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고유의 식품이다. 김치는 현재 일본 미국 홍콩 유럽연합(EU) 수리남 페루 등 22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김치가 일본 ‘기무치’에 밀리느니 외국인들이 김치가 일본 것으로 알고 있다느니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난 10월 한국무역협회가 김대중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가 ‘한국제품중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은 김치’라고 답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작년 12월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에서 ‘Kimuchi(기무치)’와 ‘Kimchi(김치)’로 병행하던 김치의 국제표기를 ‘Kimchi’로 통일했다.

김치 수출은 82년부터 시작됐지만 본격화된 것은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농림수산식품수출입조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1만2,335톤 3,969만2,000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1만4,500톤 4,000만달러어치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합 차우진과장은 “특히 IMF 이후에는 원화 가치 하락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말한다.

일본시장은 ‘기무치’와 ‘김치’의 각축장

김치 수출의 95% 이상은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일본 시장은 일본제 기무치와 한국제 김치의 각축장이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몫은 10% 정도. 그러나 일본제와 한국제를 막론하고 ‘한국식 김치’가 차지하는 비율(현재 30% 정도)이 점점 늘고 있어 수출 전망은 밝다. 일본인들이 한국적인 강렬한 맛을 알게 됐다는 얘기다. 일부 국내백화에는‘김치 관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치를 사러오는 일본인들이 많다.

반면 일본 ‘기무치’의 수출은 별도 항목으로 잡힌 통계가 없을 만큼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시장의 한국 김치 고객은 90%가 일본인. 나머지 10% 정도가 재일동포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홍콩 등 나머지 지역은 소비자의 거의 대부분이 교포이고 현지인의 소비는 미미한 편이다.

따라서 김치 수출 주력대상은 일본.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치열하다.

농협의 경우 포장이나 청결도를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무 배추 등 재료 세척이나 절단, 절임 등을 기계화·자동화하고 있다. 이런 쪽의 기술이 앞선 일본 김치공장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추는 노력은 농협 산하 농산물가공기술연구소에서 맡고 있다.

농협중앙회 농특산가공부 정기식팀장은 “작년에 일본 홍콩 미국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에 530만달러어치를 팔았는데 올해도 그 정도 수준은 무난할 것”이라며 “현재 수출용 김치는 배추김치 위주지만 총각김치 등 다른 종류도 개발해 수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한다.

미니김치, 인삼김치 등으로 새시장 개척

농협은 일본 자위대에도 수출을 추진중이다.

두산 종가집김치의 경우 75그램들이 신제품 ‘미니김치’를 개발, 지난 8월부터 도쿄 지역 편의점 세븐 일레븐(약 4,000곳)에 공급하고 있다. 세븐 일레븐은 일본 전역에 7,000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유통업체로 이곳에 물건을 넣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성공한 마케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김치의 신선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일본까지 가는 물류 소요기간을 2∼5일로 단축시킨 것도 효과를 봤다.

김동환대리는 “올해는 일본 날씨가 상당히 추운데다 일본 배추값도 비싸 우리 김치가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특히 알루미늄 용기 개발이나 1회용 미니김치가 효자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종가집김치는 작년에 일본 홍콩 태국등에 29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올해에는 320만달러 정도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예 색다른 김치로 새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도 있다.

인삼 제품 생산업체인 고려파낙스인삼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공동연구 끝에 인삼김치를 개발, 지난 3월부터 일본과 미국, 홍콩에 수출하고 있다.

인삼김치는 배추김치에 4년근 수삼으로 만든 염장인삼(인삼 장아찌)을 얇게 썰어 함께 버무린 것으로 인삼의 향과 피로회복, 노화방지 효능을 살렸다. 특히 인삼의 쓴 맛을 싫어하는 일본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수삼을 2개월간 꿀과 된장 등에 절여 특유의 쓴 맛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이 염장인삼 제조기술은 작년 10월 일본 특허청으로부터 발명특허도 얻었다.

이 회사는 도쿄를 비롯해 미국 홍콩 등에서 열린 식품 박람회를 통해 인삼김치를 널리 알렸다. 윤형철해외영업부장은 “올 계약액만 120만달러”라며 “내년에는 매출이 배 정도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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