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을 지배하는 자가 골프를 지배한다.” 는 격언이 있다. 그린을 지배하는 것은 곧 퍼트(Putt)를 지배함을 의미한다. “드라이브는 쇼(Show), 퍼트는 현찰”이라는 말도 있다. 프로세계에서의 성패는 곧 퍼팅실력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대체로 우리선수들은 퍼팅실력이 외국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이 부족해서일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눈썰미나 손재주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미국 유수의 대학병원 연수시 느낀 바로는 그런 재질은 오히려 우리가 서양사람들에 비해 월등했다. 그렇다면 박세리를 늘 애태우게 했던 원인이자, 박세리가 성적이 좋지않았던 대회의 평가에서 항상 따라나오던 분석 - “쇼트 게임(Short Game)’ 특히 퍼트가 안좋았다”의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천하의 박세리도 퍼트 때문에 그런 고초를 겪었다면, 그린 적응 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사람의 능력 때문도 아니고 장비 탓은 더더욱 할 수 없다면 나머지 남는 하나는 ‘그린(Green)’밖에 없을 것이다. 골프장 입장료를 그린피(Green Fee)라 하고 골프장 공사비 전체의 반이 그린 조성에 소요되는 것만 보아도 승부가 그 위에서 결정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렇다. 우리나라 골프코스의 그린은 대체로 세계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그린에서 연습과 경기를 해온 우리나라 골퍼들이 유리판처럼 빠른 외국의 세계적 골프장 그린에 적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그린은 겉으로 봐도 카페트처럼 흠집 없고 색깔도 균일한데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져도 물이 고이지 않는 것은 물론 물기를 느끼기 어려을 정도로 배수가 잘된다. 이런 그린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기 6개월 전부터 그린밑에 자갈과 마사토 숯 소금 등으로 층층이 기반조성을 해야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그린에는 어떠한 손질을 해야하나. 가장 먼저 할 일은 뿌리가 숨을 쉬게끔 그린에 직경 1㎝년 정도의 구멍을 무수히 뚫고 공기를 집어 넣는 것이다. 이런 에어레이션(Airation)후에는 뿌리가 과도하게 자라 서로 엉키는 것을 막기 위해 잔디를 가로 세로로 섬세하게 잘라주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섭씨 120도로 구운 고운 모래를 그린전체에 조심스럽게 뿌려주어 잔디결 사이사이에 침잠하게 해야한다. 이때는 특수한 기계를 사용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 다음 롤러(Roller)로 단단하고 평평하게 눌러준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난 다음에 잔디를 깎는데 그린모어라는 기계로 4.0~4.5㎜로 깎아준다. 이런 복잡한 공정을 수 없이 되풀이해야만 소위 경기용 그린이 되는 것이다.

그린의 빠르기는 스팀프 미터(Stimp Meter)라는 것으로 측정하는데 공을 기계에 올려놓고 그린에 굴려 그 속도를 측정한다. 보통 골프장 그린에서의 속도는 (굴러가는 거리)는 대략 200㎝정도로 되어있지만 프로들의 시합용 그린은 260㎝정도이고, 오거스타의 마스터스대회 그린은 무려 380㎝에 달해 골퍼들 사이에 악명이 높다.

우리나라 골퍼들은 그린이 빠르면 불평을 한다. 익숙치 않기에 쓰리퍼팅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른 그린은 돈은 물론 그린키퍼의 피와 땀이 얼룩진 곳이다. 또 빠른 그린은 타구가 어떤 외적조건으로 방향이나 거리가 틀어져 버리는 그런 사고를 용납치 않는다. 따라서 빠른그린에서 플레이 하는 날은 행복한 날이다. 비록 실수가 잦다해도.

박호규·골프칼럼니스트(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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