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모대학 컴퓨터공학과에 다니는 백모(26)씨는 지난해 7월 유흥비마련을 위해 용산전자상가에서 음란물 CD를 구입, 불법복제해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올려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중이던 같은 학과 신모(22)씨도 백씨에게서 “벌이가 좋다”는 말을 듣고 CD판매에 나섰다가 함께 적발됐다.

IMF이후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힘든 일을 싫어하는 대학생들에게 컴퓨터를 통한 돈벌이는 물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대학생 N세대들의 불법행위는 갈수록 대담해져서 사이버공간에서 윤락을 알선하거나 해킹이나 바이러스를 유포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99년 상반기 적발한 컴퓨터사범은 1,106명으로 전년도 전체 222명에 비해 4배나 늘었고 이중 대학생도 같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며 “과거에 감옥가는 대학생들은 대부분 시국사범이었는데 요즘에는 사이버사범이 절반 이상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사이버상의 불법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않고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다 사이버세계 특유의 익명성까지 더해져 범죄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스토킹과 사이버테러 등 정신적 피해를 주는 범죄를 장난삼아 저지르는 사례까지 급증하고 있다.



사이버성폭력 난무, 인간관계 황폐화 경고

PC통신 동호회에 가입한 김모(여)씨는 같은 동호회 남모씨로부터 사귀어 보자는 이메일공세를 받고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김씨는 애인이 있다고 밝혔지만 남씨는 동호회 게시판에 커플인양 소문을 내고 집요하게 이메일을 보내 괴롭혔다.

PC통신업계에서는 이같은 사이버 스토커 피해사례가 지난해에만 10만건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정통부가 공식집계한 사이버 스토커와 명예훼손건수는 99년 상반기 40건 정도에 머물고 있다. 사이버상의 범죄에 대해 피해자나 가해자나 직접적인 신체나 재산상 해가 없다는 이유로 공론화하지 않는데다 시대에 뒤떨어진 현행 법령으로는 적절한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새정치국민회의 여성위원회가 지난 5월 개최한 ‘사이버 성폭력 현황과 대책’이라는 세미나에서 한국성폭력 상담소 정진욱부장은 “통신을 이용하는 여성의 85%가 음란이메일 등을 통한 온라인 성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통계가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PC통신은 포르노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소장은 “컴퓨터음란물은 접근이 용이하고 점점 더 변태적이고 야한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중독 내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중독증은 실습충동을 일으켜 인터넷 음란물게시판이나 PC통신에는 즉석에서 만나 성관계를 갖고 헤어지는 ‘번섹’ 상대자를 찾는 내용이 넘쳐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이버세계에 파묻혀 지내는 시간이 많은 N세대들이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직접적인 대인관계를 꺼리는 등 정서장애를 드러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인구의 6%정도가 중독증이고 10%는 예비환자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백상빈박사는 “컴퓨터중독은 무엇보다 인간관계를 황폐화할 가능성이 크다”며“특히 미숙한 인격이나 중독성이 있는 사람은 인터넷 등에 지나치게 집착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는 등 병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용회·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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