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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농림지, 이대로는 안된다

새로운 토지공급원으로 각광받던 준농림지가 여전히 ‘난(亂)개발’의 온상이 되고 있다. 준농림지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지 및 임야의 개발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부족한 가용토지를 늘린다는 취지로 93년 국토이용관리법을 전면 개정, 이듬해 시행에 들어간 제도.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및 의회가 준농림지의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건설교통부가 부여해준 권한을 거꾸로 악용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악용실태

경기 고양시가 대표적인 사례. 최근 고양시의회는 준농림지역내 행위를 허용하는 조례 2건을 제정하거나 수정했다. 첫번째는 고양시 준농림지역내 숙박업소 등 설치허용조례. 시의회는 숙박업소간 500㎙ 거리제한과 도로 및 철도로부터의 이격거리 50~200㎙만 지킬 경우 어느 곳에나 여인숙을 제외한 모든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이 때문에 일산신도시와 접해 있는 가족휴식공간인 풍동 ‘애니골(일명 신백마촌)’마저 러브호텔 난립 등 퇴폐문화조장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대형음식점 밀집지역인 애니골은 지난해 경기도가 ‘테마거리’로 지정, 예산지원까지 받아 가로등을 설치하고 자전거 도로까지 만든 고양시의 명소이다. 고양시민회 등 14개 시민단체들은 “시의회가 무계획적인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며 조례 페기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두번째는 4월 마련한 준농림지에 대한 준도시지역취락지구 개발계획 수립기준 조례. 시의회는 조례제정안중 ‘개발계획을 고양시 도시기본계획과 부합하도록 수립하여야 한다’는 3조2항을 ‘…수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시장이 지역여건, 인근 지역개발상태, 장래개발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한다’로 수정했다. 이에따라 도시기본계획상 녹지지역에도 시장이 임의로 공동주택 사업승인을 해줄 수 있게 돼 무분별한 개발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제주 서귀포시도 준농림지 문제로 떠들썩하다. 최근 시의회는 준농림지역에 대한 숙박업소 및 음식점 설치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 임시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환경관련단체는 “중산간지역에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을 허용할 경우 퇴폐문화 조장은 물론 지하수 등의 오염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나아가 이같은 조치가 특정인을 위한 특혜일 수 있다며 해당지역 토지소유실태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점

이같은 사태는 건교부의 준농림지에 대한 정책난맥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건교부는 그동안 국토이용관리법을 6차례에 걸쳐 개정하면서 개발열기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 풀어주었던 규제를 강화하고 민원이 생기면 완화하는 식으로 갈파를 잡지 못해 결과적으로 심각한 난개발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97년 9월 국토이용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용적율 강화(100%)와 숙박시설 행위제한 등 준농림지역내 행위제한을 일부 강화됐으나 여전히 도시기반시설 회피 목적으로 300가구미만의 소규모 공동주택단지의 개발이 가능해 농촌지역의 주민정서와 동떨어진 고층아파트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에서 기반시설이 확보된 도시(주거)지역에 공동주택 건설을 기피하고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준농림지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와 지방세수(稅收)를 의식한 자치단체장들이 태도도 문제다. 경기 용인 김포 파주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 이들 자치단체들은 개발촉진을 이유로 학교 상수도 등 도시기반 및 공공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앞다퉈 아파트 사업승인을 내줘 향후 교통대란 등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용인시의 경우 아파트 사업승인 과정에서 업체의 로비에 의해 시장이 구속되는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또 농경지 훼손 및 수질오염 등으로 농촌경관을 파괴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일대는 농가에서 준농림지에 농업용 창고를 지은뒤 서울 등 외지인에게 공장 등으로 임대해 ‘난개발의 표상’이 된지 오래다. 농가에서 영농수입보다 몇배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고 업체도 저렴한 가격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준농림지역은 대기 및 수질환경보존법에 따라 대기환경오염 및 폐수배출사업장만 행위를 제한받지 기타 행위는 사실상 열려있어 땅값을 부추기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덕이·풍·대화·가좌·식사동 지역의 준농림지 가격은 IMF 이전에 평당 50만~60만원선에 거래되던 것이 최근 120만~1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와함께 준농림지에 숙박시설 설치허용 조례가운데 일부 규제항목(주민정서·도시미관 저해 등)은 주관적인 판단요소가 강해 경기 포천군 등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행정심판과 소송이 잇따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대책

도시계획지역내 자연녹지와 동일한 준농림지역의 용적율을 60~80%이하로 강화하고 300가구 미만의 아파트 건설도 일체 불허해 난개발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특히 도시 인접지역으로 장래 개발예상 지역은 국토이용계획변경 요청시 농림부와 산림청, 환경부 등이 과감하게 도시계획지역으로 편입시켜 도시계획에의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즉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세우고 그 틀안에서 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시의회 고오환의원은 “준농림지내 행위를 최대한 제한해 농촌지역 정서에 맞는 저밀도의 전원도시 형태로 개발해야 한다”며 “도시지역 편입시 우량 농지 잠식 및 산림,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관련부처들은 업무권한 축소에 따른 ‘밥그릇 싸움’을 중지하고 난개발을 근본적으로 막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혁·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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