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재행정자치부장관(53)은 지난해 6월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의 아픔을 맛본뒤 7개월 여만에 화려하게 재기했다.

19일 정부 세종로청사에서 만난 김장관은 “낭인생활을 했었죠. 정말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라고 말했다. 겨우 7개월의 공백인데도 긴 터널을 어렵게 빠져 나왔다는 느낌을 주는 표현이었다.

내무부 차관보에서 부산시장, 총무처 장관, 15대 의원에 이르기까지 숨가쁘다 할 정도로 출세가도를 질주했던 경험 때문일까. 역시 세월의 풍상에 익숙한 정치인이기 보다는 빈틈없이 일을 챙기는 행정관료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김장관은 자신의 발탁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부산 민심잡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부산시민의 소외감과 허탈감을 달래는 ‘다리’역할을 해 달라는 기대도 있고, 사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산의 어려움을 푸는데 일조를 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두 부처를 통합한 행자부에 단순히 출신지만으로 장관기용이 이뤄졌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내가 사무관부터 차관보까지 옛 내무부에서 행정경험을 쌓았고 총무처장관을 지낸 경력이 무엇보다 참작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 등지와는 달리 행정부처의 업무가 철저하게 장관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문가’가 장관이 될 수 밖에 없으며 그런 추세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사회도 주특기시대 올것”

‘전문가 장관’으로 자임하는 김장관은 모든 공직자들에게도 전문능력을 빨리 키울 것을 강조한다. “공직사회에도 곧 주특기시대가 올 것입니다. 정부조직개편과정에서 논란이 많은 공직 민간개방제도도 어찌 보면 공직사회의 자업자득이 측면이 있습니다. 경쟁시대에는 공무원들도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자신의 업무를 특화시켜야만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시대를 위해 그야말로 필요하다는 제2차 정부조직 개편은 숱한 암초에 걸려있고 그 의도와 배경마저 의심받고 있다는 지적에 김장관은 많은 말을 했다.

“지난해 2월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실시된 1차 개편은 2개월이라는 짧은 일정 동안 추진되는 바람에 일부 부처의 통·폐합에 초점을 맞춘 감이 있고 인력 감축 규모도 11%에 불과해 금융등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을 덜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2차개편을 추진했으나 구조조정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대수술을 해야하는 결과가 됐습니다. 첫 수술로 공직사회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으므로 보완차원에서 단순 통·폐합 보다는 기능 조정으로 개편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민간전문기관의 개편안을 전폭 수용하기 보다는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국회에서 한번 더 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김장관은 ‘공직사회의 동요와 기강해이가 심각하다”는 여론에 대해 “조직개편을 앞두고 공직사회에 일부 동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공직자들을 너무 구석으로 몰지 말아달라”며 “공직사회가 빨리 안정될 수 있도록 개편작업의 쇼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제2건국위, 정부는 지원세력으로 남을 것”

국민의 정부와 함께 태어난 행자부장관이 그동안 적지 않은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른바 제2 건국위원회 때문일 것이다. 민간주도의 국민운동에 대표적 행정기관인 행자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은 상당한 모순이었다.

“처음 보다 방향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2 건국위가 국가기관의 상위개념으로 무소불위의 단체가 된다는 오해 등 혼선이 있었으나 이제 새로운 조직 대신에 기존의 시민운동단체 등이 고유활동과 함께 제2 건국 운동을 펼쳐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죠. 이제 정부는 지원세력으로 남을 것이며 행자부장관도 기확단장에서 지원단장으로 역할이 달라졌습니다.”

행자부는 그동안 각종 조사기관의 민원서비스 만족도 조사등에서 대체로 꼴찌를 면치 못했다. 이에대해 김장관은 “우리 부에 오는 민원인들이 대부분 몇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달리다 오는 사람들입니다. 말하자면 아주 고질적 민원이나 사실상 불가능한 민원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곳이 행자부죠. 그러다 보니 여기서도 기분 좋은 일이 있을 수 없죠. 절대 될 수가 없는 일을 다뤄야 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지 무조건 직원들이 거만하거나 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장관은 짧은 정치경험을 가지고 공직자로 돌아온 지금 “옛날 보다는 훨씬 유연한 사고를 하게 되었습니다”고 말했다. 당과 정부 사이의 정책대화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도 절감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더 많은 정책혼선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정권의 총무처 장관이나 지금의 행자부 장관은 행사 수행, 공직자 임명장 수여등의 업무로 인해 어느 장관보다 대통령과 접촉이 많은 자리이다. 김장관은 김영삼전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총무처장관이었으며 김대중 대통령이 고심 끝에 발탁한 행자부 장관이다. 두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비교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그는 끝까지 사양했다.

손태규·주간한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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