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새 생명을 얻게 된다면 저의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수술이 잘돼 두 사람 모두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돼 기쁩니다.” 만성신부전으로 고생해온 남편이 낯모르는 사람의 신장을 기증받자 부인은 이에 보답하듯 자신의 신장을 선뜻 기증했다.

11월25일 전북대병원서 만성신부전증으로 힘들게 생명을 이어가는 유유순(45·여·전북 진안군 진안읍)씨에 자신의 신장을 이식한 이미정(40·서울 강북구 수유2동)씨는 같은 시각 서울 한양대병원에서 수술에 들어간 남편 이정화(43)씨를 떠올렸다.

이날 10년전부터 당뇨병으로 신장이 나빠져 만성신부전증을 앓아온 남편도 생면부지인 전북 익산시 쌍방울㈜ 직원인 장춘기(48)씨로부터 신장을 받았다.

부인 이씨는 “남편이 그동안 투석치료를 하면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모릅니다”며“남편과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흘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라고 지난 세월을 돌아보았다.

당초 남편이 신부전증으로 판명된 직후 자신의 신장을 이식하려 했으나 남편의 장기와 생체조직이 잘 맞지 않는 거부반응 때문에 수술을 못했다는 이씨는 “남편과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내 신장 한쪽을 떼어줘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야 소원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찾아가 기증의사를 밝힌 이씨는 수혜자인 유씨가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전주까지 내려와 2차례의 조직검사를 거쳐 4시간동안 수술을 마쳐 릴레이 이웃사랑을 몸소 보여줬다.

7년전부터 수유동성당에 다니는 이씨는 수술후 “현재 건강은 좋으며 수술이 성공적으로 치러져서 무척 다행”이라면서 “유씨가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며 아들 현규(16·경신고1년)가 가장 기뻐할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식수술을 담당한 전북대병원 김영곤(43)비뇨기과교수는 “수술이 성공적이고 환자들 건강은 양호해 이들은 정상인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생전에 신장기증과 함께 사후 장기일체를 모두 기증한 장춘기씨는 자신의 신장을 이식받을 수혜자 가족이 다시 장기를 기증해 또다른 사람이 건강을 되찾게 되자 보람이 더 크다며 “이씨가 건강을 되찾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장기 기증을 도운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전북지역본부 오규정사무국장은 “이씨의 장기기증은 장기이식을 바라며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고 있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이라며 “신장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전주=최수학·사회부기자

'피터의 딸'에서 '연예인 추상미'로

탤런트 추상미(25)를 놓고 딱히 ‘미인’이란 표현을 쓰기는 무엇하다. 하지만 ‘매력적’이란 말은 맞춤 옷처럼 들어맞는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MBC TV 수목드라마 <해바라기>를 보면 그 이유를 알게된다. 옛 애인 안재욱을 다루는 솜씨가 안재욱으로선 끔찍할지 모르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그녀만의 매력’을 이해하게 만들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연때문에 동료인 안재욱을 향한 적의를 불사르고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 추상미는 사사건건 송곳처럼 뛰어나오며 자신에 대한 애정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안재욱을 괴롭힌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가령 동기인 남성진이라던가 구박받는 레지던트 1년차김희선에겐 호의적이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장면장면을 바꿔가며 이같은 야누스연기를 펼치는 추상미에게선 그러나 한점 어색함도 발견할 수 없다. 더이상 대배우였던 아버지 고 추송웅씨를 떠올리지 않고도 추상미란 이름만으로도 족한 연기자가 된 것이다.

94년 <로리타>로 연극무대 데뷔, 96년 <바람분다 문열어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 수상을 거쳐 지난해 MBC TV <베스트극장> ‘네발 자전거’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유준상과 엮어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네발자전거’에서 추상미는 ‘도대체 누구야?’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만큼 안방팬에게 어필했다. 이후 SBS TV <70분드라마> ‘토큰박스’를 통해선 시각장애인 연기를 실감나게 소화했고 KBS 2TV 미니시리즈 <거짓말>을 통해선 ‘세상이 못마땅한 부랑아’란 도발적 캐릭터를 속시원하게 연기해냈다.

이런 검증을 받은 연기력이 추상미 특유의 이국적 매력과 맞물리며 그녀는 어느새 스타로 떠올랐다. ‘빨간 피터’의 딸이 아닌 벌써 연예인 추상미로 우뚝 섰다. 지난달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페스티벌 레이디’로 추대된 이유도 이런 주가를 반영한 것이다. /김재동·일간스포츠 연예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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