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1998년 IMF사태를 맞은 지 어언 1년. 금년내내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국민 모두에게 환희와 희망을 안겨주었던 세리의 귀향은 영화 제목처럼‘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이다. 귀국 일정이 비록 일주일 남짓에 불과했지만 골프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기다렸던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귀국당일 총리주최의 오찬, 다음날 대전에서의 환영대회, 공주에서의 조형물 기공식 참가, 세리컵 대회 참관, 3일간에 걸친 LPGA챔피언십 출전, 대통령 접견및 훈장 수여… 귀국 사실만으로도 좋기만 하던 기분이 이런 일정을 알 고 난 후 갑자기 우울해졌다.

이런 스케줄이 과연 ‘하나의’세리로 가능한가? 그중에서도 대회 참가라는 일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리의 세계 최고의 기량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야 모두의 바램이고 또 그의 입장으론 당연히 내보이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 해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것은 프로로써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10시간이 넘는 비행과 도착 직후부터의 살인적인 일정후 세리에게 어떤 경기 내용을 기대하는가? 비록 1,2라운드 까지 선두를 유지한 상태에서 기권을 했다지만 우리는 그가 준비안된 상태에서도 1등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선 안된다.

항간에는 세리의 스케쥴 관리가 기존 삼성의 세리팀과 부친 주도의 세리팍 주식회사로 이원화되어 있어 이런 무리한 일이 벌어진다 하니 걱정되는 바가 정말 크다.

다음주에는 일본에서 저팬 클래식이라는 큰 대회가 벌어진다. 일본의 골프라는 것이 우리보다 몇단계 위인 것이 사실이나 과거 70~80년대 세계적 프로로 활약했던 오카모도 아야코(岡本陸子)나 최고의 고바이치 히로미(小林弘美)등 그 누구도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일본 사람들이 세리에게 갖는 부러움과 질시 또한 대단하다. 일본인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것은 거의 광적이고, 우리와의 멀고도 가까운 현실을 생각하면 세리가 일본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은 미국에서의 그것보다 결코 작지 않은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그 다음은 미국 투어의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이 기다리고 있다. 이 대회는 금년 투어 각 대회의 우승자와 상금 랭킹 30위 이내의 소수만 초청되는 대회로 상금 규모나 그 중요성이 메이저 대회급으로 인정 받는다. 명실공히 ‘왕중왕’을 뽑는 중요한 대회이다. 이런 향후의 스케쥴을 고려한다면 이번 세리 귀국의 모든 일정은 재고되었어야 함이 마땅하다. 더욱 아쉬운 것은 세리 귀국의 본질적 가치는 무엇인가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깨닫지못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번 행사는 ‘축제’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세리가 경기에서 순위를 다투는 모습보다는 부담없이 재미있게 웃으면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선경기나 스킨스 게임을 갖는 것을 생각지 못했을까? 스킨스 게임을 하면 관중들은 18홀 내내 세리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경기 속성상 코믹한 장면도 많이 연출 될수 있으며 TV중계 하기엔 더없이 좋을 것이다. 마침 때맞춰 귀국한 또하나의 스타 펄신을 포함해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다면 세리의 입원도 우리의 걱정도 모두 없었을 것이다.

이번 귀국기간중 가장 뜻있던 일이라면‘세리컵대회’의 개최였다. 이것은 세리가 어렸을 때부터 많은 배려를 해준 유성컨트리 클럽과 대전 공주지역의 유력인사들에 힘입은 바가 큰데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재목들을 여럿 찾을수 있었다. 또 내년부터는 미국 투어에 김미현 서지현 일본 투어에 한희원 박현순등이 루키시즌을 맞는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국내 스폰서를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세리 같은 경우에는 스폰서사가 아주 일찍 그를 점찍어 투자를 하고 막대한 반대급부를 챙긴 스포츠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그외의 선수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의 선수 매니지먼트에 대해 다시한번 성찰이 있었으면 한다. 잘 모르면 배우면 된다. 우리 것이 세계적이라는 고집을 부릴 데가 따로 있는 것이다. 일류선수와 일류메니지먼트 이것은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이다.

박호규 골프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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