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부정부패] 새는 혈세, 어디부터 막아야 할지...

공무원의 부패와 예산은 불가분의 관계다. 예산의 낭비는 곧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 국민의 혈세를 ‘주머니 돈’ 쯤으로 여기거나 이를 집행하면서 또 다른 비리를 저지르는 공무원은 철퇴를 맞아야 한다.

경실련이 발표한 98년 최악의 예산낭비 사례로 이를 되집어 유추해본다.

‘농림부, 부루셀라 백신 불량 제조, 소전산화사업 예산 낭비’

서울지검은 지난해 12월 30일 소에 치명적인 유산_조산, 산유량 감소 등을 일으키는 부루세라 병의 예방 백신을 개발하면서 효과와 부작용을 허위보고한혐의 등으로 전북대 수의대학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백신 제조허가와 관련, 각각 2,300만원과 1,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농림부 축산국 전 가축위생계장과 전 방역2계장을 구속기소하고, 농림부 산하 수의과학연구소 전소장, 백신 제조업체 한미와 중앙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예산 600억원이 책정돼 이미 300억원이 투입된 소의 전산화 사업과 관련, 납품 및 정부보조금 지급편의를 봐주고 2,300만~1,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농림부 축산국 전 축산물유통과장, 전 한우육성계장, 한국종축개량협회 사무국장을 구속기소하고, 돈을 준 한국종축개량협회장과 대종농산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

총체적인 부정의 한 전형인 이 사건으로 불량 백신을 맞은 소 39만마리중 절반 가량이 유·조산및 산유량 감소 등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게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국방부, 무기구입 원가계산 잘못 439억여원 낭비’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K_1전차, UH_60헬기, 저고도탐지레이더 등 14개 분야의 무기 구입과정에서 모두 602건에 439억1,000여만원이 원가보다 과다계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179억9,000여만원을 회수토록 하고, 나머지는 무기제조회사 및 중개상과 재협의토록 통보했다.

국방부는 K_1전차와 관련부품 29건을 구입하면서 간접가공비 73억5,000여만원, 일반관리비 3억2,000여만원을 과대계상한 것을 비롯, K_1 창용특수공구 및 시험장비 등 214건에 49억9,000여만원을 고가로 구입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155mm 자주포 등 62건에 125억9,000여만원 K_1계열 전차엔진 등 35건에 15억7,000여만원 화약류 등 53건의 방산물자에 3억4,000여만원 탄약류 45건에 3억1,000여만원 등도 제값보다 많은 돈을 들여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통부, 소규모우체국에 고객순번표시기 설치 등 낭비 심해’

정보통신부가 하루 이용자가 30명도 안되는 우체국까지 고객순번 표시기를 보급하고 하루 열번도 이용하지 않는 곳까지 현금자동지급기를 설치했다.

4억7,000만원을 들여 고객순번표시기를 보급한 379개 우체국중 155개는 하루 이용자가 100명 이하이고, 이중 19개는 30명도 안된다.

145억원을 들여 설치한 현금자동지급기 2,395대중 79.3%에 이르는 1,922대의 하루이용량이 50회도 안된다. 이중 28.4%는 1회, 13.9%는 3회 미만이다.

‘교육부, 교단선진화 사업 677억원 낭비’

교육부가 97년부터 교단선진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형 텔레비전과 녹화재생기의 학급당 보급율이 이미 각각 89%, 39%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일률적으로 학급당 300만원씩을 지원함으로써 677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환경부, 안양시 쓰레기소각장 용량 과다책정’

경기 안양시 쓰레기소각장이 소각 적정량보다 200톤 많게 과다 추진되는 등 도내 6곳의 소각장 소각용량이 30~200톤까지 과다책정돼 700억원대의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

경기도는 98년 4월 6일 환경부에 도내 쓰레기 소각시설 규모의 적정성 검토를 의뢰한 결과, 2001년까지 하루 600톤 규모의 소각장 건설을 추진중인 안양시는 200톤의 소각용량이 초과됐다고 밝혔다. 또 소각장건설이 추진중인 10개 시·군중 남양주시 100톤, 안산·파주·안성시 각 50톤, 김포시 30톤 등 6곳에서 모두 480톤이 실제량보다 과다하게 책정됐다.

이처럼 실제 소각량이 주먹구구식으로 과다책정될 경우 톤당 최소 1억5,000만원이 드는 소각장 건설시 건설비에만도 700억여원 이상이 추가로 소용되는 등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준공을 앞둔 일부 소각장에서는 건설단계에서 설계규모가 실제 소각량보다 많게 만들어지자 거꾸로 슬러지 등 소각물량을 가져다 소각장 규모에 맞게 채우려는 편법도 추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40억짜리 흉물, 불꺼진 버스안내시스템 방치’

서울 도심(종로1가~동대문) 구간에 있는 버스안내시스템은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타려는 버스가 현재 어디에 있고 몇 분 뒤에 정류장에 도착할지를 알려주는 최첨단 설비이다.

서울시는 95년 시민불편을 줄여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 한다면 이 사업을 시작했다. 최첨단 컴퓨터로 각 단말기에 정보를 제공하는 중앙관제센터가 종묘시민공원에 들어섰고, 종로구간 20개 정류소에 25개의 단말기가 설치됐다. 또 버스 500대에는 위치를 알리는 수신기를 설치했다. 개발비 22억원을 포함해 모두 40억원의 예산이 들었고 이중 18억여원은 시민들이 낸 요금의 일부이다.

이렇게 장기간의 준비를 거쳐 본격적인 시범운영에 들어간 버스 안내시스템은 시민들이 대중교통이용을 꺼리는 주된 이유인 ‘무턱 대고 기다리는 불편’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불과 몇달도 되지 않은 97년 8월 돌연 작동이 중단됐다. 서울시가 이 시스템의 시행시기를 2002년으로 미룬 것이다. “충분한 기술검증이 필요하고 건설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능형교통시스템과의 호환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붙였다. 40억짜리 구조물이 순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3개 연금관리공단·4개 공제회 3조3,469억 경영손실’

정부 일반예산(올해 85조7,900억원) 의 60%에 달하는 50조3,000억원의 방대한 자산을 운용하는 공무원·사학·국민 연금 등 3대 연금관리공단과 교원·지방행정·경찰·군인 등 4대 공제회의 경영부실이 중중상태다.

이 기관들은 설립부터 98년7월 현재 주식투자, 공공부문투자, 금융상품투자와 휴양시설 적자 등으로 인해 안고 있는 경영손실액이 3조3,469억원이다.

특히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95년 법을 개정, 3,300억원의 예산을 추가 지원받고도 올해 1,600억원을 다시 요구했다. 98, 99년의 적자분 1조2,556억원도 정부에 부담시키려 하고 있다.

‘공기업들 혈세 나눠먹기식 퇴직금 지급’

공기업이 명예퇴직금을 나눠먹기식으로 지급하는 등 국가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비난의 표적이 됐다.

98년 11월5일 조폐공사 국감에서 한나라당 김재천의원은 “조폐공사 상반기 매출액은 617억원으로 7월말 현재 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이 기간에 퇴직금을 769억원이나 지급, 매출액보다 퇴직금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 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정은 한국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빚더미에 허덕이면서도 직원 퇴직금은 아낌없이 퍼주었다. 건설교통위 국감에서 도공은 6조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있으면서도 퇴직금올 1인당 최고 6억원까지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윤원중의원은 “경영부실이 최악인데도 명퇴자까지 모아 238명에 1인당 평균 2억9,700만원의 퇴직금을 지불했다” 고 비난했다. 심지어 톨게이트 매표직원으로 28년을 재직한 6급 기능직이 3억1,500만원의 퇴직금과 명퇴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 이윤수의원은 “98년 6월에 퇴직한 건설본부장에 5억9,000만원의 퇴직금을 주고 이틀뒤 고속도로관리공단 기관장으로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행자부, 전자주민카드사업 시행 백지화’

행자부는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미 투입된 485억원을 포함, 총 2,67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나 악화일로에 있는 국가재정 형편을 감안할 때 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백지화를 결정했다” 고 말했다.

행자부는 83년 주민등록증 일제경신 이후 15년이 경과, 주민등록증 위·변조 등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는 동시에 연간 1억7,000만통에 이르는 주민등록증 등·초본과 인감을 함께 수록, 국민들의 시간과 경비를 절감할 목적으로 전자주민카드사업을 추진해왔었다.

‘정부부처들, 도입한 전자결재시스템 제대로 이용안해’

95년부터 정부부처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앞다투어 도입하기 시작한 전자결재시스템이 거의 이용하지 않은채 방치되고 있다.

현재 행정자치부 등 50개 중앙행정기관중 34개 기관이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했으나 대부분 행정기관이 아예 활용하지 않거나 이용률이 5%를 밑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부처중 전자결재시스템 이용률은 정보통신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정보통신부가 현재 30%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부부처의 전자결재시스템을 보급한 행정자치부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대부분의 중앙부처 장관들도 전자결재시스템을 통한 결재나 보고를 거의 받지 않는 실정이다. 제도정착이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전시행정의 단면이다.

이태규 주간한국부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권동철의 미술산책
삐따기의 영화보기
배너
2021년 10월 제2899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1년 10월 제2899호
    • 2021년 10월 제2898호
    • 2021년 10월 제2897호
    • 2021년 09월 제2896호
    • 2021년 09월 제2895호
    • 2021년 09월 제2894호
    • 2021년 08월 제2893호
    • 2021년 08월 제2892호
    • 2021년 08월 제2891호
    • 2021년 08월 제2890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스페인 향취 강렬한 ‘안달루시아의 꽃’, 세비야 스페인 향취 강렬한 ‘안달루시아의 꽃’, 세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