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파동이 두 달이상 이어지고 있다. 유종성(柳鍾星)사무총장의 신문칼럼 표절로 촉발된 내분은 상근간사들의 집단사퇴와 반려, 유총장에 대한 퇴진요구와 연임 확정, 상임집행위원회의 경제정의연구소 문광승사무국장에 대한 문책해임, 이필상교수의 소장직 사퇴와 유총장 사퇴요구 등 숨가쁜 궤적을 이어왔다. 그러나 20일 13개 지역 경실련이 광주에서 모임을 갖고 유총장의 사퇴를 강력 촉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국의 회원들과 퇴진운동을 전개키로 결정,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양상이다.

애당초 사안의 성격상 내분사태가 조기에 봉합되기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지도부의 도덕성이 직접적으로 도마에 오른데다 조직운영의 독단성과 정치편향성, 조직의 파당화 등 매듭 하나하나가 시민단체로서는 치명적인 것. 지적된 문제점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것이 내분으로 이어지고 조직외부로까지 불거지게 된 것만으로도 지도부의 포용력과 지도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한 경실련 지도부의 대응은 안이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중앙위원회와 상임집행위원회는 사태의 핵심인 유총장의 연임을 결정했고, 대신 반기를 들었던 허리층 상근간사 상당수를 잃었다. 이 과정에 경실련의 핵심기구중 하나인 경제정의연구소장 이필상교수와 문광승사무국장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탈했다.

유총장 등 지도부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자청, 지도부에 대한 정치편향 시비를 해명하고 “경실련사태에 대한 언론보도가 과장된 점이 많았으며 현 시점에서 내부갈등은 더 이상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향후 경실련 정상화와 개혁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22일에는 고문·지도위원 간담회를 갖고 29일 제10기 3차 상임집행위원회 모임을 통해 내분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권유착 의혹과 관련 “우리는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며 “정책 또한 사무총장 개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비판은 경실련의 의사결정구조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 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무총장의 독단을 비판하고 사퇴한 상근간사들은 경실련의 의사결정구조도 모르는 채 활동해 온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정치적 편향으로 현지도부에 대한 무책임하고 무원칙한 비판을 행한 것인가.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도부가 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전국적 단위의 간담회를 요란스럽게 벌이고 있지만 하부의 비판에 얼마나 귀기울이지 않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라고 말했다.

“지도부 ‘결단’ 만이 사태수습 지름길”

경실련은 유총장의 연임을 확정한 직후 친지도부성향의 간부들을 주축으로 각 실국의 라인업을 마무리한 상태로 지도부의 말처럼 표면적으로는 내분사태가 봉합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구성원간의 갈등과 반목이 해소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경실련이 현 집행부체제로 체질개혁을 추진하는 한 시민단체로서의 건강성과 생명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분사태가 지속될 경우 경실련이 정말 좌초해 침몰할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에 일단 덮어두려는 것” 이라며 “진정한 사태수습은 지도부의 ‘결단’ 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대외적으로 실추한 경실련의 위상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내분의 극복여부를 떠나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 경실련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이번사태에 따른 불신과 배신감도 컸기 때문이다.

유총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일부의 사퇴압력에 대해 “공식적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연임이 확정된 만큼 내 맘대로 사퇴를 고려할 처지가 아니다” 고 피력했다. 그러나 20일 13개 지역경실련들이 유총장의 퇴진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유총장의 말처럼 전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조언은 시사하는 바 크다. “유총장과 경실련 지도부가 애정의 끈을 놓지않고 경실련을 주시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지 우선 자문해야 할 것이다. 그런 뒤 현 체제가 시민사회와 시민단체, 그리고 경실련에 더욱 보탬이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확신을 ‘공식적 의사결정’ 의 무게보다 더욱 무겁게 생각하는 것이 시민운동의 초심(初心)이기 때문이다”

최윤필·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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