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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논의에 '주판알'이 튄다"

국회의원은 당선되자마자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표’ 라는 말도 있다. ‘표’ 가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지상목표인 까닭이다.

자나깨나 당선 가능성을 따지는 국회의원들에게 선거구 문제는 최대의 관심사다. 자신이 놓인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선거구제가 제각각이다. 여야가 따로 없다. 당선 가능성이 당론에 앞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국회의원들도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100% 동의하고, 국민의 바람도 잘 안다. 그렇지만 개혁에 가깝다고 해서 ‘이기는 데 도움이 안되는’ 선거제도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 헌정사에 숱한 법안들이 날치기로 통과됐지만 선거법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16대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지금 정치권에서는 선거구제 논의에 불이 붙어있다. 김대중대통령이 소선거구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언급했고, 국민회의에서는 중·대선거구제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 나오고 있다. 소선거구제가 당론인 한나라당에도 중·대선거구제에 호감을 느끼는 의원의 수가 무시못할만큼 많고 자민련도 선호 선거구제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편차가 크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3월 24일 합동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 여권 단일안 마련 작업을 시작했다. 당내 정치개혁특위를 중심으로 의견 수렴을 마친 한나라당도 조만간 당론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야 3당의 구상을 살펴본다.

<국민회의> _ 비례대표 선출 방안 적극 추진

국회의원 수를 현재 299명에서 250~270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국민여론을 감안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전국을 6개권역으로 나눠 정당명부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전국정당화와 지역대립 완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은 1:1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 불변의 안은 아닌 듯 하다. 논의의 장을 활짝 열어놓겠다는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당론이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하되 논의의 틀은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정당이 전국정당으로 나갈 수 있는 안을 제시하면 기꺼이 토론하겠다” 고 열린 자세를 보였고, 김정길 정무수석은 “중·대선거구제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 며 여론탐색용 애드벌룬을 띄웠다. 정동영 대변인도 “선거구제 문제는 개방적으로 논의할 방침” 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운신의 폭을 넓힌 채 자민련과의 여여 조율및 한나라당과의 여야 협상테이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자민련> _ 정당명부제 내각제 전제로 찬성

선(先)권력구조개편_후(後) 정치개혁이 원칙이다. 정당명부제 도입 여부및 선거구제 논의는 DJP 내각제 협의가 매듭 지어진 뒤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거센 현재의 정치상황 때문에 마냥 이를 미룰 수는 없는 형편이다. 3월 18일 김대통령과 박태준총재의 회담에서도 정치 개혁입법을 조속히 처리키로 했다.

국회의원수를 줄이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정당명부제는 내각제 채택을 전제로 찬성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1:1로 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최소한 3:1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찬·반이 팽팽하다. 대전및 충남 의원들과 초·재선의원들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 지역정서상 소선거구제라야 당선이 쉽다. 반면 수도권과 영·호남 등 비충청권의원들 및 3선 이상 중진들은 드러내놓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숫적으로 따지면 중·대선거구제 선호자가 많지만 “중·대선거구제는 1, 2당에 유리하고 제3당인 자민련에 불리하다” 는 김용환부총재 등의 현실적인 계산앞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나라당> _ 정당명부제 절대 불가

국회의원수를 250~270명선으로 잡고 있는 것은 여권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정당명부제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유정회 부활기도” 라는 것이다. 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변정일 의원도 “정당명부제는 오히려 지역대립구도를 심화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도 현행 5.5:1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현재까지의 당론은 소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는 여당과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에게 유리할 뿐 야당은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주의 해소도 현행제도 아래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회창총재도 3월19일 부산발언에서 “계파보스들이 힘을 얻는 식의 제도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밝히는 등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권과의 협상 테이블에는 중·대선거구제도 올려 놓을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내 여론조사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선호도가 엇비슷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 충청권 등 영남권을 제외한 여타 지역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큰 목소리로 흘러나오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중진들은 물론이고 초·재선의원들이 예상밖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최성욱·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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