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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바람 일으키는 것 우선돼야"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일 조짐이다. 태풍의 눈은 김대중대통령. ‘젊은 층 수혈론’이 그가 꺼낸 카드다.

16대 총선을 1년남짓 앞두고 일어난 이 바람의 희생자가 과연 누가 될 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정치권 변화 및 세대교체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김대통령이 직접 깃발을 들었다는 점에서 태풍의 위력은 가히 메가톤급이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대통령이 이 얘기를 꺼낸 것은 3월19일 청와대 기자간담회 석상. 김대통령은 정계개편에 관한 질문을 받고 각 정당의 전국정당화와 함께 “정치권에 들어오지 못한 뜻있고 젊은 일꾼들을 수혈받아 새로운 정치기풍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그뒤 일부 언론 인터뷰, 수석비서관 브리핑 등을 통해 이런 의지를 거듭 피력해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젊은 인재 영입으로 정치불신 해소”

김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한 세대교체로 해석되는 듯하자 이후 여러 기회를 통해 부연설명을 내놓았다. 여야 정당 중진의원들의 반발심리를 감안한 배려로 해석됐다.

“나이와 상관없이 어떤 생각과 자세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특정 연령이나 계층을 배제하는 게 아니다” “새롭고 앞서가며 전진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정치와 정당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신지식인들, 개혁마인드와 신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령에 제한을 두고 한 얘기가 아니며 나이가 젊다고 다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고, 나이가 많다고 다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아니다” 등등.

그러나 이런 해명성 후속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의 시각은 김대통령이 세대교체의 첫 단추를 채웠다는데 이론이 없다. 실제로 김대통령과 격주로 독대하고 있어 누구보다 김대통령의 의중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대행은 최근 세대교체의 의미를 보다 확실히하는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21세기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젊고 우수한 사람들을 영입하는 것이 국민 사이에 만연한 정치불신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고, 국정전반의 개혁노력에도 상응하는 조처가 될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께서 강조한 것이라고 본다” 는 내용. 조대행은 “당도 지속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 나갈 것” 이라고 부연, 국민회의의 대규모 물갈이 방침을 기정사실화했다.

영남지역이 1차 영입대상

김대통령이 지금 정치권 세대교체론을 제시한 이유는 뭘까.

우선 정치권 개혁 차원에서 나온 발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경제대통령’ 역할을 자임했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정치대통령’ 부분에 치중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부터 지속적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도 이런 배경. 김대통령은 특히 정치판이 개혁되려면 먼저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치권사정도 그런 차원에서 추진된 흔적이 짙다.

내각제를 둘러싼 공동정권간의 갈등, 개각, 국정혼선논란 등 자신에게 부담스러운 정치 이슈들을 덮어 보려는 의도에서 나온 계산된 발언이라는 관측도 있다. 내각제문제와 관련해 김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는 자민련이 대표적인 ‘노인정당’ 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런 시각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실제로 김대통령의 수혈론이 나온뒤 자민련내에서는 불만스런 분위기가 팽배했다.

‘젊은 층 수혈론’ 이 부각되면 될 수록 정치권에서 커지는 관심은 “과연 누가 수혈 대상이냐” 는 것이다.

이에대해 여권 핵심관계자들은 “지역과 직역,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고 말한다.

우선 지역. 당연히 현여권의 취약지역인 영남지역이 1차 영입대상이다. 이를위해 이미 대구·경북출신인 청와대 김중권비서실장과 부산·경남출신인 김정길 정무수석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에선 국민회의 엄삼탁부총재 장영철 정책위의장 등이, 부산·경남지역에서는 국민회의 노무현부총재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호남지역, 대규모 물갈이설이 대세

영남 못지않게 중요한 지역이 호남. ‘DJ공천=당선’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고있는 이 지역에서 유달리 “우리도 이제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 좀 가져보자” 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여권안에서는 호남 대규모 물갈이설이 일찌감치 대세가 되었다.

이밖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국민회의 정균환사무총장 한화갑총무 정동영대변인 정동채 김민석의원 등이 창구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은 김영배부총재 담당이다.

직역 측면에서는 김대통령 자신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김대통령은 3월23일 한 언론인터뷰에서 “시민단체, 전문직, 신지식인, 벤처기업인 등 여러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말한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여권 주변에서는 ▲재야·시민단체 리더 ▲각계 전문가 그룹 ▲신지식인 및 벤처기업인 등을 유력한 ‘수혈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여권은 지난해 10월 제2건국위 위원 437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각계 전문가 1,000여명과 재야·시민단체·신지식인 등의 리스트를 이미 작성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여권 안팎에서 자주 거론되는 ‘인재 풀(POOL)’ 로는 김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개혁국민연합, 국민정치연구회, 21세기를 이끌어 갈 청년모임(젊은 한국) 등이 있다. 민주개혁국민연합에는 이재정 성공회대총장, 최규성 동주무역대표, 윤영규 전전교조위원장, 배종열 전전농의장,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 전전대협의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구당위원장 교체로 실체 드러낼 듯

시민단체를 주도하고 있는 유명인사로는 참여연대사무처장인 박원순변호사, 소액주주 운동으로 유명한 장하성 고대교수,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손봉숙 소장, 환경운동연합의 최열사무총장 등을 들 수 있다.

이들과 함께 서울대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정우 변호사, 연대총학생회장 출신송영길 변호사, 민변의 젊은 변호사그룹 등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지식인’은 “학력과 상관없이 창의력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성공한 경우” 를 일컫는 말.

김대통령의 ‘젊은 층 수혈’ 은 일단 8월께의 전당대회에 앞선 국민회의의 일부 지구당위원장 교체를 통해 처음으로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외위원장, 현역 의원 순으로 다시 두 차례의 수혈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대통령이 현역 중진 등 정치권내 기득권세력의 저항과 같은 변수들을 물리치고 정치권의 세대교체, ‘젊은 피 수혈’ 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규 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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