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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국역] "고전 출판, 돈 생각하면 못해요"

솔 출판사 임우기 사장은 우직한 사람이다.

그런 그였기에 그런 책을 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솔이 ‘고전국역총서’를 내기 시작한 것은 93년부터. ‘동문선’ ‘대동야승’ ‘신증동국여지승람’ ‘완당전집’ ‘청장관전서’ 등 듣기만 해도 어렵게 느껴지는 국역 고전들을 저작권자인 민족문화추진회와 계약을 맺어 출판했다. 당시 출판계로서는 의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솔은 인문과학과 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좋은 책을 많이 낸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특히 프랑스 등 서구 현대 문학이론가와 철학자들의 저서를 많이 내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고전국역총서를 낸 것이다.

임 사장은 80년대 문학월간지 ‘문학과 지성’편집을 맡았던 문학평론가. ‘문지’ 출신인 만큼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서구의 현란한 이론들을 입에 달고 살았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고전국역총서를 내게 됐을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현대 서양의 이론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남의 이론만 추종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물론 외국의 최신 이론을 빨리빨리 수입해야 하지만 그것을 우리 입장에서, 우리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우리 고전입니다. 조상들이 물려준 것 가운데 좋은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고전 국역서를 낼 때마다 새삼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계승해서 창조적으로 새롭게 해석해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건 우리 후손들의 문제지요.”

고전국역총서가 하드 카바에 전문가용이라면 96년부터 발행한 ‘나랏말쌈총서’는 대중용이다. 고전국역총서의 책 크기를 줄이고 한문 원문을 빼고 문장도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게 다듬었다. 값도 권당 7,000∼1만2,000원 수준으로 손에 꼭 들어오는 예쁜 책이다. 장정도 얇은 하드 카바로 디자인은 최고의 북디자이너로 꼽히는 정병규씨가 맡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영 안팔리는 것이다. 우직한 임 사장이지만 손해를 소신으로만 메우는 데는 한계가 느껴지는 모양이다. 잘 팔리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풀이 죽는다. “나랏말쌈총서로 낸 2권짜리 ‘삼국유사’ 5,000질이 나간 것이 최고 기록입니다. 앞으로는 나랏말쌈총서도 소프트 바운드로 하고 종이질을 낮춰서라도 값을 더 떨어뜨려야겠습니다. 최근 몇년간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우리 고전이 많이 출제돼 기대가 컸는데 학생들이 고전을 사서 읽지는 않는 것 같아요. 고전의 부분 부분을 모아 다이제스트 해놓은 시험 대비용 책만 보고 마는 모양입니다.”

책 한 권을 온전히 독파하기 어려운 현재의 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이 고전을 읽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바쁜 직장인들이 시간을 내서 고전을 읽어주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의 독서양상이 크게 변할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임 사장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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