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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소풍'과 독립영화잔치 '인디포럼 99'

“별 것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면 “운이 좋아서”라고. 송일곤의 단편 ‘소풍’이 제5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것을 두고. 한국영화 사상 칸에서의 수상은 처음인데도. 물론 관심이 적은 단편영화고, 유럽과 달리 TV조차 방영을 외면하고 있어 좀처럼 우리 단편영화의 수준을 가늠하기 힘드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수십번 문을 두드려도 단 한번도 본선경쟁에 오르지 못한 장편영화를 생각하면, 지난해 처음 본선경쟁에 오른뒤 1년만에 수상작을 낸 단편의 우리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분명 있다. 원인없는 결과란 없으니까.

‘소풍’을 비롯한 4편의 단편이 칸에 가 있는 동안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인디포럼 99’이 열흘동안(5월21~30일)열렸다. 그야말로 한국독립영화 최대 잔치. 70편 가까운 새로운 작품들이 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누가 독립영화를 볼까. 요즘은 상업오락영화도 극장에서 일주일을 못버티는 세상 아닌가. 또 독립영화란게 단편이 대부분이고, 조악한 다큐멘터리 아니면

한없이 상징적이고 철학적이며 느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작품들이 아닌가. 그러나 이는 당신의 추측에 불과하다.

실험성과 다양성과 대중성. 상업영화가 1년에 50편도 못채우는 현실에서 독립영화는 우선 풍성하다.‘인디포럼 99’에 응모한 작품만 200여편.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출품을 하겠다면 자기 흥에 겨운 작품은 아닐 것이다. 선정된 38편의 극영화중 10여편이 신인들의 작품이다. 독립영화가 상업영화의 대안으로 출발해,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사회비판, 감독 내면의 미학세계에 침잠

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사실. 그 전통 역시 살아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들은 다르다. 가벼운 주제를 소재로 하고싶은 얘기를 한다. 때론 너무나 상업영화와 흡사해 “장편영화의 하부, 상업영화의 준비”라는 느낌도 준다. 그들은 80년대 컬러TV 세대다. 미국의 MTV세대처럼 그들은 영상으로 문화와 세상을 느끼고 자란 세대다. 카메라 대신 비디오를 들고 다닌 세대다. 그들은 영상원, 영화아카데미를 거쳐 기존의 틀과 상상, 고정관념과 가치를 깨는 영상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표현한다.

‘인디포럼 99’가 열리는 동안 아트선재센터를 찾은 사람은 5,000여명. 250석이 늘 절반이상 채우졌다.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일거라는 추측도 틀린다. 젊은 일반관객들이 많았다. 그들은 자기가 좋아할 작품을 골라 본다. 수상작‘소풍’과 나란히 본선에 올랐던 김성국의 ‘동시에’,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 본선에 진출했던 임필성의 ‘소년기’상영 때는 거의 매진을 기록했다. 역시 관심을 높이는데는 해외영화제 진출이 최고.

또 있다. 구 영화진흥공사나 코닥필름의 소형·단편영화사전 제작지원 프로그램의 역할도 크다. 상영공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인디포럼99, 서울국제독립영화제 같은 행사. 서울 동숭아트센터는 지난해부터 ‘동숭단편극장’을 열어 일반관객과 단편영화의 만남을 유도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도 한국독립영화협회와 함께 3월부터 매월말 3일동안 단편들을 모아 하루 세번씩 상영한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것이 국내 최대규모의 서울단편영화제. 삼성영상사업단이 갑자기 손을 빼 지난해부터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로는 EBS ‘시네마천국’은 지난해부터 한달에 한번 20분짜리 단편을 방영하고, 진주MBC도 넉달전부터 매달 한번 단편을 방영하고 있는 것이 고작.

유럽처럼 방송이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독립영화를 방영하고, 그 돈으로 감독은 다시 작품을 만드는 시스템은 아직 요원하다. 지난해 칸본선에 오른‘스케이트’는 유럽방송이 앞다투어 구매해 5만달러를 벌어, 다음 작품 제작에 걱정을 덜었다.

이렇게 보면 ‘소풍’의 수상은 우연이 아니다. ‘인디포럼 99’의 김노경 사무국장의 말처럼 “충분히 상 받을 만한 기반이 있었다.” 단편이 장편으로, 독립영화가 상업영화로 가는 길목은 아니다. ‘동시에’의 김성숙은 “장편이 소설이라면 단편은 시”라고 했다. 장산곶매의 홍기선 감독은 아직도 독립영화를 고집한다. 그렇더라도 장편영화의 출발은 여기다. 이제 한국영화의 기초는 더욱 튼튼해졌는데…. 하긴 언제는 기초가 없어 우리장편영화가 이모양이었나.

이대현·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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