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방장관 등이 잇달아 일본을 방문해 한반도 정세를 환기시키고 있다. 미국측은 일본측에 ‘긴급 사태를 앞둔 강력한 정부’ 의 수립을 잇달아 주문하면서 자민당과 자유당의 연정 수립 합의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 법안의 연내 통과를 강력히 주문해 왔다.

대북 교섭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담당대사에 윌리엄 페리 전국방장관을 임명한 것은 앞으로 국무부 대신 국방부에 맡긴다는 의미일 수 있다.

미국은 금창리 등의 지하시설이 핵관련 시설이라고 점찍고 있고 이 시설이 가동되기 전 북한의 계획을 중지시켜야 할 긴박한 과제를 맞고 있다. 그러나 북미 고위급 회담이 평행선을 긋고 있어 평화적 해결에 한계가 나타났다. 따라서 핵물질이 반입되지 않은 상태, 즉 현단계에서 지하시설 공격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방부가 비밀리에 계획하고 있는 것은 지하시설만을 겨냥한 ‘핀포인트(Pinpoint)공격’ 이 아니다. 94년의 ‘북한 핵위기’ 당시 미국이 대북 공격을 피한 것은 수만명의 미군 희생자가 나온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북한군의 보급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으며 전력도 어느때보다 약화했음을 확인했다. 미국의 대북 작전 계획이 최근 ‘평양 점령→김정일체제 붕괴→북한 전역 해방→한국 관리’ 라는 전략목표에 기초한 것으로 바뀐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국가운명 걸고 선제공격 할 것”

즉 한국군과 미군이 북한을 선제공격, 서울을 겨냥한 약 8,000문의 북한 대포와 포병, 미사일기지 등을 무력화하는 계획 등이 미국의 대북 작전계획에 들어 있다. 주한미군은 이미 북한이 병원균을 대량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탄저병 예방접종을 의무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남은 문제는 지하시설 파괴 방법. 주일 미군관계자들은 열화우라늄탄과 GBU탄을 들고 있다. GBU는 레이저유도형 통상폭탄으로 F111 등에 탑재한 GBU27은 2.4㎙, F15가 장착한 GBU28은 6㎙, B1B가 장착한 GBU37은 그 이상 두께의 콘크리트벽을 간단히 파괴할 수 있다. 열화우라늄탄 ‘B61 MOD11’ 은 열핵폭탄으로 반경4.5㎞ 이내를 초토화할 수 있으나 국제여론으로 보아 GBU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GBU는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지하집무실을 때리지 못한 이후 성능이 크게 개량돼 지하 200㎙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에 보이기 위해 이라크 공격에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북한 공격 시기는 언제쯤일까. 미국무부 관계자는 “일본의 연립정권이 힘을 발휘해 미일방위협력체제가 완벽히 갖추어 지면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을 좌시하고 있을 리가 없다. 주일 미군 관계자는 “북한은 반드시 국가 운명을 걸고 선제공격을 해 올 것” 이라며 “북한 핵문제가 유엔에 상정되기 전에 군사행동을 개시할 위험성이 크다” 고 지적했다. 미국과 북한 양쪽의 움직임에서 99년 4월은 위험한 시기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