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후 서구문물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구들은 어느새 옛말이 돼 버렸고 보일러 온수순환바닥난방을 온돌로 이해할만큼 생소해 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난방방식인데도 말이지요”

지난 12월 5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구들학회 세미나. 의외로 많다싶은 100여명이 세미나를 지켜봤다.

사실 구들은 이미 현대인의 뇌리에서 사라진지 오래인 우리의 전통 난방방식.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구들’ 이 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불과 30여년전만 하더라도 30대이상이면 누구나 구들놓는 법을 어깨너머로 배웠을 정도로 구들은 한국남자가 배워야할 필수적인 가정일의 하나였다.

구들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구려 시대에 널리 사용됐다는 문헌이 남아있고 거슬러 올라가 신석기시대에도 구들과 비슷한 난방방식 흔적이 남아있다. 고려시대에는 원래 방의 일정 부위만 따뜻하게 하던 방식에서 방 전체를 난방하던 방식으로 바뀌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난방방식”

구들난방방식에 대해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졌던 것은 해방후 서양학자에 의해서다. W.비트만이라는 학자는 1948년 한국의 구들을 연구, 하루 2차례 장작불만으로도 주택의 실내온도를 섭씨 13~16도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난방방식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구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경복궁과 같은 옛궁궐이나 산간오지에서나 간혹 볼 수 있을 정도. 구들은 이제 문화재급이 되버렸다.

구들이 없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연탄의 사용. 한국전쟁으로 산천초목이 모두 헐벗게되자 장작 대용으로 사용된 게 연탄. 하지만 구들난방에 접목된 연탄은 치명적인 일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화기가 아닌 뜨거운 물로 난방하는 온수방식. 서양식 난방방식이 도입되게 된 것이다.

최영택 구들학회회장은 “연탄을 구들과 억지로 접목시키다보니 부실한 시공으로 가스중독사고가 발생하면서 구들이 밀려나게 됐다” 며 “열효율면에서 구들난방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훌륭한 발명품” 이라고 말했다.

물과 구들은 열전달과 열축척에 있어 비교가 안된다. 원래 열축척은 비중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론상 구들은 물에 비해 3배이상의 열축척이 가능하다.

세계화,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야

서양에서도 근년에 들어 바닥난방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서양식 난방은 대개 대류를 이용한 실내난방방식. 자연 실내공기는 데워지지만 바닥은 냉기가 흐른다. 바닥난방은 열효율면에서 복사와 전도, 대류 등 열전달방식을 총체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열효율면에서 실내난방을 앞선다는 것이다.

주제발표를 한 충북대 이신호 교수(농공학과)는 실내난방의 도입으로 좌식문화에서 입식문화로 바뀌면서 문화 환경적으로 부정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아랫목에 발을 묻고 오손도손 지내던 가족문화가 사라졌고 위가 따뜻한 실내환경으로 겨울이면 감기를 안고 살게된 실정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구들난방방식을 현대적으로 고안해낸 것이 심야전기 축열식 전자겹구들. 이방식은 에너지원인 장작을 전기로 대체하고 굴뚝과 아궁이를 밀폐해 열효율을 극대화시킨 방식. 이신호 교수 등 뜻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시공이 이루어져 활용되고 있다.

최 회장은 “슬기로운 과학기술의 산실인 구들을 널리 보급하고 세계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며 “구들축조기술 보유자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남아있는 구들도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구들에 대한 과학적인 학술기반을 구축하고 후계자양성에 힘써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진황·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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