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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국역] 고문서 수집. 정리도 시급하다

“이런 고문서들은 한번 유실되면 영원히 사라지는 것입니다. 문집같은 것이야 여러 질이 규장각이나 장서각 같은 데 나뉘어 있지만 편지나 호적, 생활문서 같은 것은 여러 벌 만들 이유가 없는 것들이지요. 따라서 이 문서 한 장이 사라지면 귀중한 역사 연구 자료 하나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경기 성남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고문서 자료실에서 만난 안승준 전문위원은 고문서 수집정리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고전 국역과 함께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문서들을 하루빨리 수집해 정리하고 번역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문서류는 지방 문인의 문집류처럼 책으로 돼 있지 않은 초고본이나 일기, 편지, 토지매매기록, 호적, 재산상속문서, 가계부 등등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많다. 특히 지배층인 양반이 한문으로 기록했지만 평민과 천민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 많아 기층민의 삶을 재구성하는 토대가 된다.

정문연 장서각 고전적연구팀(팀장 이종묵교수)은 이런 고문서들을 지방의 향교나 사원, 유명한 가문 등을 찾아다니며 수집한다. 수집한 자료들은 우선 마이크로 필름에 담는다. 초서로 쓴 문서들은 정자로 옮긴 뒤 영인해 고문서집성이라는 책으로 발행한다. 정문연은 79년부터 시작한 이 작업으로 지금까지 고문서, 고전적 12만점을 수집했고 8만8,000여점을 마이크로 필름에 담았다. 이런 작업을 통해 국보나 보물급 휘귀자료도 많이 수집했다. 그래도 전체 고문서량의 35%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문제는 이들 고문서가 차츰 화재나 도난, 해외반출 등으로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수집하지 않으면 안된다. “서울 인사동과 함께 대구가 고문서 매매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것들은 당장 어디로 어떻게 팔려갈 지 모릅니다.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찍어놓기라도 하자고 상인들을 설득해 3,000점 가까이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고문서값이 오르면서 일본 도쿄나 오사카 고서점가에는 우리 고문서가 많이 나와 있다. 보통 국내가격의 10배쯤 한다. 중국 옌볜에는 북한에서 유출된 고문서들이 우리나라보다 두세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문연은 올해 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3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이런 수준으로는 올해 목표인 4만5,000점을 수집하고 영인만 하는 데도 빠듯하다. 번역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문으로 된 문서를 번역해서 국사학이나 국문학 분야 전공자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른 분야 연구자들까지 연구자료로 삼을 수 있도록 하려면 연간 10권 정도만 하는 데도 7억원 정도가 든다.

이런 자료가 그동안 별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은 것은 학계의 불성실에도 책임이 크다. 사학자들이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같은 연대기 자료에만 의존해 고문서 생활사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안 위원은 “섣부른 논문 백편 쓰는 것보다 이런 기초사료들을 발굴, 정리하고 번역해놓는 것이 백년, 천년 가는 중요한 작업”이라며 “소독실, 탈진실 같은 고문서 정리를 위한 기본 장비도 없이 이런 작업을 한다는 자체가 우리의 수준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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