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제2건국운동] "제2건국운동? 그게 뭐하는건데?"

관주도 시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건국운동이 민간인들로 지도부를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출발선에 올랐다. 시민단체의 참여기피와 야당의 정치공세로 이어진 지루한 소모전이 새 지도부의 출범으로 종식되고, 범국민적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IMF체제로 야기된 국난을 새도약의 계기로 삼아 21세기를 대비한 총체적 개혁으로 이끌어보자는 제2건국운동은 발족이후 하는 일도 없이 수개월동안 소모전이 계속되며 위기의식이 상당히 무디어진데다, 내년 총선과 내각제 개헌논의를 앞둔 정치권의 권력투쟁 양상으로 국민들의 무관심과 냉소를 부채질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조직개편에서 드러난 관료사회의 조직적인 저항과 반발은 제2건국의 걸림돌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기도해 새 지도부가 과연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얼마만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인 상황이다.

관주도의 동원형운동 인식, 국민들 무관심

지금까지 추진되어온 제2건국운동의 가장 큰 시비는 관주도 동원형운동이라는 점이었다.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범한 제2건국위의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획단에 행정자치부 장관이 단장으로 위촉되고, 전국적인 조직화를 추진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정부는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관(官)이 먼저 변해야 하고, 제2건국운동을 정부차원에서 민관협력운동으로 지원하기위해 기획단장을 정부가 맡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야당에서 이 운동의 성격과 조직화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19일 기획단장에 개혁성향의 재야출신인 김상근(金祥根) 민주개혁국민연합 상임대표를 위촉했다. 김상근 단장의 취임으로 제2건국운동의 지도부는 범국민추진위원회 변형윤(邊衡尹)대표공동위원장과 서영훈(徐英勳)상임위원장, 그리고 기획단장을 모두 재야와 시민단체에서 명망있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기획단장만 민간인으로 바뀐 셈이고 행자부 장관은 여전히 지원단장으로 참여하게 되어있다.

지방조직도 아직은 종전과 별반 차이가 없어 그간의 논란이 종식될 지는 의문이다. 또 그동안 활동을 꺼려 왔던 시민단체들이 앞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제를 개발해 범국민적인 참여를 이끌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만일 새 지도부가 이러한 과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2건국운동은 IMF라는 위기상황에서 국력만 낭비한 김대통령의 리더십부족 사례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범국민적 참여 이끌어내야하는 과제

IMF가 터지자 대부분 국민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위해서는 총체적인 개혁을 위한 범국민운동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제2건국운동의 조직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과거 권위주의시대 정권의 관주도형 동원운동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행자부 장관이 나서고,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하자 야당으로부터의 정치적 공세는 당연한 것이었고, 시민단체로부터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주도하는 관변운동에 참여할 경우 시민단체의 존립근거가 훼손되고 정당성도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지방단위의 추진위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이 운동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관변단체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거나, 권력과 줄을 대려는 정치지망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자 시민단체들은 자연히 뒷짐을 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부지역에서는 참여거부의사를 밝힌 인사들을 위원으로 임명해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어가자 시민단체의 참여를 이 운동의 관건으로 인식한 청와대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2건국 관련업무를 정무수석실에서 정책기획수석실로 이관하고, 공무원조직은 지원단으로 전환됐다. 특히 기획단장에 명망있는 인사를 위촉함으로써 시민단체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뒤늦게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정부주도의(민관협력체제라고해도) 의식개혁운동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아직 우리사회에서 정부우위의 사고방식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달리말하면 국민 대다수를 의식이 덜 깨어 있는 미숙아로 전제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인식은 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빈번히 드러났다. 정부는 제2건국운동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팽배하자 범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명분으로 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직자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자치부는 지난 2, 3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집합교육을 실시하면서 참석대상자의 인적사항을 사전에 제출토록 하고 불참할 경우 명단과 사유를 일일이 보고하도록 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강압적인 국민의식개혁운동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난 2월10, 11, 19일 정부세종로청사와 과천청사, 대전청사에서 각각 열린 중앙부처 실국장급(1~3급)이상 특별교육과 2월19~26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특별지방행정기관의 4급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순회교육에서는 참가대상자의 90%이상이 출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참가율은 장기교육파견자와 보직대기자, 업무상 긴급한 사유가 있는 공무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원참석이라고 할 수 있다.

추상적인 사업, 국민생활과 괴리감

당시 교육에 참석했던 산업자원부 P과장은 “제2의 건국운동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하고, 관이 점화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교육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강당에다 공무원들을 무더기로 모아놓고 강의위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양상은 21세기 신지식인운동과 전혀 다른 차원” 이라고 비판했다.

학력과 관계없이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정보와 지식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신지식인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제2건국운동이 공무원들을 반강제적으로 교육에 동원한 것은 이 운동이 관주도의 의식교육운동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제2건국운동은 구체적인 사업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사업은 선언적 의미일뿐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연결된 실천과제로 이어지기 어렵다.

7대 국정지표를 보면 참여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정의, 세계주의, 지식기반국가, 신노사문화, 안보기반, 남북화해협력 등 매우 추상적이어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감을 잡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에 5대 활동목표로 정한 부정부패추방운동, 국민화합운동, 공무원의식개혁운동 등도 이미 정부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어서 이를 위해 전국적인 조직을 결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자아낸다.

경기도가 민간단체와 역할을 분담하기위해 수립한 단위사업을 보면 새마을단체는 경제살리기, 교통질서지키기운동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도민운동 해병전우회는 주차질서지키기운동을 중점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심지어 행정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안쓰고 있는 컴퓨터를 소년소녀가장이나 정보화마인드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인층에 전달해주는 PC기증운동을 제2건국운동의 우선추진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최근 정부조직개편과정에서 드러난 부처이기주의와 관료조직의 폐쇄성이 제2건국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이다. 개혁의 대상인 정치권과 관료조직부터 전향적인 자세로 바뀌지않는한 제2의 건국과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정화·사회부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권동철의 미술산책
삐따기의 영화보기
배너
2022년 01월 제2913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2년 01월 제2913호
    • 2022년 01월 제2912호
    • 2022년 01월 제2911호
    • 2022년 01월 제2910호
    • 2021년 12월 제2909호
    • 2021년 12월 제2908호
    • 2021년 12월 제2907호
    • 2021년 12월 제2906호
    • 2021년 11월 제2905호
    • 2021년 11월 제2904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해발 2000m 슬로프…스노보더의 천국, 캐나다 로키 선샤인 빌리지 해발 2000m 슬로프…스노보더의 천국, 캐나다 로키 선샤인 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