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의대 교정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의 흉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전세계 모든 의과대학과 종합병원의 상징처럼 돼버린 이 흉상의 주인공이 대머리라는 사실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모두가 쉽게 지나쳐버리는 이 흉상의 대머리를 하루에도 수십번 살펴보며 사색에 잠기는 사람이 있다. 이 대학 모발이식센터 김정철(40)교수가 그 주인공.

김교수는 히포크라테스의 평생 고민거리였던 대머리에 왕성한 머리카락이 솟는 꿈이 현실화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전세계의 대머리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그의 평생 숙제가 된지 오래다.

“눈썹과 머리카락을 허벅지에 심으면 털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원래 그대로 눈썹은 짧게, 머리카락은 길게 자랍니다. 머리 뒷부분의 머리카락을 앞부분에 심으면 어떨까요. 뒷머리카락 그대로입니다. 여기에 대머리해결의 열쇠가 있습니다. 털은 밭이 아니라 씨앗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요. 대머리의 주범인 윗머리와 옆머리카락 유전자의 비밀을 밝혀내는 순간 대머리는 역사책의 옛얘기로 남을 겁니다”

대머리 머리카락, 수염의 성질로 바꿔

그는 이미 대머리를 만드는 특정유전자를 발견, 앞으로 지구상에서 대머리가 사라질 수 있는 길을 텄다. 세계모발학회와 국제모발외과학회의 이사기도 한 그는 최근 대머리가 진행중인 머리카락 3,500올과 일반 머리카락 1,500올, 수염 1,500올에 대한 유전자를 분석, 대머리와 수염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 4종을 발견하는 개가를 올렸다.

“유전자분석 결과 대머리에서는 발현빈도가 낮지만 수염에서는 높게 나타나는 유전자 4종을 발견했어요. 유전자요법을 통해 대머리에 수염의 성질을 띠게 하면 대머리가 사라질 것이며 그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 “대머리는 굵은 털이 솜털로 바뀌다 빠지는 반면 수염은 솜털이 굵게 변하기 때문에 대머리를 보통 머리카락보다 수염으로 대체하는 것이 더 효과적” 이라며 곧 임상실험을 통한 연구결과를 학계에 공표할 계획이다.

97년 5월께 경북대의대에 모발이식센터를 연 그는 이미 자신이 개발한 ‘모속식모술’ 로도 대머리 시술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195년전인 1804년 모발이식술이 등장한 이래 일본 피부과의사인 오쿠다가 1939년 개발한 ‘펀치식모술’ 이 유행해왔으나 이식된 머리카락 모양이 칫솔처럼 부자연스럽고 두피도 자갈밭처럼 울퉁불퉁해지는 단점 때문에 환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그는 최근 머리카락이 한 모근에서 1∼3개씩 다발로 자라는데 착안, 원래의 다발상태로 이식하는 ‘모속식모술’ 을 창안해 동양인에게 가장 자연스런 모발이식술을 전파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머리카락 20여올을 자신의 다리에 이식하는 왕성한 실험정신을 보이기도 했다. 이 머리카락은 현재 김교수의 다리에서 20㎝이상 길게 자라고 있다.

시술법 대중화 단계, 한올 심는데 5000원

국내에는 이미 60여명의 의사가 김교수로부터 이 시술법을 익혀 대중화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87년부터 지금까지 1,300여명에게 대머리시술을 한 그가 머리 한올을 심는데 받는 시술료는 5,000원. 미국이 2만원, 일본이 1만원을 받는데 비해 파격적인 액수다. 그는 또 평균 시술료 500만원에 머리카락 1,000올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덤으로 300∼400올을 더 심어주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대머리인 경북대 박찬석총장이 모발이식센터의 높은 수준을 입증키위해 직접 수술대에 올라 김교수로부터 모발 1,800올을 이식받기도 했다.

보통 이식된 머리카락은 시술후 2주후에 모두 빠진후 100일후부터 새로 나기 시작, 한달에 1㎝씩 자라기 때문에 내년초면 박총장은 자연스러운 머리카락을 선보이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모발이식술이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 “IMF로 생계가 곤란한 실직자들도 허다한 상황에 아직 시술료가 비싼 모발이식술을 알리는 것이 적절치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대머리를 만드는 모발유전자를 정확히 분석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김교수는 여성용 탈모제도 개발중이다. 그는 한번 바르면 영원히 털이 자라지 않는 탈모제를 개발하면 경북대 창업보육사업본부내 벤처기업을 만들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궁극적인 포부는 ‘털에 관한한 인류의 모든 고민을 해결하는 것’ 이다.

대구=전준호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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