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월간지 보도가 전남 광양시 주민들과 지역상공인들을 격분시키고 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세계에서 유례없는 모험-광양항’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바로 그것.

이 잡지는 “광양항은 정치인의 정치논리와 공무원들의 비효율이 빚어낸 합작품” 이라며 “광양항은 문민정부시절 부산 가덕신항의 계획을 원만히 추진키위해 내세운, 당시 야권무마를 위한 들러리용” 이라고 표현했다. 이 잡지는 또 주명건(朱明建) 세종대 이사장의 말을 빌어 “광양항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돈낭비에 불과한 사업으로 양항체제(TWO PORT SYSTEM)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모험” 이라고 지적했다.

이를놓고 상공인들과 지역민들은 국토균형개발과 동북아지역 물량의 처리, 경부축에 집중된 화물유통체제의 분산을 통한 수송체계의 합리화라는 뚜렷한 필요에 의해 추진해온 국책사업을 정치논리와 지역감정의 산물인냥 호도하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비난하고 있다.

10년간의 대역사, 1단계 완공 ‘제2국제항’ 으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는 10년간의 대역사 끝에 지난해말 1단계가 완공됐다. 지난 7월 대한통운터미널과 10월 현대상선터미널이 개장한 데 이어 한진해운과 조양상선 등이 연말까지 줄줄이 개장할 계획이어서 부산항 다음의 ‘제2의 국제항’ 이라는 별칭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부두는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87부터 2011년까지 총2조2,000억원을 들여 5만톤급 20선석과 2만톤급 4선석 등 24선석을 4단계로 나누어 개발하는 국책사업.

컨테이너부두 2단계공사는 1단계공사가 한창이던 95년 1차사업(5만톤급 2선석및 2만톤급 2선석)이 착공돼 현재 5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다음달이면 2차사업 계약이 맺어져 곧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컨부두공단은 컨테이너화물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93년 동측전용도로(6㎞)개설에 착수, 다음달말 개통을 앞두고 있으며 서측전용도로(15.5㎞)역시 올해 실시설계를 마치고 2001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착공된다. 또 93년 착공한 광양항인입철도(2.5㎞)는 현재 93%의 공정률을 보이고있어 올해말이면 1단계 배후수송망이 완전히 갖춰질 전망이다.

광양항 공사가 예정대로 추진되면 현재 부산항에 몰리는 물동량을 상당부분 흡수, 부산항의 화물적체가 풀리는 등 수출화물의 물류가 원활해져 국가경쟁력향상이 기대된다. 또 지역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 상당할 전망이어서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게 현지의 기대다.

이런판에 월간조선 보도는 지역주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주민들의 불만뒤에는 이런 기사가 게재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시각도 없지않다.

한 지역상공인은 광양과 부산의 양항체제를 ‘유례없는 모험’ 이라며 유럽의 항만을 예로 든 것과 관련해 “비좁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물론 운하에 항구를 만들어야 하는 유럽은 지리적여건 때문에 1개항만밖에는 만들수 없다” 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일본 미국에는 항만이 여러곳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민들, 월간조선 지적에 ‘조목조목’ 반론

순천·광양상공회의소는 또 월간조선이 “광양항이 개항한지 9개월이 지나도외국컨테이너선이 들어온 것은 고작 11척뿐” 이라고 한데 대해 “이 수치는 7월 개장한 대한통운 1개부두의 실적치에 불과하며 10월말까지 30척, 11월말까지 56척 그리고 4개선사가 전부 개장되는 연말에 가면 100척이상의 대형컨테이너선이 입항할 것” 으로 반박했다.

또한 광양항의 수심이 낮아 준설은 했지만 대형컨테이너선이 입출항 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수심 20㎙의 천연수로를 유지, 부산항보다 오히려 양호한 조건을 갖추고있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광양항의 진입도로가 2차선도로로 꼬불꼬불하고 위험을 안고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광양항 진입도로는 이미 4차선으로 완공됐고 6㎞에 달하는 동측전용도로와 2.5㎞ 인입철도는 금년말 완공예정으로 있어 현재의 시설만으로도 광양항의 기능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광양항 입주선사인 현대상선 임영길(任永吉) 운영팀장은 “10월 터미널을 개장한 이후 APL, MOL과 공동으로 화·목·금요일 미주라인과 토요일 구주라인에 대한 화주서비스를 실시하고있다” 며 “광양항을 이용할 경우 부산항의 고질적인 교통혼잡과는 달리 선적지연에 따른 위험을 감소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스케줄을 제공하고 있으며 무료로 화물을 둘 수 있는 무료장치기간 연장으로 화주의 비용을 절감케 하고있다” 고 말했다.

또한 광양시 황학범(黃鶴範) 항만행정계장은 “광양시는 컨테이너부두 준공이전부터 이미 해외홍보를 꾸준히 해오고있다” 며 “지난해 4월 독일 함부르크와 영국의 웨일즈에서 정기선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을 비롯해 같은 해 7월과 11월 일본과 중국의 환적화물유치를 위해 현지설명회를 가졌으며 중국과 국내화주 300명을 대상으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고 말했다.

늘어나는 물동량 “정치·지역 논리는 잘못”

또 “컨테이너부두 준공이후인 올 1월 서울코엑스에서 서울화주를 대상으로 부두설명회를 가졌으며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대축제 참가및 충청 경인 호남지역 화주들에 대한 세일즈, 광양항 국제포럼 개최 등을 통해 한달평균 70%이상 화물이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있다” 고 밝혔다.

이와함께 순천광양상의 박종완(朴鍾完) 사무국장은 “부산항의 배후권역인 부산 울산 포항지역을 제외하고는 국내 어느지역도 광양항을 이용하는 것이 부산항보다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며 “예를들어 월1,000TEU를 처리하는 서울지역업체가 광양항을 이용할 경우 부산항을 이용할 때보다 월1억1,100만원, 연간 13억3,500만원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더불어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뤄야겠다는 국민적 정서와 광양항 활성화에 거는 지역민들의 강력한 의지가 광양항을 동북아지역의 중심항으로 반드시 키워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고 덧붙였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관계자는 “양항체제(TWO PORT SYSTEM)는 컨부두공단이 생기기 이전인 85년부터 이미 추진돼 왔으며 이를 정치나 지역논리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 이라며 “유럽의 1국1항체제는 물동량이 적었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현재 일본만 보더라도 4항만 시스템이며 대만 역시 2항만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 말했다.

광양지역 주민들과 광양항 관계자들은 월간조선측에 공식적인 항의는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이 제대로 반영되 않은데 대한 불만을 애써감추지는 않고 있다.

순천·광양=양준호·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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