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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봄날 하늘을 나는 나비는?

할리우드 영화‘패치 아담스’(4월3일 개봉)에서 캐린(모니카 포터)은 나비가 됐다. 어릴 때 이붓아버지의 성폭행에 시달리면서 차라리 애벌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여자. 그래서 조금만 참으면 나비가 돼 훨훨 떠나갈 수 있기를 바라던 그는 죽어 나비가 됐다. 그 죽음을 비통해 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포기하려던 그의 남자 아담스(로빈 윌리엄스). 자살을 생각하며 벼랑끝에 선 그의 어깨에 한마리 나비가 앉는다.

아담스는 안다. 그 나비가 바로 캐린의 영혼이라는 사실을. 나비가 하늘로 다시 날아오르는 것을 보며 그는 캐린이 가까이서 자기를 지켜주고, 지켜보고 있다고 느낀다. 나비가 된 캐린의 영혼과 무언의 메시지를 들은 아담스는 돌아서서 다시 병원으로 향한다.

우리영화‘닥터K’(감독 곽경택)에서 강지민(차인표)도 죽어 나비가 됐다.

신비의 힘으로 뇌종양, 그것도 어린 환자를 치료하는 레지던트 4년차. 알고보니 아이를 치료하며 그만큼의 종양이 자기 머리에 생겨 결국 죽게 된 너무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 그를 연모했던 표지수(김혜수)는 병원 앞마당에 나타난 한마리 나비가 그의 다른 모습임을 안다.

영화는 수많은 죽음을 이야기한다. 정의란 이름아래 새털처럼 가볍게 인간의 생명을 끊어버리는 할리우드 액션물. 오락을 위해 총칼로 익명의 등장인물들을 쓸어버리는 홍콩영화. 이런 오락을 위해 죽음을 새털처럼 가볍게 여기면서도 영혼의 불멸성은 믿는다. 그것이 소중하고 애틋하면 할수록. 더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믿고싶은 관객의 마음에 영합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윤회사상은 죽음이란 운명을 가진 인간들에게는 하나의 구원이다.

그렇다고 왜 나비인가. 영화는 나비의 이미지를 생각한다. 나풀나풀 날아와서는 잠시 앉아 자신을 알리고는 사라지는 존재. 마음이 맑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느낌도 전해주지 않는다. ‘패치 아담스’에서 나비는 ‘자유’이다. 상처받은 영혼이 그 상처를 잊고 자유로히 살 수있는 존재. 그래서 캐런은 나비가 됐다. 사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천사가 된 영혼이 지상에 내려오면 나비의 모습일 것이라고 얘기하는 영화도 있다. 나비를 쫓아가니 그리던 어머니가 있는, 나비를 영혼의 인도자로 생각하는 작품도 있었다. 장자는 나비꿈(蝴蝶之夢)을 꾸었다. 꿈속에 자신이 나비가 되는 꿈을. 꿈을 깨고 나서 그는 “내가 나비꿈을 꾼건지, 나비가 내꿈을 꾼건지 모른다”고 했다. 장자에게도 나비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4월의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진달래도 개나리등 꽃들도 피는 따스한 봄이다. 그 사이를 하얀나비가 날아오르면 그것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것은 엄마 손을 잡고 겨우 걷는 맑은 영혼의 아이들이다. 언제부턴가 나비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의 영혼이 탁해진 것일까.

이대현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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