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떨어짐에 따라 9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논술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

이번 입시에서 논술을 치르는 대학은 33개대. 이중 장로회신학대는 사지선다형으로 출제하겠다고 밝혀 일반적인 의미의 논술시험은 32개교에서 실시된다.

서울지역 12개 주요 대학들은 최근 올해도 고전에서 논제를 출제하겠다고 밝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평가방법도 내용이 40%, 논리 40~30%, 표현 20~30%등으로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들은 고전을 ‘과거의 작품만이 아닌 인류가 늘 다시 읽고 새롭게 음미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논술시험에 출제되는 고전은‘초·중등학교의 교과과정에서 다루고 있거나 언급한 작품과 학생이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인정되는 한국및 동서고금의 필독서’로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불과 5주 남짓한 기간동안 이들 고전을 모두 섭렵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일부 학생들은 마치 암기하듯이 고전 다이제스트를 읽으려고 날짜별로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이는 논술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술전문가들은 단 한권을 읽어도 깊고 철저하게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교과서나 교과과정에서 여러번 언급된 책을 중심으로 논제파악에 대한 분석과 서술능력을 키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들이 지원하는 대학들이 최근 실시한 모의논술고사 문제의 유형과 출제의도, 채점기준등을 면밀히 파악해 대비하는 게 효과적이다. 지난해 출제된 문제와 모의논술 문제를 중심으로 대학별 논술출제 경향과 유의점등을 알아본다.

◆서울대=종합적 사고능력과 논리적 서술능력을 평가하는 자료제시형으로 출제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전년도에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복서’의 죽음이 현대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서울대는 ‘제시문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제시문에 암시된 문제들을 인간사회 문제와 결부시켜볼 수 있는 종합적 사고능력을 지니고 있는가’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는가’를 평가요소로 삼았다. 채점결과, 상당수 학생들이 제시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논술전개 과정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독재사회의 권력구조와 지배구조의 모순으로 파악해야 할 상황을 확대 또는 편협하게 해석함으로써 엉뚱하게 논리를 펴나가는 사례가 많았다. 요구한 분량을 채우지 않거나 어법에 어긋난 어휘나 문장을 사용하고 문단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며, 한 문단안에서 접속어를 남용하는 사례등이 다수 지적됐다.

◆고려대=동서고금의 고전을 통해 수험생들이 생각하는 인생관과 세계관, 가치관을 논술하게 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다. 주제를 파악하는 능력과 사물에 대한 종합적인 사고력 논증력 문장력 창의성을 평가하되 고교교육과정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반적인 문제를 출제한다.

올해 논술 모의고사에서는 ‘맹자’와 소로우의 ‘월든’에서 발췌한 글을 제시한 뒤 인간의 삶과 물질적 조건의 관계에 대해 논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전년도에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예시문을 주고 국가간의 관계에서 국제적 규제가 정당한지를 물었다. 모의고사에서는 대다수가 ‘물질적 조건’을 단순히 의식주나 금전의 문제로 축소하는등 주어진 논제로부터 충분한 논리적 단계를 거치지 않아 논제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예시문의 내용을 골격으로 해 단순히 부연 또는 보충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시사적인 현안을 시류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에서 인용하는 것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연세대=올해부터는 인문계, 자연계 구분 없이 요약형 문제를 없애고 서술형 문제만 출제한다. 대신 시험시간을 150분, 답안분량을 1,800자 내외로 대폭 늘렸다. 고전에서 발췌한 제시문의 내용을 충분히 분석하면 답할 수 있는 문제를 내며, 자신의 생각을 깊이 있게 제시하는 창의적인 답안이 점수를 많이 받는다. 비교적 잘 알려진 고전에서 제시문을 택한 뒤 제시문에 나타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분석하고 견해를 나타내는 문제가 주로 출제된다. 모의고사에서는 일제시대 한 신문의 글을 제시하고 핵심논지를 오늘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견해를 제시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전년도에는 ‘백범일지’‘북학의’‘성호사설’‘그리스·로마신화’등의 일부를 발췌해 제시한 뒤 오늘의 우리 상황을 분석해보도록 요구했다.

◆서강대=문학 역사 사회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 체험을 바탕으로 깊이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가를 주로 측정한다. 제시문은 타대학보다 길지만 대체로 평이하고 친숙한 작품들이다. 모의고사에서는 고골리의 소설 ‘외투’의 한부분을 제시하고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인성과 사회조직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논술하는 문제가 나왔다. 98학년도에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의 일부를 제시, ‘신과 인간’‘선악과 생사’에 관한 견해를(가군)쓰도록 했으며 시인과 역사가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밝힌 아리스토텔레스 글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한국사신론’등 이질적인 성격의 글을 활용해 논술토록(나군) 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런 문제일수록 창의적이며 참신한 논리를 펴야만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화여대=중·고교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동서고금의 고전에서 출제한다. 고전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줄거리와 관계된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텍스트를 지문으로 제시, 글을 꼼꼼하게 읽고 파악한 바에 따라 논거를 발견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는 문제를 낼 방침이다. 표현영역(표현력)과 내용영역(사고력)을 각각 40점, 60점 반영한다. 모의고사에서는 여러개의 글을 제시한뒤 학문을 하는 이유에 대한 견해(인문),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화가 미래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자연)등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전년도에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한 부분을 발췌, 실천적 사랑의 모습과 실현방안을(인문), 과학적 탐구활동에서 차지하는 수학의 역할(자연)을 각각 물었다.

◆성균관대=얼마나 독창적이고 타당한 논거를 대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과 연관시켜 정확하고 조리있게 표현했는가를 평가한다. 문장력(10점), 논리성(20점), 독창성(20점)등으로 평가하며, 올해는 시간과 분량을 늘려 100분에 1,200자 내외를 쓰도록 요구한다. 모의고사에서는 로크의 소유권 이론을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논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98학년도에는 맹자의 ‘만장’편을 예시문으로 주고 세인물의 덕목을 기초로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점과 가장 적합한 인간상을 구상해 논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한양대=전 교과과정과 관련된 동서고금의 고전을 바탕으로 보편적 주제및 계열별 학문연구와 관련된 주제를 논리적으로 분석·비판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를 평가목표로 삼는다. 계열별 2문항에서 1문항으로 줄고, 답안작성 분량은 120분, 1,400자로 늘었다. 연암 박지원의 글을 통해 문화개방 시대 대응자세(인문),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나타난 미래사회의 특징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자연)등이 모의고사에서 출제됐다.

◆경희대=문제는 될수록 쉽고 출제하고 질문 내용을 단순화시켜 수험생들이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자기 생각을 펼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출제한다. 모의고사에서 제임스 터버의 ‘우리시대의 우화’ 한 토막을 제시하고 적절한 사례를 들어 견해를 밝히라고 한 방식을 유념해야 한다. 특차모집 제1유형의 논술은 지정도서 30여권을 선정·발표해 심층적이고 전문적·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출제한다.

◆한국외대=자신의 입장이나 주장을 근거를 갖고 조리있게 개진해 상대방을 설득시키고 있는가를 측정한다. 따라서 자신의 입장, 주장을 근거에 바탕해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주제를 명확하고 짜임새있게 제시하며, 주제의 내용을 쉽게 정확하게 표현할 것을 요구한다. 모의고사에서는 김지하의 ‘생명’을 제시하고 그의 견해의 독특함을 정리하고 수험생의 견해를 서술하도록 했다.

이충재·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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