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샐러리맨의 기(氣)를 살리자’

기업 구조조정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이후 기업들이 ‘직원 기살리기’ 에 적극 나서고 있다. 거센 구조조정 한파로 뿌리채 흔들린 애사심과 동료의식을 다시 추스려 담아야 할 때라는 자성에서다. 임직원들의 옳바른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미 출발선을 떠난 기업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배어있다. 결국 ‘직원 기살리기’ 가 기업들에게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기를 살리는 방법도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도 불구, 올해 경영성과가 좋은 조선업계가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고 포항제철이 전 직원에게 2주씩 주식을 나눠주는 등 물질적인 보상을 하는 기업도 일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 현실은 연말보너스는 고사하고 정기보너스도 줄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돈안들이고 직원의 기를 살리는 묘안이 백출하고 있다.

◇칭찬만큼 서로의 사기를 북돋우는 것은 없다

LG기계는 최근 ‘칭찬 이어달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내 전자우편의 대화마당에서 이뤄지는 이 캠페인은 칭찬을 받은 사람이 또다른 사람의 칭찬을 대화마당에 올리는 릴레이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가능한 같은 팀이나 사업부내 직원에 대한 칭찬을 자제하고, 사원은 관리자를, 본사는 영업소를, 남자사원은 여자사원을, 사무직은 현장사원을 칭찬함으로써 전 사원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칭찬 이어달리기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더 나아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등장했다” 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부 특판팀도 칭찬을 통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팀은 회의때마다 구성원의 능력과 장점을 부각해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자리를 마련, IMF 이후에도 전년대비 40%의 매출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울적한 분위기를 쇄신한다

서울 무교동에 있는 코오롱빌딩이 요즘 훤해졌다. 코오롱이 ‘이번 겨울에는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하자’ 는 취지에서 빌딩 로비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 회사 관계자는 “사실 올해는 20만~30만원의 비용을 쓰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사원들이 조금이나마 울적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 트리를 설치했다” 고 설명했다.

◇상만큼 좋은 것은 없다

SK텔레콤은 최근 고객만족 서비스에 탁월한 직원을 뽑아 매월 상을 주는 ‘OK SK’ 제도를 마련했다.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직원의 기를 살리는 등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전략이다.

LG화학도 청주공장에서 매분기별로 매출액 최고 생산부서, 최고의 노동생산성부서, 자녀가 가장 많은 사람 등 생산자원분야·개인신상·기록갱신 등 3개 분야의 최고를 선정하는 ‘공장 기네스’ 를 실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아있는 직원들의 기를 살리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위해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없다” 며 “이젠 ‘기업의 기살리기’ 운동이 전국민적으로 확산돼야 할 때” 라고 강조했다.

/고진갑·서울경제신문 산업부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