 말이다.

그리고 이제 이 프로젝트는 거의 완성될 시점에 이르렀다. 마침내 과학이 우리의 신비스러운‘생명 기록표’, 즉 생명공학의 암호를 풀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인체의 모든 신체적 특징을 결정할 수 있는 약 10만개의 유전자를 해독하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일단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인간의 유전자 기능을 알아내는 것은 물론, 앞으로 심장병에서 암까지 모든 질병의 발생 원인까지도 찾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일이 실현되기 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원자폭탄이나 우주선 발사와 달리,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연구엔 이를 맨 먼저 끝내야 겠다고 위협을 가하는 히틀러나 흐르시초프같은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놈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당초 자신들의 연구 완성 D데이를 2005년쯤으로 잡았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이익추구라는 강력한 동기가 작용하면서 많은 제약회사들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은 더더욱 가까운 시일내 달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셀르라 게놈 회사’가 대표적 사례. 미국 매릴랜드주 로크빌에 있는 이 회사의 크레이그 벤터는 작년 봄, 3년안에 게놈 프로젝트를 끝낼 것이라 선언했다.

벤터의 충격적 발언에 깜짝 놀란 미국 대학과 연방 정부는 그들의 게놈 프로젝트 완성 스케쥴을 다시 조정해야 했다. 지난 가을, 이들은 당초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 목표 연도였던 2005년에서 2003년으로 계획을 앞당긴다는 수정된 목표를 내놓았다. 또 게놈 프로젝트의 작업 초안은 2001년 발표하기로 했다.

이같은 연도 앞당기기 경쟁은 말들의 경주처럼 무모한 싸움으로 변했다. 물론 라이벌이 상대에게 예의를 갖출 수는 없었다. 정부단위의 게놈 프로젝트 공적 연구기관들은 사적 연구기관들을 비난하고 있다. 게놈 프로젝트 연구가 속성으로 잘못 이루어지고 있으며, 속도 경쟁은 결국 불충분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미연방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리더중 한 사람인 미국 매릴랜드 베데스다 소재 국가 인간 게놈 연구소(NHGRI) 소장 프랜시스 콜린스는“설사 개인단위의 연구기관에서 생명기록을 완성하더라도, 너무나 많은 오류가 있어 이를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말할 정도.

9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래 경쟁과 정확성이 서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주문’(呪文)과도 같은 것이 된 것이다. 이미 90년 과학자들은 10만개의 유전자중 4,000개 이상을 해독한 상태였다. 즉 각각의 유전자가 세포에 어떻게 특수단백질을 생산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는가 그 매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과학자들은 대략 인체내 46개의 염색체에서 1,500개의 유전자의 위치를 확인했다. 길고 꼬아진 형태의 DNA 조각들의 염색체상 위치를 확인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해독하고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쉽게 설명하면, 수백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 덩어리에서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이라는 4개의 ‘분자’형태의 문자가 단어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30억 달러나 드는 프로젝트. 인간 유전체의 확인은 결국 무슨 단백질이 각각의 유전자를, 어떤 목적으로 생성해 내는지 밝혀내는 일이 될 것이다.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는 과정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의 도보를 지도로 만드는 일에 비유되곤 한다. 이 지도엔 물론 언덕과 계곡도 빠짐없이 그려 넣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겠지만 지도는 물론 정확해야한다. 8년 후 인간 유전체(게놈)의 약 7%는 백과사전처럼 상세하게 그 서열이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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