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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건국운동] "순수한 국민운동으로 이끌겠습니다"

현 정부의 개혁 작업이 소걸음이다. 일부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제2 정부조직개편작업이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다. 소리만 요란하고 변화된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높다. 내각제 딜레마 때문일까. 그래서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기획단장에 김상근목사가 새로 임명된 사실은 정부의 개혁행보와 관련, 의미가 적지않다.

5·18 진상규명 및 광주항쟁 정신계승 국민위원회 상임대표, 통일시대 국민회의 상임대표, 선거보도감시 연대회의 공동대표, 언론바로세우기 시청자연대회의 상임대표 등의 전·현직 경력에서 보듯 김목사는 재야·시민운동의 상징적 인물중의 한명이다. 제2 건국위가 출범 이후 갖가지 풍랑에 휘말려온 점을 감안하면 김목사가 새로운 조타수로 등장한 것만으로도 ‘멀미’ 상태에서는 벗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김목사는 김대중대통령과 ‘각별한 관계’ 임이 재야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김대통령의 정치적 외곽단체라 할 수 있는 민주개혁 국민연합 상임공동대표인데다 철저한 내각제 반대론자이다. 제2건국위가 순수한 개혁운동의 본체로만 나아갈지에 대해 의심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26일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대한기독교서회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목사는 “제2 건국위 운동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_민주개혁 국민연합을 이끌면서 거의 공개적으로 내각제 반대론을 폈던 김목사께서 기획단장에 취임하자 제2 건국위가 내각제 견제세력이 되지 않느냐는 우려를 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지난해 일부 재야인사를 중심으로 ‘민주시대 포럼’ 을 만들 당시 개혁의 속도를 보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혁이란 레일위에 돌들이 잔뜩 놓여있는 꼴이었으며 그 돌 중의 하나가 내각제라고 판단한 것이죠. 정치적 합종연횡의 산물이 내각제인데 그속에서 개혁은 불가능합니다. 이를 치우기 위해서는 국민적 조직이 필요해 민주개혁 국민연합을 만든 것입니다.

김대통령이 내각제 개헌을 약속한 것은 사실이며 그것을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죠. 하지만 ‘김대통령과 김종필총리 두분은 약속을 지키십시요. 그 뒤 판단과 결정은 국민들이 합니다’ 라는 차원에서 국민의 바른 판단을 이끌어 내기 위한 조직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2 건국위는 그걸 겨냥하면 안됩니다. 내각제 견제를 위한 국민적 동원체제를 만들려고 해서는 절대 안되죠. 제2 건국운동의 순수성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김대통령도 그런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목사는 그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국민연합 공동대표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논의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일차적 반응은 ‘안된다’ 였습니다.”

_여러가지 오해가 생길 제안이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성직자니까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성직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닐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닐까. 내 역량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 전에 본질적 문제에 부딪혀 계속 고사를 했습니다. 결국 한달만에 수락을 했죠. 스트레스란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김대통령에게 일조를 해야겠다.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맡아야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_김대통령과 보통의 사이가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두환정권 초기에 김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았었죠. 그때 모두들 사형이 집행된다고 봤기 때문에 구명운동이 쉽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사회원로들을 찾아 다니며 열심히 구명운동을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김대통령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쪽에서 워낙 애정이 강해서….

그뒤 8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대통령과 김영삼전대통령이 분열했을때 김대통령에게 불출마를 권유했습니다. 그분에게는 청천벽력이었겠지요. 그 반응 또한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죠. 나중에 이희호여사께서 ‘무슨 말씀을 했길래 김목사 만나고 돌아와서 한숨도 못 주무시느냐’ 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저도 그 말씀 드릴려고 얼마나 긴장했던지 5분 만나뵈었는데 밤새 몸살을 앓았습니다. 당시 김대통령께서 ‘신앙은 목사님이 나를 지도하시지만 정치는 내가 더 잘 압니다’ 라고 말씀하셨죠. 30여년 인연입니다.”

_대통령과 정부의 개혁이 많이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세계관 철학관의 혁명적 전환없이는 개혁이 어렵습니다. 개혁의 발목을 잡는 사람들도 정치상황에서만 개혁을 볼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를 봐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조광조 김옥균 등 개혁의 깃발을 내건 사람들은 대개 3일천하로 끝이 났었죠. 속도 있는 개혁이 현실사회에서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혁을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결론이 난다면 다음 세대가 걱정입니다. 개혁이 후퇴해서는 나라가 망하는 것입니다. 아직은 정권 전반기이니 시간이 있습니다.”

김목사는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오랫동안 언론개혁운동을 펼쳐왔다. 그는 이제 한국언론이 “건전한 비판과 함께 긍정적 참여도 해야 한다” 고 당부했다. 과거 군사정권에서는 타율적으로 긍정적 참여를 해왔으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자율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또 “경영에 있어서도 개혁기조를 받아들여 언론파워로 경영하는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목사는 “절대 공보처가 부활해서는 안된다” 면서 “공보처 부활은 결코 김대통령의 뜻이 아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 가 물씬 풍기는 발언이었다.

손태규·주간한국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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