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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설치'에 인권단체 반발?

지난 1년간 논란을 빚어온 인권위원회 설치문제가 3월22일 밤 국민회의와 법무부, 즉 당정간 협의로 최종안이 마련됐다. 현 정권 공약사항인 인권위 설치는 인권보장의 획기적 전기로 평가된다. 민이 참여하는 헌정 초유의 인권기구는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만든 ‘진실화해위원회’에서나 유례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자축분위기에 젖어 있어야 할 시민·인권단체쪽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법무부와 시민인권단체는 그간 논란의 양쪽 당사자였다. 참여연대와 민변, 인권운동사랑방 등 31개 민간단체는 ‘인권법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 공동추진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연합기구까지 만들어 의견을 개진해왔다. 막상 최종안 협의에서는 참석이 배제되었다.

두가지로 요약되는 이들의 주장은 최종안이 내용상 법무부안의 변형에 불과하고 정책결정 과정이 비민주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시민 인권단체들은 과거 독재정권과 싸우면서 인권을 발판으로 삼아왔다. 그런 만큼 인권 사항은 ‘성역’에 가깝고 타협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당정협의, 주고받기식 타형에 불과

그러나 이들에게 당정 협의는 정치판 관행인 주고받기식 ‘타협’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국민들의 대체적인 합의를 무시하고 국민회의 일부 의원과 법무부의 로비로 최종안이 이뤄졌다”고 단정했다. 수위를 높인 인권운동사랑방은 ‘비열한 기습’‘날치기’로 몰아세우며 “반대세력의 낙마를 틈타 뒤통수를 때렸다”고 했다. 줄곧 법무부 안과 대립된 입장을 보인 김원길 정책위 의장의 경질과 이기문 인권위원장의 의원직 상실이 있고 나서 당정 합의가 전격 성사됐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그간 6번의 공청회를 거쳤고 국가정책이 민간단체에 질질 끌려갈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기습처리로 보일 만큼 서두른 이유중에는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인권위원회 참석(25일)을 앞두었다는 점이 고려될 수 있다. 또 최근 정책혼선이 가중되는 처지에 놓인 정부 입장도 빼놓을 수 없다.

전체적으로 최종안의 내용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 정부로 부터 독립된 민간기구라는 점에서 권한의 독립성을 보장했고 직원에 대한 신분보장과 예산편성권의 독립성 확보, 일정수준의 조사권 등을 수용하고 있다. 법무부도 많이 양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적되는 여러 문제중 핵심은 인권위 위상이 외관상 독립기구이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무부는 민간기구로, 민간단체는 국가기구로 설치할 것을 주장했으나 타협점은 찾지 못했다. 순수 국가기구는 정부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순수민간기구는 본래 취지에 부응하는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섰다. 최종안에선 국가기구의 성격을 갖는 민간특수법인으로 귀착됐다. 그러나 이석연 변호사는 “특수법인은 주무관청의 존재가 전제돼 어디까지나 독립된 국가기구로 설립해야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사실 계속되는 논란의 배경에는 과거부터 쌓인 법무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법무부는 인권보장을 위한 정부의 공식기구로 또다른 국가 인권기구의 공식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사법기능의 한쪽을 담당하는 법무부에 대한 불신은 세월이 바뀌고 변했어도 쉽게 바뀌지 않았다. 때문에 앞으로 인권위 설치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입법화하든 법무부가 과거의 짐을 벗지 않으면 논란에 종지부는 찍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선 그같은 전망은 기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법무부를 개혁하겠다던 장관이 정작 외풍을 막는 울타리가 되고 있다”는 공추위측 주장만 봐다 그렇다.

이태규·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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