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도개선을 위한 정부안이 발표되자 이해관계에 따라 주민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등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국토관리 포기로 환경파괴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환경부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중소도시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함에 따라 수도권 그린벨트 등에 대한 해제도미노현상이 우려된다”며 “정부안이 확정, 발표됐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절차상으로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그린벨트 제도개선위의 시민단체 위원 2명은 건교부가 연구용역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반발, 사퇴했었다.

그린벨트 주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공영개발, 개발부담금 등 새로운 규제 수단이 등장, 개선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개발제한구역 주민협회 배병헌 회장은 “이번 개선안은 그린벨트 해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광역 도시계획 수립을 전제로 하고 있고 공영개발과 개발부담금 등 규제 장치를 마련,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7개 도시권에 대한 전면 해제와 난개발 방지 등 방침 자체는 일단 환영하지만 환경평가 등을 거쳐 등급이 결정되는 일련의 절차 때문에 나중에 가면 해제 대상 지역일지라도 실제 개발될 땅은 별로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개발부담금 부과는 그동안 주민들의 희생을 감안, 감면해야 하며 환경평가에서 3등급 이하로 판정된 토지는 광역도시계획없이 도시기본계획만으로 재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그린벨트 문제에 있어 가장 큰 관건은 가용토지의 공급 제한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있다”며 “개발 가능성이 크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벨트가 해제돼 환경 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고 가용토지는 늘어나는만큼 나름대로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7개 권역 그린벨트의 전면해제는 국토환경에 대한 관리의지를 완전 포기하는 것”이라며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청년한의사회 등 3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그린벨트지키기 국민행동 관계자 100여명은 정부의 확정안이 발표된 22일 오후 서울 종로2가 서울YMCA회관 앞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정부방침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이번 결정은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밀실행정의 결과”라며 “그린벨트의 근간을 완전 폐기하게 돼 국토환경의 파괴는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환경련은 중소도시 그린벨트 전면해제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분해제지역으로 지정된 수도권 지역의 경우 전체 구역면적의 15~40%를 해제키로하는 제도개선방안이 확정되자 그린벨트 지역 토지소유자와 인근 일반지역 토지소유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있다.

개발제한구역 소유자들은 대도시권 가운데 특히 수도권지역의 해제지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판단, 제산권 행사여부가 불투명해지자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또 이들 소유자들은 8월중 정부의 환경평가지침이 시달된뒤 기초단체가 이를 바탕으로 해제지역을 결정한다는 향후 추진계획이 발표되자 환경평가지침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폭되고있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이 그린벨트가 해제될 경우 인근 일반지역의 지가가 7~8%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자 인접지역 토지소유자들은 상대적인 지가하락으로 울쌍이다.

부산강서생존권대책위원회 김영주(52)위원장은 “대저 1, 2동 등이 해제대상지역에 포함된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며 “강서지역은 부산시가 산업 및 물류지역으로 도시계획을 검토중인 만큼 특별법을 통해 그린벨트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기장군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협의회 박화남(55)위원장은 “수자원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 이중으로 묶인 땅에 대해서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 전체의 47.3%인 419㎢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대구권역은 달성군 일부지역과 수성구 내환동 월드컵경기장 주변 등 극소수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혜택을 입지 못해 해당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구 그린벨트지역의 46%를 차지하고 있는 달성군의 경우 상당 지역이 해제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인구 1,000명 이상 집단취락지역만 해제된다는 발표에 따라 해당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달성군 관계자는 “달성군의 대폭 해제 기대 때문에 최근들어 주택 신축이나 토지매입에 대한 문의가 평소보다 50%이상 증가하는 등 주민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방침대로 하면 해제지역은 한곳도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동구 부동, 둔산동 등 팔공산 일대 자연부락도 이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없어 사실상 팔공산을 중심으로 대구 동부권지역의 그린벨트해제는 거의 없을 것으로 대구시는 내다봤다. 다만 수성구 내환동에 신축중인 월드컵경기장 주변에는 월드컵이후 경기장 수익성 등을 고려해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일대 주민들은 월드컵경기장 진입로 토지보상을 감정평가를 그린벨트해제가 마무리 될 때까지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현재 보상받을 경우 주변 비그린벨트지역 시세의 1/10수준으로 보상받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권은 전남 나주시·담양·장성·화순군 일부와 광주 광산구 평동 평동공단 주변등 일부지역 해제가 예상된 가운데 해제대상에서 제외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광주 광산구의 경우 전체 면적 222㎢중 45%인 135㎢가 개발제한구역로 지정돼 20호이상 취락지구의 해제를 요구해왔으나 이번 개선안에서 일부지역에 그칠 전망이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린벨트해제 추진을 위한 주민대책협의회 기원주(42·광주 광산구 임곡동)광주·전남지부장은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광산구 일대 20호이상 취락지 해제 건의를 받아 들이지 않을 경우 전국 그린벨트 주민들과 연대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송영웅·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