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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반란정국] 표정관리하며 '여.여 틈새벌리기'노려

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한나라당은 운신의 폭이 커졌다. 재·보선으로 인한 당내 후유증이 일단 치유됐고 이회창총재는 대여관계에서 이니셔티브를 거머쥐게 돼 공세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체포동의안 부결후 이총재가 70여명의 당소속 의원들과 소주와 맥주 폭탄주까지 돌리며 승리분위기에 도취했던 것도 이제는 어려웠던 정국 구도에서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표결전까지 강공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던 상황에 비추어보면 엄청난 변화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또한 한나라당에 내부결속 강화라는 덤의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의 지도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은 이미 당사분위기에서 감지되고 , 의원들은 그동안의 열패감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 특히 7일 표결때 소속의원 134명 가운데 와병중인 최형우의원을 제외한 133명 전원이 참여한 것도 그간 주류·비주류간 갈등이나 당의 진로를 놓고 티격태격하던 모습에서 ‘적전’에서는 뭉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유의미한 대목이다. 당내에서도 모처럼만에 웃는 모습으로 공공연히 “우리 당에도 미래가 있음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얘기들을 나누고 있다.

그렇잖아도 당내에 마땅한 공간을 찾지못하던 비주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당장 이총재를 걸고 넘어질만한 ‘고리’가 없을 뿐더러 모처럼 맞게 된 단합분위기를 깨뜨릴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3·30 재·보선 패배이후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분출됐던 지도부 책임론과 당 개혁 요구도 당분간 수면 밑으로 잠복하거나 순(順)방향으로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이와관련 한나라당 민정계의원 22명이 9일 서울 근교서 골프모임을 가져 앞으로 주류와 비주류간의 협력분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김윤환 이한동 전부총재를 비롯해 권익현 강재섭 이해구 나오연 윤원중 이상배 김영진의원 등 대부분 이총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민정계 의원들이었다.

참석자의 숫자가 적지않다는 점, 이총재의 당운영에 일정 거리를 두고 있는 김·이전부총재가 모임을 주선했다는 점등 때문에 예사롭지 않은 눈길이 쏠렸다. 당초 이 모임이 ‘YS의 민주계 만찬’, ‘5공(共) 인사들의 산행’등이 잇따를 때 “우리도 유대관계를 가져야 되는 게 아니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됐던 점도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친목모임’임을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집안 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서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총재에게 부쩍 힘이 붙은 마당에 비판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현실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성향을 봐서는 표결이후의 여야관계,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치 재개 움직임등 정국상황 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3·30 부정선거’ 투쟁도 장외투쟁보다는 보다 내실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전제로 장외투쟁까지 계획해 둔 상태였는데, 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이를 장내로 수렴할 가능성이 커졌다. 투쟁의지 약화라기보다는 원내투쟁 강화로의 방향전환이다. 실제로 체포동의안 부결후 의원들은 “똘똘 뭉쳐서 부정선거 문제를 확실히 따져보자”고 결전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와함께 한나라당의 여·여공조 균열작업도 한결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마냥 승리의 기쁨에 들뜰 처지는 못 된다. 체포동의안 부결과 민심의 소재는 엄연히 별개이기 때문이다. 또 당장 이총재의 당 개혁플랜이 가시화 단계에 들어가면 한바탕 회오리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따라서 표결승리 다음날인 8일부터 한나라당은 일단 가뿐 숨을 잠깐 고르고 정국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전장(戰場)을 ‘장외’에서 ‘장내’로 돌리고, 수위도 한 두단계 낮추려는 분위기다. 부정선거의 고리는 쥐고 있되 무게중심을 민생문제와 보수층을 겨냥한 안보쪽으로 옮길 것같다.

우선 국민반응이 민감한 안보문제를 곧바로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이 9일 주한미군의 지위변경 가능성 발언 등 정부의 잇따른 대북정책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이른 시일내에 ‘안보 의원총회’를 열기로 결정한 것이 그것이다.

안택수 대변인은 이날 이에 대한 성명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정부 부처의 한건주의가 극에 달해 국가안보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면서 “당내 의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대표 김용갑)의 건의를 받아들여 안보문제만 논의하는 의총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이날 국회에서 토론회를 갖고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동정권의 틈새를 이용한 정책에서 ‘기선잡이’에서는 큰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총재를 비롯해 고위당직자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이 당장 ‘승리’같지만 국민의 시선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의 비난과 공격태세가 만만치않아 마냥 승리분위기에 젖어있을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8일부터 한결같이 정치투쟁의 목소리를 접고‘민생’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보선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선거부정을 입에 올렸던 이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서는 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신경식 사무총장은 “부정선거규탄 장외집회 여부는 부정선거조사특위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면서도 “정치현안에만 관심쏟기보다는 민생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우선 추경안에 숨어있는 선심성 예산을 철저히 가려내는 한편 어민피해보상 등의 예산은 충분히 확보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했다.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만큼’ 물고 늘어질 작정이다.

당내 일각에서도 “승리 도취감이 너무 오래가서는 안된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이제 공이 우리쪽으로 넘어왔다”며 “지금부터는 국민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를 치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타이밍을 놓칠 경우 표결전보다 한층 더 어려운 상황으로 당이 빠져 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진짜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가 앞으로 내각제·정치개혁 정국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만은 분명해졌다.

최성욱·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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