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기업들은 IMF 체제를 맞아 내수침체에 따른 경기 불황에 시달리고있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국내 기업들은 구조조정작업을 수행하거나 책임 경영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이란 수익성있는 분야에 사업부문을 집중하는 작업과 기업이 보유 또는 고용하고 있는 자산이나 인원을 줄이는 작업을 말한다.

책임 경영이란 기업 구성원들이 수행해야 할 조직단위 및 기업의 목적을 자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이에 합당한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책임경영을 통해 경영의 합리화와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이 불황기에 처한 기업의 군살을 빼는 외형적인 작업이라 한다면, 책임경영은 기업의 전략을 올바르게 수행해나가게 하는 내부적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빠른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경영

사내분사제는 국내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책임경영의 실행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단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사내분사제란 기업내의 각 사업부문을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독립시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사내분사제는 기업내의 각 사업부문들이 법인체는 아니지만 마치 하나의 단일 기업처럼 이익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을 해나가는 독립채산제 형태를 가진다.

사내분사제가 기존의 사업부제와 다른 것은 분사간 매출·매입거래를 할 때 합리적이고 공정한 가격에 바탕을 둔 사내 대체 가격제가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 분사별로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와 같은 재무제표가 작성되며 엄격한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된다는 데 있다. 한편 사내분사제가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지주회사제와 틀린 점은 ▲지주회사제는 사내분사제의 법인격없는 회사들을 법인체로 독립시켜 중앙 본사가 일정지분율을 가지고 이들 회사들을 자회사로 운영시키는 형태인 반면 ▲사내분사제는 사업부제보다는 좀더 독립적이며 분권화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사내분사제가 발전하게 된다면 최종적인 형태는 지주회사 체제로 이행하게 될 것이다.

최근 불황기에 처한 국내 기업들이 사내분사제 형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내분사제를 도입하여 권한이양을 통한 의사결정 속도를 단축시킬 수 있다. 즉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민하게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업 구성원이 무책임하고 효과적이지 못한 경영 활동을 수행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왜냐하면 사내분사제를 통해 기업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이 대폭 이양되며 동시에 이에대한 책임도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필요시 외부 기업과의 합병, 기업내 각 사내분사간의 결합 또는 혼자 독립된 회사 형태로 분사하기가 쉽다. 특히 세번째 경우는 특별한 사전 준비 작업 없이 보다 쉽게 구조조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사별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 작성 필수

사내분사제 운영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기업내 각 분사들이 독립된 회사와 같은 형태로 경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사내분사별로 독립채산제가 이루어져 자립적 경영이 가능해야하고 분사별 실적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사별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작성이 필수적이며 사내자본금제, 사내금리제, 사내대체가격제와 같은 관리제도가 운용되어야 한다.

사내자본금 제도란 각각의 사내 분사 단위별로 자본금을 배분하여 그 운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분권 관리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각 분사별 자본금을 배분할 때는 분사 단위의 고정자산 금액을 기준으로 분할하는 경우가 많다. 사내금리제도는 사내 분사들이 본사의 재무부(팀)에 지불하는 금리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사내금리제도는 기회비용처럼 사내 분사의 자금운용 및 재고자산이나 대출채권 등에 부여하여 금리절감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사내대체가격 제도란 사내 분사간 내부거래에 사용되는 가격을 말하는 것이다.

사내분사제를 채택할 경우 각 분사별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와 같은 재무제표가 작성되기 때문에 투하자산의 수익률이나 매출액향상 등 비율과 금액 양쪽부분의 성과측정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기업 내부 사업단위(또는 사내분사)의 평가지표였던 매출액, 당기순이익, 총자산수익율(ROA), 자본수익율(ROE)의 측정이 좀더 수월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각광받는 신경영 기법인 경제적부가가치(EVA)의 적용이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사내분사제를 채택하고있는 외국 기업으로는 일본의 종합상사인 이토추(伊藤忠)상사를 들 수 있다. 이토추상사가 작년4월 사내분사제를 사내분사제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21세기 상사의 전략실행에 있어 의사 결정 속도와 연결 대차대조표를 중시하는 경영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토추는 최근 상사의 사업비즈니스가 ‘거래 중개 업무’ 에서 ‘사업 투자’ 로 이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때문에 각 사업본부의 기간별 손익보다는 투자 금액, 투자 수익율, 장기 채권잔고 등을 중시하는 연결 대차대조표 중심의 경영으로 옮길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책임경영 실현, 효과적 구조조정 수단으로

이토추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위해 총무, 인사, 경리 등 순수관리 부문은 본사에 두고 섬유그룹, 금속그룹, 에너지·화학 그룹 등을 8개 분사로 두는 체제로 전환했다. 사내분사제를 통해 이토추는 본사가 투자안건을 개별적으로 심사하지않고 분사의 사장에 전임시키는 업무 권한이양을 수행했다. 이에따라 과거 20억엔 이상의 투자 안건의 경우 8∼10개의 결재단계가 필요했었지만 사내분사제를 도입한 이후 2∼3개로 줄어들었다.

이토추는 또한 사내분사제를 통해 채용 권한 및 조직 체제의 개편 권한을 분사의 사장에게 이양하여 의사결정의 속도를 단축하고 조직의 유연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리고 경영 평가지표로 총자산수익율, 자본수익율, 금리부담 능력 등을 채택하여 각 분사들의 효율성 및 리스크 관리능력을 평가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사내분사제의 전단계인 사업부제를 많이 운용하고 있으나 각 사업부 단위별로 인사권, 투자결정권 등의 권한이양은 잘 이루어지지 않은 편이다. 또한 사업부 단위별 이해 관계의 상충으로 대차대조표 작성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외형위주 전략을 수행할 때는 중앙집권적인 조직 형태의 운용이 바람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경쟁이 격화되고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사내분사제를 통한 책임 경영의 실현이 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책임경영의 실현 및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사내분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내 기업들이 사내분사제를 도입한다면 구조조정 방법 중 하나인 기업내 사업부문을 독립법인화시키는 분사화 전략을 보다 손쉽게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대홍·현대경제연구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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