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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반란정국] 정치인들 '떡' 그냥 먹으면 체한다

앞으로 떡값을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거나 일부라도 돈세탁을 했다면 조세포탈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검은돈 수수의 장본인이었던 정치인들의 간담을 오싹하게 만든 판결이 지난 9일 있었다.

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된 뒤 보석으로 풀려난 현철씨 사건은 지난 9일 조무제 대법관이 주심인 대법원 형사2부에서 최종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 2심 재판부가 알선수재 혐의 부분을 판단하며 공소장 변경절차 없이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했다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주된 관심사였던 현철씨의 특가법상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혐의는 유죄취지로 판시했다. 현철씨가 대가성 없이 받은 떡값으로 무죄라고 완강히 버텨온 부분이다.

사실 현철씨의 조세포탈 혐의는 그동안 논란의 초점이었다. 97년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팀은 현철씨가 기업인들로 부터 33억원이란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밝혀냈다. 그러나 그 때까지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 살아 있는 권력으로 통하던 현철씨를 옭아매기에는 ‘화끈한 것’이 못됐다.

대가성없는 정치자금 주장, 조세포탈죄로 ‘족쇄’

더구나 현철씨가 대가성 없이 받은 정치자금이라고 주장, 법정에서 자칫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돌파구로 내놓은 ‘아이디어’가 조세포탈 혐의. 현철씨가 기업인들로 부터 정치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받고 돈세탁 등을 통해 자금출처를 은닉,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결단으로 자체 평가했다.

그러나 대가성이 없는 ‘떡값’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된 적이 없는 데다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이훈규 법무부 검찰1과장이 이번 판결을 99%의 승리로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판부의 판시내용은 과세대상의 미신고와 함께 장부상의 허위기장, 수표 등 지급수단의 교환반복 행위나 여러 곳의 차명계좌 입금·분산 행위 등은 자금을 은닉해 세금을 포탈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 한번 차명계좌에 입금했더라도 명의대여자와 특수한 관계에 있어 자금은닉의 효과가 크다면 조세포탈죄상 처벌이 가능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음성적 정치자금·활동비수수관행에 쐐기

누구라도 타인의 돈을 대가성이 없이 증여 받았다면 마땅히 세금을 내야한다는 법 원칙을 적용할 터전을 다진 셈이다. 검찰에게는 앞으로 돈세탁 과정이 개입된 ‘검은 돈’은 마음만 먹으면 처벌할 큰 칼을 쥐어준 것과 같다. 비록 최종 심리가 남아 아직 확정 판례는 아니지만 정치권의 음성적인 정치자금, 떡값, 활동비 수수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한편 현철씨는 사건이 파기환송 됨에 따라 불구속 상태로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적어도 6개월의 심리를 거치게 될 재판에서 법원이 실형을 선고할 때 까지는 재수감되지 않을 것 같다. 또 확정 판결이 늦춰짐에 따라 형이 확정된 기결수에만 가능한 사면문제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철씨의 신병처리를 일시 보류하는 판결이 내려진 데 대해 정치적 고려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김 전 대통령이 아들의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현정권을 향해 잇따라 강성 발언을 퍼부어 댄 것도 재판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은 조무제 대법관은 재판연구관도 두지 않은 채 홀로 판결 초고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관은 강직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법적인 판단 이외의 것이 고려될 여지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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