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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분가] 힘 실어주기 VS 조용한 다지기

아파트 건설현장과 자동차공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8순의 ‘왕회장’(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포니정’ 에서 ‘건설맨’ 으로 변신한 동생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포니정이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에서 퇴진, 그룹에서 독립해 작은 살림(현대산업개발)을 맡게된 3월초 이후 왕회장과 포니정, 이 두형제의 발걸음은 매우 분주하기만 하다.

8순의 왕회장은 퇴행성 다리관절염으로 비서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일선 현장을 수시로 방문, 청년시절의 정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3월19일에는 김포 현대건설 청송마을 아파트 분양사무소에 들러 “완전무결한 최고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한데 이어 29일에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전망대를 방문, “기아를 지금보다 2배이상 키워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왕회장은 기아차 방문을 끝낸뒤에도 김윤규 현대건설사장과 함께 헬기를 이용해 곧바로 서산농장으로 향해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자동차·건설 챙기기에 분주한 왕회장

왕회장이 화려한 행보로 관심을 모으는 동안 포니정은 조용히, 그러나 꼼꼼하게 새살림을 챙기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명예회장 퇴임식장에서 사가를 부르던 도중 끝내 눈물을 보였던 그는 지금은 마음정리가 다 된 듯, 예전 별명대로 ‘스마일맨’의 여유를 보이고 있다. 우선 포니정은 지난 10일 출국,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를 둘러보고 터키, 인도의 자동차 공장을 차례로 방문해 자신의 젊을을 바쳤던 자동차 사업과의 작별식을 가졌다.

18일 귀국한 포니정은 오전 7시15분이면 어김없이 현대산업개발 사무실로 출근, 오후 7시쯤 퇴근한다. 오히려 퇴근시간은 자동차 명예회장 시절보다 더 늦는 경우가 많다는게 비서의 말이다. 요즘엔 새로 맡은 살림살이를 파악하기 위해 업무보고를 받고 회의주재도 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32년간 그랬던 것처럼 그는 여전히 타고난 ‘일벌레’ 모습 그대로이다.

두 형제중 더욱 바쁘고 초조한 쪽은 왕회장. 형제간 분가(分家)를 마무리한 이후 이제 삼촌 대신 자동차사업을 맡은 장남 몽구회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고, 몽자 돌림 아들 형제들의 분가구도 역시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2세 경영체제의 확고한 구축작업이 8순인 그에겐 조급한 과제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기아차 공장을 방문한 것도 몽구회장을 격려하고, 자동차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생각에서 나왔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왕회장은 또 포니정의 분가이후 매일 오전 7시부터 30분~1시간 가량 현대그룹 계동사옥 15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몽구회장으로부터 자동차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 왕회장은 몽구회장으로부터 기아자동차와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효과 창출, 현대차 및 기아차 구조조정 및 국제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수시로 보고받고 경영자문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이끌 장남에 대한 각별한 애정표시인 셈이다. 현대직원들은 현대차의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내부혼란이 생기면서 몽구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왕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생의식한 나들이’ 분석에 포니정 ‘모른척’

왕회장의 또다른 역점사업은 건설. 아들 6형제중 자신의 외모를 쏙 빼닮고 사업감각도 남달라 왕회장이 매우 아끼고 의지하는 3남 몽헌회장이 건설사업의 사령탑이다. 왕회장은 몽헌회장으로부터도 거의 매일 오전 집무실에서 건설업계의 현안과 현대건설의 경영활성화 방안 등을 보고받고 있다. 여기에는 자동차를 몽구회장에게 맡기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몽헌회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 표시도 담겨 있다.

현대 관계자는 “왕회장이 몽구_몽헌 형제를 주축으로 그룹 후계구도를 마무리지어가고 있는 만큼 주력 계열사인 자동차와 건설에 상당한 관심과 애착을 갖고있다”며 “그의 자동차와 건설 등 주력 계열사 챙기기는 지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왕회장의 자동차·건설 챙기기는 동생 포니정을 의식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를 키워온 동생을 분가시킨후 포니정이 없는 자동차 사업에 남다른 드라이브를 걸고, 또 포니정이 맡은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업종의 현대건설을 유독 챙기는 것은 형제간 묘한 경쟁심리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에서 손을 떼야 했던 포니정의 아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은 왕회장이 현대건설 현장을 방문한지 불과 이틀만인 21일(휴일) 경기 파주시 교하면 아파트 모델하우스 현장을 예고도 없이 방문, 의욕을 보였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분가이후 한식구에서 남이 돼버린 현대건설과의 라이벌 의식을 드러낸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현대아파트 브랜드 사용문제로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포니정은 그러나 형제간 대결구도에 대해서는 모른척 하고 있다. 왕회장이 “최고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현대산업개발을 염두에 둔듯한 발언을 한데 대해서도 “국내 주택시장이 얼마나 큰데 현대건설과 경쟁을 하겠느냐”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비서실 관계자는 “정세영명예회장이 요즘도 매주 월요일 계동 본사의 왕회장 사무실에 들러 서로 사업을 의논한다”며 “형제간 신경전은 항간의 억측일뿐” 이라고 일축했다.

32년전 황무지에 현대자동차를 세워 86년12월 미국 뉴욕타임스로부터 ‘산업영웅’ 이란 극찬받기도 했던 포니정은 이제 “주택업체였던 현대산업개발을 종합건설회사로 키우겠다”며 건설맨으로서의 의욕을 다지고 있다.

한국 재벌사(史)의 신화적인 두형제 정주영명예회장과 정세영명예회장_. 현대라는 우산속에 동고동락해온 이들 형제가 이제부터 각기 다른 기업에서 어떤 경영행적을 그려나갈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대희·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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