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이후 줄곧 300 포인트대에 머물러있던 주가가 10월말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2월10일엔 주가가 금년 바닥에 있을 때에 비해 거의 2배 수준인 580포인트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2배 이상 주가가 오른 종목도 허다하게 발생했다. 최근 다소 조정을 받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종합주가 지수는 여전히 500 포인트를 넘어선 상태이다.

특히 지난 10월초 1조6,0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던 고객예탁금이 지난 9일에는 4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12월 들어서는 하루 평균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신규로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최근의 주가 상승에는 국내외의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엔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일본과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 중 약 60%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엔화 강세는 그만큼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최근의 주가 상승에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엔화 강세로 원화 환율이 안정되게 되면 정부가 통화량 확대를 통한 금리인하 정책을 펼치기 용이해진다. 현재 정부가 지속적인 금리 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엔화 강세 지속을 비롯하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공조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등 국제 금융 시장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중자금 주식시장 유입으로 상승세 지속

시중 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갱신하면서 떨어지고 있어 시중 자금의 주식 유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주식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돈이 갈 곳이 없어 상대적으로 투자 수익이 높은 증시에 몰리는 유동성 장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연초에 30%를 넘나들던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7%대까지 하락했다. 최근 다소 상승하여 8%대로 올라섰으나, 정부의 금리 인하 의지가 확고한데다 대내외 여건 호조로 한자리수대 금리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 규모 축소를 통해 달성된 것이므로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어찌되었든 수입 수요 급감에 따른 경상수지의 대폭 흑자로 외환유동성 사정이 크게 개선되면서 ‘제2의 외환위기’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는 사실도 외국인을 위시한 주식매수세를 부추기고 있음은 분명하다.

국내 경기가 바닥에 근접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가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11월 이후 하락세를 보였으나, 9월에 이어 10월에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 6~7개월 이후의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7월 이후 감소세가 둔화된 후 10월 들어 증가세로 반전되어 내년 1/4분기나 2/4분기 중에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산업생산의 감소세도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제조업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어 경제 회복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경제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 호전되면서 외국인들의 주식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실 개미군단이 주식 매수세에 가담하기 시작한 최근까지 주가 상승세를 이끌어 왔던 것은 외국인들이다. 금년들어 11월까지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규모는 45억 달러에 이른다. 이같은 규모는 97년의 11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며, 지금까지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되었던 93년의 57억 달러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다.

과열 기미, 내년초 450선까지 하락할 수도

그러나 최근 주식 시장이 다소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은 실물경기의 변화를 선행한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 시점이 경기 회복 시점보다 앞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물경기가 별로 달라지고 있지 않음에 비해 주가는 지나치게 크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당분간은 주가가 조정을 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소위 ‘개미군단’이라고 일컬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들어 대거 객장에 몰리고 있는데, 이것이 곧 주가가 정점을 쳤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현재의 장세는 자금이 유입되면서 상승세를 타는 금융장세인데, 연말까지는 금리가 추가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신규 자금유입이 주춤할 가능성이 높고 연말자금수요로 일부 증시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여 지수상승에 제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통신 주식 직상장과 대규모 유상 증자 등 공급도 봇물을 이루면서 지수상승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외국인들도 이미 100%이상의 엄청난 평가익을 냈기 때문에 이익실현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성 사정이 좋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연말이나 내년초까지는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여 주가지수가 450포인트 내외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하반기 이후, 대세는 ‘상승’

그러나 내년 2/4분기 이후 경기가 바닥에 진입하고 하반기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세상으로 주가는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다. 내년에도 최근의 주가 상승을 유도했던 호재가 지속될 것이다. 한자리수 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외환시장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다. 또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실물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으로 상향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에따라 내년 중에도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다.

다만 엔화강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엔고는 일본의 경제 기초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과대 평가된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내년에 일본 경제가 올해와 같은 최악의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115~125엔대보다는 다소 상승한 125~130엔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행히도 금년 상반기와 같은 140엔대의 엔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엔저로 인해 주가 상승세가 저지될 염려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공급측면에서는 유상증자물량이 적어도 올해 수준으로는 유지될 것이다. 대기업의 자금수요가 많은데 반해 회사채 및 CP 발행이 어렵고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한 대규모 추가증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물량이 많다 하더라도 주가 오름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 이후에는 실물의 회복에 뒷받침되어 실적장세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실적장세의 특성상 주가 상승은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지만, 주가가 적어도 700 포인트선까지는 꾸준히 상승하게 될 전망이다.

/채창균·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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